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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Aug 04. 2022

2시 반 생각

한 밤중에 아주 순정한 감정이 들 때가 있다.

그를 사랑한다는 감정

그가 해준 고마운 일들이 그녀에게 떠오른다.


고마우니까 이익이 돼서 어쩌면 그를 사랑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 사람이고 그런 게 오랫동안 필요했던 사람이다.

같이 밥 먹으면서 웃을 수 있는

긴장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두서없이 늘어놓을 수 있는

철퍼덕하고 주저앉아도 일으켜줄 걸 기대해도 되는 그런 사람이


어떤 사람이 잘해주는 건 사실

그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좋다는 말은 참 부정확하다.

친절한 혹은 성숙한 사람이라고 해야겠다.


그도 한계가 있고 약점이 있지만 좋은 것을 무색하게 할 정도는 아니다. 그니까 사실 모든 건 운이다.


그와 함께 있으면서 점점 그녀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지 않게 되었다.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하겠나. 그녀가 그리고 그가 여기 있는데.


삶은 우연히도 주어졌다.

감사하게 누리면 된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는 홀가분함.

애쓰지 않고 하루를 차곡차곡 밟아간다. 그녀는 이제 저녁나절 아니 눈뜨자마자 어디론가 빠져나간  것의 빈자리, 허탈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어 좋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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