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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Jun 14. 2022

난간

소설


 높은 아파트 옥상 난간에 매달려 바라보는 세상은 퍽이나 새로웠다. 사람들은 개미만큼이나 작아 보였고,  개미처럼 작은 사람들은 열심히 발을 구르며 돌아다니는 모양새는 정말 개미라고 착각할 만했다. 줄지어 길을 걷고, 까만 머리들이 반짝이는 모습이  개미 같았다.

 나는  모습에 신이 나 난간에 허리를 아슬하게 기댔다. 살짝궁 흔들리는 난간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낡은 난간에 나사가 풀려 떨어지기라도 하면 나는 개미들의 세상에 떨어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들은 금방 나에게 몰려들겠지. 피로 물들어 버린 나의 몸을 열심히 옮겨 흔적도 없이 치워버리겠지.


 내가 이곳에 떨어진 이유도 떨어지고 싶은 이유도 궁금해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나는 몸을 일으켜 난간 밖에서 섰다. 가느다란 팔로 낡은 난간에 의지한  개미들의 세상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옥상에 바람이  차례 불면 난간에선 삐거덕거리는 소음이 들려왔다.  날카로운 바람 소리에 눈을 감았다. 나의 몸속 어디선가 끊임없이 들려오던 소음이 드디어 세상 밖에 튀어나와 준 듯해 몸이 가벼워졌다.

 이대로 손을 놓는다면  가벼워진 몸뚱이가 바람을 타고 날아갈  있을  같았다. 아니 이미 나는 날고 있는 듯했다. 내가 잡고 있는  난간에 묶여 날아가지 못하고 있을 . 나는 날고 있었다.


 나는 완전히 날아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몸을 난간에서 조금  떨어트렸다. 개미들은 날아가는 나의 모습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어 옥상을 올려다봤다. 환호성이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 개미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날지 못하는 개미들은 내가 하늘로 떠나가는 모습이 부러워 소리쳤다.

 개미들이 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나는 그들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몸뚱이 점점 난간에서 멀어졌고, 내가 살았던 개미들의 세상에서 떨어진  곳으로 날아갔다. 내가 날아간 자리에  미들이 몰려들겠지. 내가 없는  자리엔 분명 개미들이 모여들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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