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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만혜서 May 07. 2024

선택의 역설

자유인가 아닌가

오늘 점심 메뉴는? 회사 사람들과 점심을 먹을때마다 나는 네이버 지도에서 근처 맛집을 검색한다. 떡볶이는 김대리가 싫대고, 신대리는 아무거나 먹자고 한다. 발길이 회사에서 멀어지고 정처 없을 무렵 양대리가 샤브샤브 어떠냐고 하여 겨우 메뉴를 정했다. 유레카다! 점심은 매일 먹는 일임에도 매번 어렵다. 삶은 매 순간 선택의 결과이며 우리는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하는데, 점심 메뉴같이 소소한 선택들도 나를 옭아멘다.

점심을 먹으며 나는 또 생각한다. 맞은편 사람과 나의 공통점을 간신히 찾아본다. 요즘 이사를 앞둔 후배가 음식물 처리기를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음식물 처리기는 미생물이 좋아요. 저도 그거 쓰는데 흙으로 변해서 편해요.” 음식물 처리기는 분쇄형, 건조형, 미생물 발효형이 있는데 어떤 걸 택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후배에게 나는 자신 있게 한마디를 던졌다. 린클 음식물 처리기의 체험단이라도 된 듯 신나게 떠들었다. 그러다 후배에게 음식물 처리기 보조금이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머리가 띵하다. 음식물 처리기 하나 사는데도 구청에 신청을 해야 한단다. 필수는 아니지만 선착순으로 신청을 잘하면 지원금액을 3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다니 안 하면 호구 같은 일이다.

나는 또 생각한다. 물건 하나 구입하는데도 생각할 일이 너무 많다. 종류와 회사, 후기도 중요하고 디자인도 중요하고, 나라 지원도 챙기고, 이왕이면 가성비도 있어야 한다. 지금의 인간은 완벽한 선택을 향해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 선택은 자유로운 것인지 의문이 든다. 피곤한 세상이다.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고민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든다. 나는 무언가는 선택함에 있어 너무 많은 선택권이 주어질 경우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진다. 때마침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나에게 광고 하나를 보여준다. 나는 홀린 듯 들어가 어느새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다. 나의 선택들은 나의 자유의지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선택의 역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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