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고 나갈거야 꿈에서
꿈은 무엇일까. 수면 중에 일어나는 일련의 시각적 심상? '나'는 '나'이면서도 현실의 '나'와는 다른 창의적 세상? 아니면 영혼이 외출이나 과거의 회상,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가 되기도 한다. 나는 특정 꿈을 자주 꾼다. 그 꿈은 꾸는 동안 불안의 감정에 지배당하며 깨고 나서는 안도를 한다. 나는 악몽들의 족쇄에서 벗어나고자 글을 쓴다.
꿈 1
기차를 타기 위해 택시에 탔다. 오랜 동네 친구와 함께. 택시는 먼 길을 돌아 도착했고 대합실 가는 길은 멀고 복잡했다. 결국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다. 부산역에서 경산역 가는 기차를 놓쳤다. 예매 취소 후 다시 탄 기차는 잘못 탔다. 다음 역에서 내린다. 또 취소. 조금 더 걸어가서 있는 다른 역에서 기차를 탔다. 또 잘못 타서 또 내린다. 다음 기차는 타는 곳이 엇갈려서 못 탄다.
꿈 2
동창 모임에 참가해야 하는데 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옛날 집에 친구들의 차가 여럿 들렀다가 나를 태우지 않고 그냥 간다. 난 또 늦을까 봐, 못 갈까 봐 전전긍긍한다.
꿈 3
중국 여행을 가기로 했나 보다. 비행기 타러 가는 버스를 놓친다. 시간이 늦어 비행기 취소를 하려는데 잘 안된다. 내가 못 탄 그 비행기는 추락하는 사고가 난다. 비행기표 값이 내 목숨 값이라 생각한다.
꿈 4
무인도에 남편과 내가 떨어졌다. 낮에는 간간이 사람이 찾아오고 집 하나가 덩그러니 있는 섬이다. 낮에는 고운 모래사장에서 놀다가 밤에는 남편이 배를 타고 나갔다 온다. 무더운 날씨와 외로움이 느껴진다. 3박 4일의 여행 일정 중 이틀을 무인도에서 보냈다. 다음날 산으로 여행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무인도인데 버스가 온다). 모래사장 위에 흩어진 옷가지를 대충 쓸어 담고 허겁지겁 버스에 올라탔다. 어느 정도 달리니 버스는 높은 산으로 올라가고 어느새 산은 눈으로 뒤덮인다. 나는 슬리퍼를 신어 발이 시리다. 남편은 다행히 양말을 신었다. 쓸어온 옷가지는 뷔스티에 원피스와 가디건인데 이걸 덮고 밤을 보내려니 막막해진다. 버스를 타고 지나는 풍경은 절경이다. 나는 사진 여러 장을 찍었다. 버스가 중간 휴게소에 섰다. 일행은 어느새 남편이 아닌 밍기로 바뀌었다. 밍기는 일반 휴게소로 생각하고 20분 정도 딴짓을 한다. 버스를 놓칠까 불안한 나는 밍기와 말다툼을 하다 버스에 돌아가자고 한다. 저 멀리 보이는 버스는 좌우를 두리번 하더니 경광등을 모두 끄고 칠흑 속으로 사라졌다.
꿈 5
버스를 놓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야심한 밤 엄마가 나를 깨운다. 내일 소풍을 가야 하는데 버스를 놓치는 게 꿈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깬다. 엄마는 담벼락에 매달린 남자를 가리킨다. 나는 남자를 보고 119에 바로 전화하지 못했다. 아침이 되어 흰색 가운을 입은 의사가 남자의 사망선고를 한다. 나는 119에 전화하지 않은 내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입술을 깨문다.
나는 꿈속에서 늘 늦고, 버스를 놓친다. 꿈은 감정의 해소라던데 나는 초조함을 떨칠 수 없다. 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나는 입술을 깨문다. 앙 깨물어도 아프지 않으면 꿈이다. 자각하는 순간 자유와 안정을 찾는다. 20년 전 처음 꾼 꿈5부터 어떤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 같다. 늦으면 안 될 것을 늦은 죄책감. 꿈5는 어디서부터는 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