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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는 처음이라.

친한 친구 결혼식 축사를 쓰다.

by 헤르만혜서



안녕하세요. 저는 신부의 10년 지기 친구 강혜서라고 합니다. 은화와 저는 한 회사의 최종 면접장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서로 속으로 ‘내가 붙겠구나’ 했는데 둘 다 떨어지는 바람에 입사동기가 아닌 면접 동기로 이어진 참 특이한 인연입니다. 축사를 부탁받았을 때 마치 합격통보를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시작은 입사 라이벌이었지만 지금은 좋은 친구로 뽑혔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좋네요. 많은 분들 앞에서 떨리지만, 소중한 친구의 결혼식에서 축사를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영광입니다.


은화야, 너랑은 정말 자주 만났다. 내가 부산으로 가고, 네가 대구로 오고, 장거리 커플처럼 만났으니까. 내가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싶을 때마다 달려갔더니, 결국 내 사진첩에는 은화 얼굴이 남편 얼굴보다 더 많더라. 핑계는 사진이었지만 사실 나는 너의 에너지를 수혈받고 싶어서 달려왔던 거 같아. 나는 우리 사이를 눈물 섞인 사이라고 말하고 싶어. 면접장에서 많은 걸 알게 돼서 그런가, 슬퍼지려 할 때마다 만났잖아. 막상 만나면 조증 수준으로 좋다는 말만 하고 헤어졌던 거 같아. 근데 우리 최근 1년 사이에 좀 덜 봤더라. 정수 만나고 너 많이 행복했나 봐.


오늘에서야 고백하자면, 사실 정수를 처음 봤을 때, 내가 “사위 삼고 싶다!”라고 생각했었어. 요즘 보기 드문 참한 청년이구나 싶었거든. 아니나 다를까, 누가 뭐라 해도 은화 편에 서주고, 은화를 믿어주는 거 같아서 정말 든든하더라. 은화가 “서면 지하상가에서 목걸이를 살까 말까” 한참 고민할 때 흔쾌히 사주는 모습을 보면서 또 한 번 생각했어. 참 사위 삼고 싶다고. 근데 아쉽게도 내 뱃속에 있는 아기가 아들이어서… 사위는 안 될 것 같고, 사돈이라도 해야 할까 봐.


은화야 부산 올 때마다 질릴 정도로 내가 닭발의 지존만 찾았는데, 매번 같이 먹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청송 이모님 사과 한 박스 따서 보내준 거 너무 맛있었어. 우리 남편은 오글거린다고 안보는 내 글, 네가 읽고 진짜 작가가 쓴 거 아니냐고 응원해 줘서 고마웠어. 너라는 찐 팬이 있어서 내 인생 30대가 활짝 핀거 같아. 탈락, 이별 같은 내리막에도 함께 했지만 취업과 시험, 이직, 결혼, 승진 그리고 출산까지 전성기도 함께 했다고 생각해. 내가 지켜본 은화는 다 잘하고 옆에 있는 사람은 다 잘돼. 나와 정수가 그 증인인 거 같아. 나의 귀인 은화를 이제 정수에게 보내줄 테니 나보다 더 행복하게 해 주길 바라.


은화야. 서로에게 2프로 부족하다 느껴질 때는 내가 언제든 달려갈게.

은화 네가 나한테 비빌 언덕이 되어줬으니까 나는 너에게 숨통이 되어줄게.

너무 아름다운 내 친구

결혼 진심으로 축하하고 사랑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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