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살 때 기준
우연히 플러스사이즈 모델 김지양 씨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사이즈가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처럼, 정말 그럴까?
내 생각을 말하자면 나는 결코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만큼은 사이즈가 그 사람의 최초 가치를 결정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여자의 몸매를 보며 부러워하거나, 내가 더 낫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그렇게 외면만으로도 마음의 줄을 세우다 보면, 나 자신이 참 비참해진다.
다른 사람의 줄에 내 모습이 마냥 꼴찌 일 것만 같은 두려움이 들곤 한다.
이런 불안의 이유는 요즘 사람들보다 내가 더 뚱뚱하기 때문일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보다 날씬한 사람 찾기가 정말 쉽다.
그래서 옷을 살 때도 더 날씬해 보이는 옷 혹은 내 체형을 가릴 수 있는 옷 위주로 골랐다.
"옷을 살 때 저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 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할까 가 중요하다."
<자존감 수업> 중
이 말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옷을 사고 있지 않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기 때문이다.
외형이 최초 가치를 결정하는 건 맞아도, 그게 마지막 내 가치가 되는 건 아니었다.
결국, 나를 알아주고 나와 올바른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나의 몸, 패션에 대해 지적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왜, 그동안 사람들이 두 번 쳐다보지 않을 옷, 내 체형이 드러나지 않는 옷 위주로 입고 있었을까?
불특정 다수의 눈빛이 뭐가 그렇게 두려워서 내가 입고 싶은 옷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서른을 살아보니, 사람들은 나에게 그다지 큰 관심을 주지 않는다. 슬프게도.
사람들의 경멸스러운 눈빛과 아래 위로 훑는 눈빛은 아주 가끔 겪는 것일 뿐
아주 잠깐, 아주 가끔 받는 시선들에 의해 너무 많은 걸 포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른에 나는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기로 결심했다.
내 몸을 감추는 옷이 아니라, 내 마음을 드러내는 옷을 입어보겠노라, 겨우 서른이 되어서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