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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정 Nov 16. 2017

공대 남자에게 원하는 걸 얻는 법

1. 돌려 말하지 않는다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어.
앞으로는 명령어를 정확히 입력해줘”


사귀고 처음 맞은 빼빼로데이, “빼빼로 먹고 싶어”라고 하자 공대생 남자친구는 기프티콘으로 빼빼로 하나를 보내주었다. 어떻게 기프티콘을 주냐고 화내는 내게 그는 혼란스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 일화가 떠오른 건 최근 방영중인 tvN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보고서였다. 남자 주인공들은 IT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공대생 출신으로, 그 중 심원석(김민석)은 코딩 천재 개발자이지만 여자 사람의 말은 잘 이해 못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여자친구가 집 가는 길이 어둡다고 하자 손전등을 사줬을 정도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남세희(이민기)는 아내 윤지호(정소민)가 시어머니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말을 하자, ‘그건 매슬로우 욕구 단계 중 타인의 인정을 바라는 단계’라고 간단히 정의해 아내의 화를 돋군다.      


논리와 구조, 알고리즘을 중시하는 사람 중에는 흔히 말하는 ‘공대남’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감성적이고 관계지향적인 성향의 사람이라면 이런 사람과의 연애를 힘들어하기 마련이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등장하는 개발자 캐릭터를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뼛속깊이 문과 성향인 내가 그동안 공대생 남자를 만나며 시도한 일 중 효과 있었던 것들을 소개한다.    


공대생과 문과생의 인식 차.jpg


우선 공대생 남자에게는 은유적인 표현 같은 건 아예 하지 말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여자들끼리 대화하는 화법을 그대로 쓰면 이해하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엑셀값을 넣는다거나 SIRI에게 명령 내린다 생각하고 커뮤니케이션하면 편하다... 원하는 것의 구체적인 내용과 마감기한을 담백하게 알려주면 남자친구는 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다.

(공대생이 가장 힘들어하는 말 :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같은 값을 입력하면 무조건 같은 값이 출력되는 세계에 익숙한 공대생 남자에게는 일관적으로 반응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똑같은 행동을 했는데 어떨 때는 좋아하고 어떨 때는 화를 내면 그는 어디서 오류가 난 건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 하기 마련이다. 만약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면 남친에게 그에 필요한 구성 요소를 친절히 짚어준 후 기다려준다. 그렇게 알려주지 않으면 그는 계속해서 같은 값을 출력할 것이다. (공대생이 가장 싫어하는 영화 제목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if 로직의 잘못된 예.jpg


“왜 내 입술엔 뽀뽀하지 않는 거야?” 사귄지 한 달 가까이 됐을 때, 공대생 남자친구는 내 정수리에만 뽀뽀를 했다. 취향을 존중하려 했지만 도저히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물었다. 그러자 남친이 대답했다. “입술에는... 사랑한다고 말한 뒤에 할 수 있어.”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과정은 집짓기와 비교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합당하고 논리적인 이유로 순서를 정하고 이를 지키며 일하는데 익숙하다. 만약 그 순서가 일그러지면 어쩔 줄 몰라한다. 공대생 남자들은 사람을 대할 때도 나름의 프로세스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으니, 그만의 방식을 존중해주자.


 


공대 남자는 자주 혼자 있도록 둘 필요가 있다. 그들은 에러가 자주 나는 휴먼들과의 관계에서 평안을 찾지 못한다. 공대 남자들은 혼자 있는 시간을 중시하고, 실제로 혼자서도 잘 논다. 게임이나 콜렉팅, 오덕 생활 등 자신만의 취미 생활이 명확히 있으며 그처럼 투입한 시간 대비 비교적 공평한 결과가 나오는 활동들을 통해 만족감을 느낀다. 장비 욕심이 많아 무언가를 자꾸 사고 팔고 할텐데, 그건 그 사람 삶에서 절대적 기쁨이니 내버려두자. 일상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혼자 놀기로 해소하는 경우가 많으니, 너무 붙어있지 말고 가끔 떨어져 시간을 보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공대생이 힘들다고 말하면 그건 정말 힘든 것이니 그때는 모든 걸 멈추고 상태를 살펴야 한다. 그들은 엄살을 잘 떨지 않는다. 언어 구사 능력과 표현력이 부족하며 공감능력이 다소 떨어지기에 보통은 그냥 혼자 참고 만다. 그런 이가 힘들다고 말하는 건 조난신호를 보내는 격이니 잘 들어주자.      




(저는 이 공대생 스타일과 결혼했습니다.

당연히, 모든 공대생 남자가 이렇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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