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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정 Oct 03. 2017

훈계와 조언의 차이

3. 그에게 진짜로 관심과 애정이 있는가?


회사에서 연차가 점차 올라가면서 편집장이 되었다. 후배들의 업무를 봐주고 피드백하는 일이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결과물을 지적하거나 조언할 일이 많이 생기면서 충고를 하고 싶어질 때마다 내가 정한 원칙의 채에 한번 거른다. 매번 그렇게 하지는 못하지만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첫 번째는 정말로 그를 걱정해서 하는 말인지 생각하는 것이다. 가끔 조언하고 있는 내가 멋지게 느껴져서 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의 대잔치를 할 때가 있다. 나이가 많아지고 연차가 올라갈수록 그런 상황을 제지시키는 사람도 줄어드니 이 말이 꼭 필요한 말인지를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상대를 진심으로 걱정해서 하는 말인지, 조언하는 내가 쓸모있게 여겨져서 하는 말인지 생각한다.      


두 번째는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알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어떻게 수정하면 좋은지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말해야 한다. 나도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이미 상대도 느끼고 있을 문제만 말할 필요는 없다. 그건 상대방의 자존심만 상하게 하는 불필요한 행동이니까.      


세 번째는 그에게 진짜로 관심과 애정이 있는지 여부다. 기본적으로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아무리 고칠점이 눈에 보이더라도 입을 다문다. 나 또한 시작부터 그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에 내 생각이 틀렸을 가능성이 많고, 말해봤자 그도 나를 고깝게 여길 것이기 때문에.      



네 번째로는 확신을 가지는 것만 말하되, 내 말이 진리인 듯 말하지 않는 것이다. 내 의견은 직책과 경험이 가져다준 권위가 있지만 인간인지라 당연히 틀렸을 수 있다. 나중에 있을 창피함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해”가 아니라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하고 물어본다. 또는 “이렇게 하는 게 맞는거야”하고 단언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해봤는데 나는 좋더라고” 같은 식으로 말한다.      


마지막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을 해야 한다면 칭찬을 함께 하는 것이다. 평소에 칭찬을 많이 해둔다. 당신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당신의 어떤 결과물 중 하나에 문제가 있어 수정을 해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정확히 설명하고, 당신은 다른 것은 이미 잘해왔으니 이것만 수정하면 앞으로 더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준다. 부정적인 말이 그를 좀먹지 않도록 신경 쓴다.      



애정과 대안이 있는 것은 조언이고, 자신의 권위를 확인하거나 자랑하려고 하는 말은 훈계다. 나도 살면서 이미 많은 조언을 들었다. 체벌 같은 훈계는 넘친다. 조언은 마음에 넣어두고 잊을 때마다 열어봤지만 훈계는 반성만 하게 하는 자존감 스틸러였다. 나부터 그런 훈계는 안 하고 싶어서 나름의 원칙을 생각했다.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때 자기가 싫어했던 행동만이라도 기억해서 남에게 덜하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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