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냐건, 웃지요
사람이 변하면 죽을 때가 된 거라더라.
근데 요즘 난 달라진 내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난다.
그리고 뭐 사람은 언젠간 죽는다.
하이고오오~~~이만하기 처~언만 다행이다.
하이구야~~~~감사합니다
하루에 요렇게 다섯 번이나 외칠 수 있었던 기막히게 운수?좋았던 그날 얘기를 좀 펼쳐볼까 한다.
10시까지 원주 가톨릭회관 202호에 교육이 있어 가야했다. 운전을 좋아하지만 잘하지는 못하는 1인인지라 8시에는 출발했어야했다. 근데 어딜 가는 날만 특별히 마구 생성되는 모성애 덕에 부엌에서 발목이 잡혔다. 엊저녁 끓여놓은 두부전골을 데워놓고 가야겠다는 생각까지는 갸륵했다. 뚜껑이 스테인리스 재질인 걸 잊은 거니? 잠이 덜깬 거니?
펄펄 끓는 냄비 뚜껑, 그걸 왜 맨손으로 잡냐고요오오오?
것도 오른손으로ᆢ
앗 뜨거!
약 3초 입벌리고 서 있다 호다닥 찬물 틀고 급히 화기를 빼보지만 이미 검지,중지,약지의 일부가 데인 게 확실하다.
아~~이따 기타 반주 되겠나?
그래도 이만하기 천만다행이다.
이건 서막일 뿐이었다.
부엌에서 허둥거린 덕에 네비 도착시간이 10시 5분으로 뜰 때가 되어서야 출발했다. 오른손가락 좀 보호해보겠다고 왼손을 주로 써가며 나름 현란하게 속도를 내보았지만 뭐 겨우 도착시각을 아슬아슬하게 맞춰가겠다 싶을 때였다.
쿠당탕 쿵 콰....앙
털크덕!!!
아.... 이건 뭐야?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 ....는
가을 정취에 너무 젖었나?
도로 한중간에 난데없이 어인 돌덩이며
난 또 왜 그걸 못 보고ᆢ 크허..헉
찰나였고
차는 그대로 주행!
놀란 가슴 쓸어내리고 온 신경을 집중해보니 왼쪽 바퀴쪽이 데인 오른손가락마냥 뭔가 불편한 상태임이 감지되었다.
계기판에 이상신호는?
아직은 없다. 일단은 다행!
3분 후 도착이니 집중하자!
그때!
노오란 경고등이 뜨고야 말았다.
공기압 이상. 뙇
흐엉~~근데 어라?
네비가 막판에 왜 이쪽으로 길을 잡지?
가톨릭회관이 아니라 맞은편 원동성당 쪽으로 이미 차가 네비 쫓아 가고 있다. 가뜩이나 늦었는데 바퀴도 이상한데 어쩌지?
좌회전 돌면서 조바심을 내려놓았다.
천천히 들어가자, 어쩌랴!
돌뎅이에 부딪치면서 차가 돌지 않은 게 어디냐?
거의다 도착해서 돌을 맞은 게 어디냐?
감사할 일이지뭐~
성당은 공사중이라 커다란 덤프 두 대가 떡하니 들어차서 내 차가 쉴 곳은 없어보였다. 그대로 언덕길을 조심스레 내려와 바로 아래 유치원쪽 주차장으로 고개를 디밀어보았다. 빈자리가, 빈자리가 없....
있다!!
빼곡한 차들 사이 딱 한자리가 남아 있는 것이다.
어맛, 감사합니다!
가 절로 나왔다. 그제서야
가톨릭회관으로 제대로 갔어도 주차할 곳이 없었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토요일! 10시! 늘 행사가 두세 개 이상인데다 주차장은 손바닥만했기 때문이다.
일단 차는 안식을 취하고 있을 터
나는 뛰자!
동해에서 꽤 오래 카센터를 운영하고 계신 큰형부 찬스로 대충 타이어 문제쯤이고 보험 출동서비스 부르면 또 대충 해결 가능하리라는 정보를 위안 삼았다.
역시 꼴찌 당첨이었으나
이 초유의 사태를 겪고도 나름 평온하게 교육을 받고 있는 내가 어쩐지 놀라웠다.
올~~~~
제법인데?
교육 끝~~~
이제 보험 출동 서비스를 불러볼까?
10분이 채 안돼 당도한 서비스 기사님은 그야말로 프로페셔널했다.
그
러
나
내 바퀴 상태 역시 프로페셔널한 후속조치 없이는 동해까지 장거리 운행이 불가한 상태라 하신다.
태어나서 그렇게 큰 견인차에 동승한 적은 처음이었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른채 정비업체로 실려가면서
오늘 저녁 미사반주, 그리고 동해문화예술회관 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 관람은 물 건너갔구나하는 망필이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었다.
프로 기사님은 나와 내 차를 생경한 어딘가에 부려놓고 쎄이 굿빠이~
바퀴를 쁘로빼셔널하게 들여다보신 어나더 기사님은 대략난감 중인 내게 청천벼윽력 같은 소리를 쏟아놓으신다.
휠을 바꿔야하는데 같은 제품이
없
을
수
도
있어요.
타이어 고무 아니고 휠ᆢ휠이라구닙쇼?
이제부터 수소문해볼테니 고객대기실서 기다리라신다. 만약 없으면 어떡하냐니까 그럼 차 맡겨두고 가란다. 안돼요.~~~~~~~~~
오늘 동해 내려가야해요.
어떻게
안되겠냐고
읍소를 해놓고
대기실에 구겨져 책나부랭이나 보려했지만 눈에 들어올리만무!
별 소용도 없을 남편찬스를 쓴다. 심리적인 위안이라도 얻으려고ᆢ
정 안되면 렌트카로 내려가란다. 그럼 내차는 은제 찾냐고오오오오~~~~~~
그때
기사님이 부르신다
쪼르르 가니
내 사정 딱한 것 같고 근거리 반경 내, 같은 차종 휠은 없으니 차선책으로 임시방편 기술적으루다 해줄터이니 그리하겠냐신다.
아이쿠우 감사합니다.
나간 앞바퀴와 멀쩡한뒷바퀴를 바꿔 끼우고
돌뎅이 맞아 충격에 꾸~부러진 휠을 토닥토닥 잘 뚜디려서 당분간이라도, 내가 동해에 도착할 때까지 만이라도 바람이 새지 않게 임시조치를 취해주시겠다는 거였다.
오~~~
이르케 감사할 데가ᆢ
이제 책의 활자가 눈에 들어온다.
비용은 결코 저렴하지 않았으나 꽤 짧은 시간에 기술적인 조치가 마무리된 데다 렌트 비용에 비하면 가성비 나쁘지 않다 싶어서 그저 감사했다.
어머~~정비사님 기술이 좋으신가봐요
라며 립싸비스 살짝 얹어드렸더니
단, 과속은 금물!
고속도로지만 고속으로 가시면 안된다~하신다. 아재개그인가?
오늘 중으로만 들어가면 됩니다~~ 했다. ㅎㅎ
기타 반주는 어찌어찌 되겠으나
공연은 저~~~멀리~우우우 우우
나 떨고 있니?
3시가 훌쩍 넘었다. 점심도 거른채
그래도 다행이라며 다시 찾은 내 차를 몰고 고속도로로 고속 안할거지만 들어섰다.
갑작스런 이 모든 상황에 긴장한 탓인지 허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에구
내가 그동안 남편 찬스로 별탈없이 차를 끌고 다니며 살았구나 싶어지면서 별 도움도 안된다고 투덜거린 좀 전의 나를 반성했다.
고속도로에서 8,90키로로 슬슬 기며 가다보니 졸음이 쏟아졌다. 창문도 열었다가 남편에게 전화도 걸었다가 음악도 크게 틀었다가 심지어는 노래까지 불러가며 졸음을 쫓았다.
강릉대관령휴게소가 저 앞에 보이니 좀 안심이 된다싶은 찰나였다.
밥도 굶고 너무 신경을 바짝 쓴 탓일까, 긴장이 풀려서였을까
갑자기 오른쪽 종아리에 쥐가 올라오는 것이었다.
냐옹
우리집 맞이냥이 "없어"가 그립기도 전에 통증이 온몸을 뻣뻣하게 조여온다.
비상등을 켜고 진땀을 흘리며 겨우겨우 차를 오른쪽으로 붙여 휴게소로 진입했다.
고통 속에 간신히 주차를 하고 의자를 뒤로 밀어냈다. 쥐가 풀리는 스트레칭을 하는 중에도 통증과 공포가 나를 휘감았다. 머리털이 쭈뼛 설 지경이었다.
모
골
이
송
연
하
다
딱 이때 쓰는 말일 터
안그래도 걱정하고 있을 남편한테 이 얘긴 함구해야겠다.
경련이 풀리고나니 맥도 풀렸다
그제서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씨~~~~게!
휴게소 입구께에서였기 망정이지.
아유 생각도 하기 싫다.
정말 억세게 운수 터진 날 아닌가
타이어 휠이 아니라 내 목숨길이 꾸~부러질뻔한 아찔한 순간을 하느님이 보우하사 모면한 터였으니 말이다.
결국
미사도
공연도
못
갔지만
버라이어티 원주나들이가 해피 & 감사 엔딩이어서 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하하하하하하
바로 위 이미지는 ai가 만든 것이며 대문 그림은 손정숙의 작품임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