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앤셜리 Jul 18. 2023

오늘 당신이 잠 못 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럼 어떻게 살아야 편히 잠들겠니?'

내 소원은 아주 작다. 매일 밤 잠들기 전 "오늘 이만하면 잘 살았다"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는 삶이면 된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편히 잠들겠니?'

스스로에게 묻는다.

'글 쓴 날은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늘 글을 쓰고 싶었고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니 당연한 대답이다. 단 한 번도 글을 제대로 써본 적도 없으면서 그랬다. 맞다. 나는 글을 쓰고 싶다고, 언젠가는 내 글을 쓸 거라고 말하며 서른네 해 동안 내 꿈에 직접 부딪친 적이 없는 허풍쟁이였다.


그 대신 내가 한 건 글쓰는 척이었다. 방송작가, 편집자라는 직업이 그 수단이 되어 주었다. 내 감정, 내 생각을 담은 글은 쓸 용기가 없어서 영상을 위한 글, 책을 위한 글을 쓰며 글쓰는 기분만 느꼈다. 그렇게 글 언저리를 맴돌면서 이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만족하는 척했다. 매일 밤 '오늘도 이게 다야?' 하고 잠들었으면서.


그런데 어느 날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런 하루를 살다 보면 나는 인생이 끝날 때도 '뭐야, 사는 게 이게 다야?' 하고 죽겠구나.


그건 끔찍했다. 세상이 날리는 화살을 피하고 막아내기에 급급해서 제대로 공격 한 번 해본 적 없는 삶, 그저 제 몸 하나 잘 보전하다가 가는 삶이라니.


그래서 공격을 해보기로 했다. 세상이 한 번도 나한테 해보라고 시킨 적 없는 것, 글을 써보기로 한 것이다. '글 같은 거 써서 뭐 해? 누가 네 글 읽어주기나 할 것 같아? 사실 너 글도 못 쓰잖아?' 하는 목소리에 겁이 나서 여태 미뤄왔던 일을 시작한 것이다. 글 하나만 쓰면 다른 거 다 못 해도 편히 잠들 수 있을 테니, 그런 하루하루를 쌓아가다 보면 적어도 '뭐야, 삶이 이게 다야?' 하며 죽진 않겠지.


어쩌면 사람이 태어나는 이유는 남들은 다 별로라고 하는데 자기한텐 미치도록 좋은 것, 그거 하나 하다 죽기 위해서가 아닐까. 자기계발 같은 거 안 해도, 갓생 같은 거 안 살아도 밤에 '나 오늘도 제일 좋아하는 거, 제일 중요한 거 하나는 했네.' 하며 편히 잠드는 하루를 쌓다 보면 삶의 끝에서도 그토록 원하던 무언가, 마음속을 꽉 채워주는 무언가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나도 아직 그게 무엇인지 만나지는 못했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안다. 오늘 밤 이 글을 쓰고 나면 오랜만에 편히 잠들 거라는 것.

작가의 이전글 육지의 근심 걱정 다 내려놓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