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성장이야기
경미바구니. 내바구니.
바지락보다 진흙이 더 많아서 물에 한번 흔들면 내바구니에는 남는 것도 없었다. 쳇, 오늘도 너때문에 내 등짝 날아간다. 큰누무 지지배가 동생보다 못해서 바지락 마저도 덜 잡는다고. 큰기 저러니 집안이 뭐가 되겠냐고. 고목나무보다 더 거친 울엄마 손에 내 등짝 남아 나질 않는다. 바지락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꼬무락 망둥어, 겁쟁이 칠게들을 눈앞에 펼쳐놓고는 정신없이 노는 사이 경미에게 꽃길을 열렸다. 바지락 꽃길. 경미는 그냥 열심히 주어 담기만 하면 된다. 내바구니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칠게 열마리, 개한테 줘도 안먹는 새끼망둥이 다섯마리. 그리고 바지락 스무개쯤. 경미바구니는 오늘 바지락 국 긇여먹어도 낼 먹을 것까지 소담스레 수북이 남아 있다. 그렇게 바다마저도 언제나 나에게만 불공평했다.
울엄마처럼.
“갱순아, 이 쓰글누무 가스나, 아침부터 어딜 싸질러 다녀서 뒤꽁무니도 쳐 안뵈냐!”
아침이면 나를 꼬득이는 바다의 부름에 무작정 겟벌로 달려 간다.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들이 오늘은 무슨 모양을 만들까. 저건 코가 기니까 코끼리, 이쪽꺼는 네모나서 자동차라고 할까. 가물가물 구름을 바라보고 있으면 모래 깔고 햇빛을 이불삼아 낮잠을 자기도 쉬었다.
“이 가스나는 오데 갔노? 동생들 안보고!”
살짝 고개를 돌려보니 몽둥이 들고 움푹움푹 모랫길을 내달리는 울엄마. 아지랑이 가르고 성큼성큼 한달음에 달려오는 모습이 꽃무니 몸빼 입고 사람잡으러 날뛰어다니는 저승사자 같다. 도망갈까. 혹시 못봤을지도 모르니 비비적비비적 모래속으로 아예 꺼져버릴까. 아니면 에라 모르겠다, 날아오는 몽둥이 세례 온몸으로 받을까봐 벌떡 일어나 내달리기 시작한다.
“왜 맨날 나한테만 그래! 경미도 있짜나!”
매를 버는 발악 한마디. 아무리 울엄마가 늙었어도, 아무리 내가 100m 달리기 일등선수라도 울화통 터진 울엄마 내달리는 속도를 감당할 수는 없다. 모래밭은 비웃듯이 내 다리를 잡아 당기며 사그럭 사그럭, 열 걸음도 못 달려가 머리채를 잡히는 나를 차알싹 차알싹 파도가 조롱한다. 등이 뻘개지도록 수도 없는 매타작. 아파 죽는다. 나만 무슨 죄라고. 맨날 약한 척 착한 척 경미도 미워 죽겠고 맨날 나를 욕받이 매받이, 못잡아 먹어 안달난 꽃무늬 몸빼 입은 저승사자같은 울엄마도 싫다.
징글징글 딸딸딸딸. 하나 낳고 또 낳아도 딸, 연달아 셋째랑 네째는 쌍으로 딸딸. 으메, 고추 밭에는 퍼런 고추, 뻘건꼬추, 허벌나게 큰 고추, 째까난 고추, 고추도 잘만 열리는데 니기럴 니 어매 뱃속에는 그 흔한 고추 쌍방울 안 열리고 맨날 아무짝에도 쓰잘때기 없는 조갑지만 주렁주렁 달려 분다냐! 하다하다 쌍으로 조갑지를 까불어? 흐미 허벌나게 징허다 징혀! 할무니도 볼때마다 애맨 나만 들들 볶는다. 반은 욕 반은 사투리. 나는 알아들을 방법이 없다. 저리 허벌나게 많이 싸질러나서 내 아들은 대 이을 고추 하나 없으니 내아들 저 놈 불쌍해서 어찌하느냐고. 어떨때는 마루 턱에 걸터앉아 억울한 사람마냥 허벅지를 탁탁치며 우시기도 한다. 왜 할무니까지 나만 보면 생트집인지, 할무니가 논두렁 셋길 건너며 갱순아, 이 썩어 문드러질 가시내 뭣하고 자빠졌당가. 워매 염병허니 길이 뭣땀시 요로코럼 미끄럽다냐. 갱순아. 싸게싸게 안나오냐. 멀리서 할무니 우리집 오시는 기척이라도 나면 난 그냥 뒷마당 장작때기 옆틈으로 숨어 있다가, 찍소리도 안내며 몇시간이고 숨어 있다가 어르름한 저녁이면 스믈스믈 기어나온다. 어떨때는 파도에 떠밀려 죽은 망둥이마냥 모래사장에 누워 멍하니 있기도 한다. 저 멀리 달아났던 바닷물이 조무락거리며 갯벌을 조금씩 조금씩 삼키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 재미있다. 파도따라 까묵까묵한 칠게들이 왔다갔다 바삐 움직이는 모습들도 재미있고 어쩌다 끼룩끼룩 날라오는 갈매기도 나랑 같이 논다. 시간 가는줄도 모른다. 온종일 어디를 또 싸질러 다니다 이제서야 쳐 기들어오냐! 순천댁 할무니는 어찌어찌 날깜깜해지면 가시는데, 할무니보다 더 센 경상도 억척 엄마 등짝 타작에 날마다 동네북.
울엄마 봄 여름에 잡던 바지락 대신 겨울 굴 따러 간 사이 쌍둥이 세째 내째가 똥 싼 기저귀 휘두르며 벽에다 똥벽화를 그려데던 그날. 추워도 추워도 그리 추운 날은 내 생전 처음. 똥 치울 용기도 없고, 착한 척 똥 범벅 둥이들 옆에 서서 울고 있는 경미도 싫고. 드러드러 저리 드런 광경도 내 생전 처음이다. 차라리 나도 굴이나 캐보자. 엄마만큼 잡으면 때리지는 않겠지. 꽁꽁 언 바다로 달려가 굴 한 개 캐고 나니 손가락 마디마디 찢어질 듯 하다. 이렇게 추운날 갯벌에는 망둥이도 있을 리 없고 꼭꼭 숨어 입 닫아버린 굴 겨우 다섯께 캐고 포기. 울엄마는 이걸 한 자루만큼 어떻게 잡아. 사람이 아닌가 봐. 문득 엄마 걱정에, 아니 등짝 타작 걱정에 집에 돌아가 둥이들이 저지른 그 엄청난 똥벽화를 닦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아냐 아냐. 걔네 똥은 이 세상에서 일등상을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지독한데 그걸 어떻게. 차라리 디지게 맞는 게 낫다.
똥냄새 그득한 방안에 똥범벅 애들을 버려두고 도망나갔다가 어둑어둑 집에 돌아오니 경미는 얼마나 울었는지 개구리마냥 눈이 툭 튀아나와서 흑흑거린다. 왕눈이가 눈이 퉁퉁퉁 부으니 나보다 백배는 더 못생겨서 지친 모습으로 한쪽 구석에 앉아있다. 똥범벅 둥이들은 마른 똥 덕지덕지 온몸에 감고,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렇게나 잠이들었다. 성질이 머리끝까지 치솓은 울엄마는 얼굴이 씨뻘건 고구마처럼 울퉁불퉁. 도깨비, 귀신, 염라대왕은 무섭기나 하지 때리지는 못하니 차라리 엄마보다 낫다. 진흙 범벅이 되어 굴 다섯 개 들고 들어오는 나를 보자마자 울엄마 내 등짝에 고목 손바닥 내리 꽂는다. 임금님이 못된 짓 하는 신하들에게 곤장세례했었다고 테레비서 봤는데 울엄마 손바닥은 그거보다 더 무시무시하다. 중곤도 아니고 대곤, 젤 큰 몽둥이 곤장 세례도 그만큼은 아프지 않았을 것을…….
“내가 니때문에 참말로 참말로 우찌… 사람이가 니가! 인정머리 눈곱만치 없는 이누무 가스나야 . 엄마가 바다 가서 쎄가 빠지도록 일하고 와도 집이 이리 똥범벅인데 쳐 밖에 나가 놀다오냐 ? 나가 죽으라 고마!”
“내가 똥을 어떻게 치워! 나도 더럽단 말야 !”
“아이고 무시라무시라. 내가 저누무 가스나 때문에 지명에 못살지, 남편 복 없으면 자슥복은 있겠나!”
똥은 내가 발랐나. 똥바른 죄인은 따로 있고 경미년은 옆에서 울기만 했는데 굴 다섯 개라도 잡아온 나만 또 매타작. 엄마도, 멍충이 바다도 너무 불공평해. 착한 경미에게만 열리는 바지락, 굴 꽃길이 나에게도 한번 열렸어도 매타작은 없지. 추워 죽을뻔했는데 손도 못 녹이고, 엄마 말대로 나가 죽어뿌러야지 하고 모래밭으로 달려가 노을만 바라본다. 얼어 죽겠는데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노을은 맨날 왜 저렇게 이뻐. 구멍이 숭숭 뚫려 궁색맞게 해를 가린 구름 사이 삐져나온 붉은 햇살이랑 노랗게 빨갛게 온 하늘을 그렇게. 그림을 그려도 저거만큼 잘 그릴 수 있을까? 나 같은 건 신경도 안 쓰고 저렇게 이쁘면 너무 화가 나잖아. 꾹꾹꾹 참으려고 해도 눈물이 두 볼을 타고 내린다. 노을은 점점점……이쁘다. 멍충이 노을은 아무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이쁘기만 하다.
내 놀이터 바닷가 방죽 길.
눈뜨자마자 아무도 모르게 몰래몰래 필사적으로 뒷문으로 도망치듯 나오는데 줄줄이 대롱대롱 줄사탕처럼 동생들이 또 따라붙는다. 방죽에서 놀다 보면 보초 서는 군인 아저씨들이 지나간다. 멀뚱멀뚱 서서 지나가는 아저씨들 눈 껌뻑이며 쳐다보고 있으면 먹다 남은 건빵도 주고 물 부어 끓여 먹는 라면도 주고 뜻밖의 횡재가 많아서 오늘도 또 혹시나, 기대감에 부풀어 바다로 나간다. 오늘도 건빵 하나 건지면 얼마나 좋을까. 몰래 혼자 먹어야지 계획도 다 세웠는데 다 틀렸다. 기를 쓰고 달려도 줄줄이 엮여 한몸이 되어 달려오는 끈질긴 동생들은 절대로 나를 놓치는 법이 없다. 있는 힘껏 달려! 숨이 끊어질 듯 달리다 뒤를 돌아보니 흙먼지 일으키며 죽어라 동생들이 기를 쓰고 달려온다. 젠장, 오늘도 걸렸네. 한시간 두시간. 오늘은 어쩐 일인지 방죽길에 개미새끼 한마리 안 지나가고 처억처억 파도만 조용히 모래 턱을 때려댄다. 이세상에 나랑 못난이 내 동생들만 남은 것처럼.
장미로 태어났으면 남의 집 앞마당에서 물이랑 거름이랑 저절로 얻어먹으면서 편히 살았을건데. 해당화, 너도 꼭 우리같다. 생긴건 장미 비슷하게 태어났는데 남의 집 마당 대신에 바닷가 방죽길, 모래밭 끝자락, 아무데나 피어서 아무렇게 저버리는 꼬라지가. 색깔만큼은 진한 분홍빛이어서 이 회색빛 바다에 어울리지 않게 선명하다. 나랑 못난이 내 동생들, 칙칙한 바다랑 모두 회색 아니면 검정색에 빛바랜 흰색인데 해당화 꽃잎만 피를 닮은 듯 진분홍. 어쩌라고 그리 색깔이 이쁜지는 모르겠다. 부질없이 이쁜 꽃잎을 때어 방죽아래로 날려본다. 진분홍 해당화 꽃잎이 눈처럼 내린다. 여름에도 저렇게 진한 분홍 꽃눈을 내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다 가시에 찔려 앗따가워 손가락을 보니 피가 한방울. 해당화 니깟것 몸에 가시는 뭐하라고 달렸나 모르겠다. 우리빼고는 만져줄 이도 없는데. 지킬것도 없으면서. 해당화 꽃을 꺾으며 놀다가 비탈진 방죽 길 아래쪽으로 조금 내려갔다. 이게 왠 횡재인가. 아래쪽을 보니 딸기나무가 그득하다.
“와, 딸기나무 좀 봐”
“언니, 내려가서 딸기 있나보고 따와라”
“니가 따먹어 개년아 .”
셋째 넷째 쌍둥이도 아슬아슬하게 비탈진 방죽 길 중간쯤에 매달려 있는 딸기 몇 개를 보고 좋아서 난리다. 어쩔 수 없이 비탈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려갔다. 진짜 큼지막한 딸기들이 수두룩이다. 딸기를 보니 눈이 돌아갔다. 위에서 본 것보다 더 크고 빨간 것이 주렁주렁 스무 개쯤은 열린 듯하다. 한 개 먼저 따먹으니 쫄쫄이 굶은 내뱃속에서 아우성친다. 더 내놓으라고. 이걸 다 따서 올라가 저 많은 동생들과 나누어 주고 나면 먹으나 마나. 쟤들은 여기에 딸기 몇 개 있는지도 모르니 세개만 따가고 나머지는 몰래 몰래 다 먹어버릴까. 쟤들은 내려올 수도 없으니까. 고개를 푹 숙이고 허둥지둥 딸기를 따 먹는다. 한 개 두 개 이빨로 깨물 틈도 없이 입안에서 한 가득 터지는 딸기 과즙.
“언니 빨리 따가지고 올라와, 뭐해?”
“아, 기다려. 찾고 있잖아”
빠꼼이 방죽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경미년 얼굴. 메롱. 히히. 들은 척도 안 하고 또 한 개 따 먹었다. 눈치 빠른 애들이 딸기도 못 보게, 내가 몰래몰래 먹는 것도 못 보게 등을 돌리고 있으려니 아슬아슬 몸이 밑으로 쓰러질 듯하다. 엉덩이는 균형을 잡느라 들썩들썩, 간신히 버티고 딸기찾아 삼매경. 딸기 다섯개 따먹으니 어차피 아무도 몰랐는데 남은 것도 다 내꺼다. 첨부터 없었다고 하면 알게 뭐람. 딸기인 줄 알았더니 흙이었다고 해버리면 되지. 또 한 개 먹으니 더 내놓으라고 뱃속거지들이 어미 새 기다리는 새끼들처럼 아우성이다. 또 한 개 따서 반 토막을 아낌없이 베어먹는다. 흐흡, 호로록. 딸기 국물 한 방울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내 입술이 낼 수 있는 최고 쎈 힘으로 흐흡 , 떨어지려는 딸기 과즙을 호로록 쭉 빨아들인다. 울엄마가 큰기 됐음 동생들한테 좋은 것도 양보하고, 동생들이 아프면 엄마처럼 돌봐주고 때리지도 말고 먹는 것도 챙겨주고 그러랬는데. 이 딸기 앞에 그런 거 하나도 생각안나. 위에서 동생들이 부르거나 말거나 한 개 먹고 또 먹고. 열개, 열 한개……열 다섯개나 입으로 호로록 호로록.
“야, 너 뭐 해! 몰래 너만 먹는거 아냐? 너만 먹고 왜 안따오냐고 !”
“앙 언냐 언냐 , 큰언냐 , 나도 나도. 나도 딸기 먹고 싶어쪄.”
“야, 너 진짜 죽는다!”
누구 목소리인가.
분명히 경미 같은데 사자가 울부짖는 것 같은 소리에 위를 돌아보니 큰 무엇이 내 머리통을 날린다. 퍽! 피하기도 전에 날아온 짱돌 하나 내 머리를 퍽치고 떨어지고, 짱돌에 균형을 잃은 어정쩡한 내 몸이 끝도 없는 방죽 밑으로 굴러떨어진다. 끈적끈적한 것이 얼굴이며 머리며 온통 범벅으로 휘감아버린다. 피 난다. 씨뻘건 피.
“으악 , 언니 언니 !!”
“큰언니, 큰언니!!”
“으앙, 우리언니 어떻해. 으앙”
도르르 굴러 떨어진 도랑 끝의 어느 즈음에서 겨우 눈을 떠보니 방죽 위에 도레미 애들 얼굴이 쪼르륵. 쟤들이 누구지? 꼭 제비 새끼들 같다. 쟤들은……웬수같은 내 동생들. 쟤들이 저렇게 못생긴 얼굴로 울고 있다. 언니 일어나… 언니……. 여기가 어디야? 난 또 왜 여기 누워 있고. 얼굴에 흙범벅, 피범벅. 근데 입가에 달콤한 것이 먹다 남은 딸기 과즙도 퍽 하는 소리랑 같이 터져 나왔나 보다. 아파 죽겠는데도 달콤해. 혓바닥으로 입 주변 딸기즙 한번 핥아먹는다. 내가 죽은 건가? 아프다. 머리통이 아프다. 딸기 몇 개 따먹다 무슨 날벼락. 짱돌은 왜 날라왔을까. 누가 나에게 짱돌을 던졌을까. 주인도 없는 딸기 따 먹던 죄밖에 없는 나에게. 아까 날린 해당화 꽃잎들이 쓰러져 있는 내 위로 도르르르 휘날리며 사뿐히 내려 앉는다.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내 몸통위로 사뿐히. 꽃비가 내린다. 다시 질끈 눈을 감았다 다시 떠보니 하늘에 구름이 떠간다. 구름이 오늘은 양 떼들이 늘어져 집으로 들어가는 모양이니 저건 학교에서 배운 고적운, 그런데 가만히 보니 꼭 양털이 늘어져있는 모양 같기도 한데 양털 늘어진 모양이 무슨 구름이었더라. 생각이 안 난다. 머리가 어찌 된 건가. 구름 이름은 다 알았는데. 자연시간 구름 이름 쓰기 시험볼때 100점 받았는데……짱돌에 맞은 내 머리 돌대가리 됐다 보다.
“언니야! 큰언니야! 괜찮아?”
“언니 미안해. 언니, 진짜 미안해.엉엉엉”
경미가 운다. 착한 척 이쁜 척 또 울어. 제가 울면 나는 매타작! 얼른 일어나야지. 정신을 차리자. 비척비척 일어나는 내 모습이 꼭 무덤에서 관뚜껑 열고 나오는 내 다리 내놔 귀신 같다. 머리는 어질어질……다리를 삐었나……팔이 부러졌나 온몸이 다 아프다. 어그적 어그적 기어올라가는데 너무 아파. 그래도 차라리 이게 울엄마 매타작보다는 낫다.
눈물 콧물 땟국물. 방죽 위에서는 울음 합창에 귀가 찢어진다. 방죽위로 올라온 내 모습에 놀란 세 땟국물 동생들이 으앙 더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린다. 이마 위 짱돌이 스친 곳을 만져보니 아직도 뜨끈 뜨끈 피가 흐르는 듯하고 얼마나 찢어졌는지 쓰라리고 아프고 어질어질하다. 나도 같이 운다. 먼지구댕이 흙에 피에 먹다만 딸기즙 범벅으로 떡진 큰 땟국물 하나. 그 옆에 도레미 땟국물 세마리. 울음소리에 옆집 아줌마 놀라서 달려오시고 나는 너무 아파서 잠깐 앉아야지 하다가 픽 쓰러졌다.
“아이구 여자애 이마를 짱돌에 찍혀서 어쩌면 좋아. 흉이 아주 크겄어……”
“무시라 무시라, 내가 큰누무 저 가스나때매 아주 디 죽겠다 참말로.”
“으째 짱돌을 누가 던진거랴. 지지배 얼굴에 어쩐디야. ”
“참말로, 극성도 극성도 지가 혼자 촐싹거리고 싸돌아 다니다 다친거지 누가 짱돌을 던졌겠노. 지 동생들은 안그러는구만, 큰게 참말로 답이 없따꼬 답이……큰 가스나가 억세다 억세다 저래 억센 가스나는 내 첨본다마. ”
“이래 됐으니, 약이나 잘 발라줘. ”
“욕봤으예. 고마 된장 쳐 발라줘도 되는 거를 뭐 이래 약까지 …고맙워예”
고개길 넘어 이동네 젤 똑똑이 약국아줌마, 우리집에 오셨다. 아줌마, 고맙습니다. 하마터면 머리에 된장 쳐 바르고 다닐 뻔 했어요. 울엄마는 내가 미워도 진짜 미운가보다. 머리가 아파서 눈물이 나는지, 나같은 딸 나아서 고생하는 엄마가 불쌍해서 눈물이 나는지, 짱돌 맞아 머리 찢어졌는데 짱돌 던진 사람은 없으니 억울해서 눈물이 나는지 줄줄줄 양볼 타고 뜨거운 물줄기가 하염없이. 그칠줄 모르고 흐른다.
머리를 만져보니 붕대로 칭칭. 약국 아줌마는 머리만 다쳤다고 했는데 머리 아픈 거는 둘째고 팔이랑 다리랑 쑤시고 따가워. 벌써 5일째 밖에도 못 나간다. 저번 겨울 초코파이 준다 해서 교회 갔더니 하느님이 세상 사람 공평하게 사랑하신다 했는데. 고작 딸기 열다섯 개 따먹은 죄가 이만큼 큰가. 다시는 혼자 딸기 따 먹지 않겠습니다. 가만히 누워있자니 몰래 먹던 딸기 맛이 입 속에 가물거린다. 딸기 하나, 딸기 두 개….딸기 열다섯 개…….그리고 날아온 짱돌. 가만. 그러고 보니 짱돌 너머에 분명히 왕눈이 튀어 나올 거 같은 일그러진 경미 얼굴이 있다. 경미다. 나에게 짱돌을 던진 그년.
“야, 이 개년아. 니가 나한테 짱돌 던졌지!”
“언니…….아니야, 나 아니야”
“왜 엄마한테 얘기안했어! 나쁜년! 빨리 엄마한테 얘기해! 빨리!”
“으앙….”
경미가 운다.
“아이고 무시라, 이 쓱어빠질 가스나가 왜 또 동생을 쳐 잡아데고 지랄이냐 지랄이!”
“엄마, 경미가 나 머리 찍었어. 짱돌로 내 머리 찍은 년이 경미라고!”
“뭐라카노. 처 눕어자라. 니때문에 내 제명에 몬 산다. 무시라 무시라”
주인없는 딸기 따먹은 죄로 얻은 이마위에 찍힌 큼지막한 죄인도장.
내 이마에 지그제그로 찍혀 있는 상처는 약국아줌마 말처럼 흉터 될 것 같다. 볼록한 것이 꼭 도깨비 뿔 처럼 튀어나와서 점점더 커지는 것 같고, 머리로 덮어봐도 가르마 사이로 자꾸만 삐져나온다. 바지락 잡이도, 멍충이 망둥어 어부렁어부렁 춤추는 모습도, 못생긴 칠게 빼꼼 빼꼼 겟벌 숨박꼭질도 다 싫다. 썰물 파도소리 들으며 모래사장에 누워 구름모양 보고 노는 것도, 아무짝에 쓸모없이 이쁘기만 한 해당화꽃도, 하릴없이 날아다니는 잠자리까지도. 다 꼴보기 싫다. 화가난다. 경미보다 못생긴 얼굴, 딸 여럿 낳아도 큰기 저래 못생겨서 큰일이라고 울엄마가 부엌에서 동네 아줌마한테 하는 얘기 다 들었다. 그래도 이마에 이런 거 없을때는 알게 뭐람. 신경도 안썼는데. 할무니가 어쩐 일인지 어릴적에 못생긴 애들이 크면 이뻐진다면서 내 머리 토닥토닥, 허부렁 하늘위로 까진 니 벌렁코도 크믄 다 이뻐질텡게, 씨잘데기 읎는 걱정 말라고 했었는데. 테레비에 보면 못생긴 여자도 루즈 바르고 분바르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이뻐졌으니까. 못생겨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마에 이런거 생기기 전까지는 암것도 아니었다. 이마에 흉진 모습으로 평생을 살다가 어른이 되면 사람들이, ‘경순씨, 어쩌다 이마에……’ ‘어릴적 방죽에서 딸기 몰래 훔쳐먹다가요……’ ‘딸기 훔쳐먹다 어쩌다가 그리 큰 흉터가……’ ‘동생이 짱돌로 찍었어요……’ ‘아이고. 동생은 어머니께 많이 혼났겠어요……’ ‘아니요. 어머니는 모르십니다. 아무도 몰라요.’ 눈물이 주루룩 뺨을 타고 흐른다. 아무도 누가 그랬는지 모르는데, 아무도 나를 믿지 않는데. 나는 이 부글부글 긇어서 타버릴 것 같은 기분을 어디다 풀란 말인가. 경미가 미워서 실컷 때려주고 싶다. 섬그늘에 굴따러 간 엄마 기다리다 동생 기저귀 재때 안갈아줬다고, 한나절 짤짤거리고 돌아다니기만 했다고 등짝이나 때려대는 울엄마, 이런 집 따위. 짱돌에 맞은 머리는 아직도 아파 죽겠는데, 아픈 것보다 억울해서 눈물이 그치질 않는다.
“저눔 가스나, 머리빡도 아프면서 어데가노. 또! 주둥이는 댓발 나와서, 아이고 무시라 무시라. 고마 까질러 싸돌아댕길 생각말고 누부 자뿌라. 문디 가스나야”
걱정은 커녕 맨날 욕만 하고 아파도 본척만척 하는 울엄마. 미워! 머리빡이 아프거나 말거나 집을 뛰쳐나왔다. 저녁 어스름이 짙게 깔린 모래사장에도 노을이 내려앉은 듯 노랗게 빨갛게 물들었다. 사리랑 조금이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사리때가 되면 바닷물이 모래사장 거의 끝까지 들어오는 건 잘 안다. 사리때구나. 바닷물이 찰랑찰랑 촤악촤악. 다리는 찰랑거리는 바닷물에 담가 버리고 몸통은 아직 젖지 않은 모래사장 쪽에 누인다. 시계도 없으면서 때 되면 물들어왔다, 때 되면 물 나갔다가 멍충이 바다. 할무니가 갱순이 저 썩을 것은 깐딱허먼 입주댕이 허벌나게 나와서 어매 말도 안들어 쳐묵는 것이 주댕이를 자방틀로 꼬매불어야제. 가시앙년이 조래 우악시러워서. 저 년 뱃속에 큰 밥통 하나 말고도 더 큰 심술보 하나 더 들어 있당게. 큰일이구먼 큰일. 그랬는데 지금 내 심술보가 터져서 밖으로 나와버릴 거 같다. 쌍둥이 태어나던 그날, 나는 3학년. 쌍조갑지 나왔다고 할무니 울엄마 애들 낳자마자 미역국도 안 끓여 놓고 집으로 가버리셨다. 어찌어찌 연락된 외할무니 갱상도 어디서 울엄마 쌍둥이 나았다고 힘들게 힘들게 꼬부랑 허리로 올라오셨을 때, 양철 쪽문 앞에 눈물 흘리며 그 꾸부정하게 오그라진 허리로 쓰러질 듯 서 계셨다. 애 낳은 지 몇시간 안 된 몸으로 기저귀 빨고 있는 엄마 보고 외할무니 쭈글쭈글 주름얼굴 눈물로 물들고. 퉁퉁 부은 몸으로 어정쩡하게 서 있던 울엄마 얼굴도 눈물로 물들고. 그때도 외할무니는 나보고 큰기 되서 무시라무시라, 사람 새끼 아닌기라 했었는데. 애 낳고 저래 힘든 엄마 빨래 빨게 만들었다고. 사람 새끼 아니면 울엄마도 사람 아닌데. 나 나았으니까. 나는 원래 하느님이 못되게 만들어놨나부다. 원래 못되게 태어나서 울엄마 힘든것도 모르고, 울엄마 돈 없어서 맨날 화내는 것도 모르고, 울엄마 할무니가 딸딸이 낳아서 문딩이같은 매느리가 뭣 헌다고 조갑지는 쌍조갑지까지 끝도없이 싸질러 놨디야. 육시럴. 욕지거리 하실 때도 왜 울엄마 욕해요! 할무니테 악 한번 못써보고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이렇게 태어난 걸 나더러 어쩌라고.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 나서 울다 잠이 들었다.
“갱순아 갱순아. 어데 갔노. 이 썩을 가스나. 아이고 내가 니때문에 몬산다 몬살아”
화통을 삶아 먹은 울엄마 목소리. 울엄마 도깨비랑 귀신 넘어서 염라대왕도 무서워서 함부로 덤비지 못할 무시무시한 괴물쯤로 또 변했다. 오늘도 죽었다……눈을 떠보니 하늘에 노을은 온데간데 없고 아까 내 다리 찰랑찰랑 적시던 파도랑 바닷물들도 저만치 수평선으로 달아난지 오래다. 하늘이 까묵까묵하니 시간이 한참 지난 거다. 반짝반짝 별도 몇 개 떴다. 이렇게 껌껌하니 집나온지 3시간은 지난듯하다. 성질내고 나갔다가도 어둑어둑해지면 예외없이 돌아오는, 어두운거는 무서워하는 겁쟁이 말썽쟁이가 껌껌해지도록 그림자도 안보이니 울엄마 속이 천불이 나서 찾아 나섰다. 한참을 아무리 솔밭을 미친듯이 뛰어다녀도 애는 보이지 않고 대꾸도 없다. 그러다 성질이 머리끝까지 나서 반대쪽으로도 뛰어가보고 다시 돌아와 바다를 무심코 바라보니 갯벌에 애는 누워 있고, 악을 쓰고 불러도 대답도 없으니 울엄마 식겁했다. 그 어둠속에 누워 있는 애를 보고 하늘이 무너지듯 철렁 내려앉았다. 아, 이제 죽도록 맞을 일만 남았구나! 눈 질끈 감고 있는데 울엄마가 무시라무시라, 나를 마구 흔들더니 멀쩡한 걸 확인하고는 철퍼덕 주저 않는다. 한참을 그리 가만히 있더니 얼른 가서 밥 처무라 하면서 내손을 끌어 잡아 일으켜 세우신다. 등짝 한차리 쌔리 때리는 것도 없이. 고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눈가에 살짝 반짝반짝하는 것이 설마 눈물은 아니겠지. 울엄마 눈속에는 눈물샘도 없을 텐데 설마 그럴 리가. 별빛에 비친 땀……그거 한 방울이겠지.
“얼렁 인나라. 가서 밥묵자.”
“……”
울엄마 손이 고목나무처럼 뻣뻣하고 멋대가리 없이 투박한데 따뜻하다. 내 손도 이기 가스나 손이가, 맨날 뭐라 하는데 내 손은 울엄마 손에 비하면 양반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억할 수 있는 내 생전의 시간에서 울엄마 손잡고 해송길 걷기는 이번이 처음 중에 왕처음이다. 기분이……나쁘지 않다. 나는 울엄마 딸도 아니고, 울엄마 맨날 나 미워서 때리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오늘 울엄마가 내 걱정에 이 긴 솔밭을 하염없이 뛰어 댕겼댄다. 울엄마 고생하며 나 찾은 건 미안해도, 내가 그렇게 없어지면 안 되는 딸인 줄 오늘 처음 알았다. 어깨가 하늘 끝까지 으쓱 올라가는 것 같고 하늘따라 허부덩한 내 콧구멍에 힘이 가서 벌렁벌렁 웃음이 막 터져 나온다. 뻘만 남아 파도 철렁거리는 소리도 없이 칠흑같이 어둑한 솔밭에 우뚝우뚝 서 있는 소나무들은 말은 쳐 안들어먹고 울엄마 속만 썩이는 나 잡으러 온 괴물같다. 그런데 울엄마가 내 손잡고 앞장서니 하나도 무서울 게 없다. 귀신, 도깨비, 염라대왕도 울엄마 못따라 오니까. 울엄마가 손 꼭잡고 나 지켜 주니까.
“니 낳고 내 도망갈라 했다. 얼굴만 보고 따라온 느그 아부지 하루가 멀다하고 때리쌌치. 쌀한빨 없는데 니는 울어쌌지. 젓은 안나오지……니 아부지캉 니, 죽든가 살든가 내뻐리고 내 도망갈라고 뻐스탔다. 근데 니 눈이 까무락 까무락 눈앞에 아른 거리니 저맹키 가다가 다시 왔다. 느그 아부지한테 따귀 한차리 오지게 맞았다…… 다시 온게 억울해서, 니때문에 도망 못간게 화가 나서 죄도 없는 니를 때린기라. 니 아니었으면 이 고생을 내가 했겠나 싶어서. 니는 니 손가락 다 물어봐라. 안아픈데 있는가…….”
할무니가 나는 주댕이만 허벌나게 양글어가지고, 싸가지도 겁나 읎는 것이 대그빡에 뭣이 들었당가, 인정머리 눈꼽맨치도 못찾을 꼬라지라 했는데 ……할무니 말씀이 맞다. 울엄마 맘도 모르고. 울엄마 힘들어서 저렇게 맨날 성난 호랑이처럼 화내는 것도 모르고, 하루종일 일만해서 겟벌보다 더 까만 얼굴에는 주름 투성이. 빰을 타고 눈물이 흐른다. 흐르는 눈물을 울엄마가 볼까봐 한발자국 물러섰다.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것이 가슴이 미어온다. 울엄마 손이 자꾸만 눈가로 올라갔다 내려오고, 조금 있다 또 눈가로 올라갔다 내려오고 한다. 울엄마도 운다. 엉덩이에는 앙상하니 남은 살도 하나도 없고, 무거운 바지락 다라이, 굴자루 이고 진흙에 범벅이 되는… 뽀글뽀글 빠마도 힘들어서 짜부러든 듯이 푹 눌려있는데, 그나마 머리카락도 몇개 안남은 것 같다. 내손 꼭잡고 몰래몰래 눈물 흘리는 이……울엄마 아닌데……너무 낯설어서 걷다가 엄마 얼굴 쳐다보고 또 쳐다봐도 이상하다.
팔다리 잃고도 평생을 행복하게만 잘 사는 사람들도 수두룩인데 고작 머리에 흉터 생긴다고 울엄마 속썩인 내가 너무 밉다. 너무 많이 부서져서 부서질 거도 없는 울엄마 마음에 비하면 이마에 이깟 상처는 암것도 아닌데. 스무살만 되면 도망가버린다고, 도망가서 다시는 어제도 오늘도 똑같이 물들어왔다가 물 나갔다가 비릿한 내음 풍기는 이 바보같은 바다도 절대로 돌아보지 않을거라 했었다. 노랗게 빨갛게 매일매일 같은 모습으로 변한 적없는 노을까지, 만지작 거리던 칠게들, 나에게만 꽁꽁 숨던 바지락들도, 멍충해서 아무짝에 쓸모없는 망둥어들아, 내동생들이랑 같이 빠빠이. 영영 돌아보지 않을거다. 그게 내 꿈이었는데. 할무니가 나는 밴댕이 속알딱지라서 삐끼기도 잘한다 했었는데 진짜루 밴댕이보다 더 작아서 맨날 삐낐던게 부끄럽다. 울엄마 맘도 이제껏 몰랐으니……큰기 되서.
이제와서 후회해도 할무니 말씀처럼 나이는 똥구녕으로 먹은 내가 하는 말 믿어줄 사람도 없지만 사실은 나도 미안해…….
변한적 없는 이 바다도,
열심히 산 하루 매일 주는 선물같은 노을도,
이제는 아무리 화를 내고 소리쳐도 무서울리 없는 울엄마,
이뻐서 내 미움 다 받아내는 착한 경미와 철모르는 쌍둥이 줄줄이 줄사탕 내동생들…….
문디가스나 큰언니가 하릴없이 미워해서… 그래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