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생소할 수 있는
혹시 들어보셨나요? 혹은 이 용어가 익숙하나요? ‘서비스디자인’ 말입니다. 적어도 이 글의 키워드를 따라 들어오신 분이라면 이 용어를 아는 분일 가능성이 많겠네요. 어쩌면 들어는 보았는데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괜찮습니다. 아주 당연한 것입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나 디자이너들조차 서비스디자인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그래서 이 시리즈를 기획해보았습니다. 이 글들은 서비스디자인을 처음 듣는 분, 혹은 들어는 보았지만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나름 조금은 쉽게 설명한 것이라고 소개하겠습니다. 서비스디자인이라는 디자인 영역은 일반인들은 물론 관련 기관과 산업현장에서 익숙하지 않은 용어에 속합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첫째, 어떤 것들이 우리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서비스디자인 사례인지, 둘째 그 디자인 과정의 흥미로운 점들은 무엇인지, 그리고 또 어떤 특별한 점들이 있는지 등등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국내외 디자인투어를 통해 만난 사례들을 소개하고 그 안에 숨겨진, 서비스디자인의 중심 원리인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고 접근한 세심한 배려와 어떤 지혜들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저의 경험부터 말씀드리면, 서비스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한 것은 201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대학원 졸업 이후 수십 년간 디자인 분야를 가르치고 관련된 일을 점차 줄이고 있을 시점이었습니다. 산업 전반적으로는 전략적인 디자인 기획력이 주요하게 요구되던 때라고 할 수 있겠어요. 서비스디자인전문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이쪽 분야의 전문가 커뮤니티인 서비스디자인네트워크(SDN)가 독일에서 발족된 것이 2004년이니,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해외에서 이 분야가 활발히 성장하던 이래 십 여년이 지난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저 역시 처음 접한 그 용어가 얼마나 생소하든지, 서비스를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인지 어리둥절하고 궁금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간 공부하고 일해오던 디자인과 경영의 중간 어디쯤 될 것 같다는 직관적 느낌이 들어 앞으로의 남은 삶은 이 영역에서 활동하게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는 박사과정을 시작했습니다. 과정을 시작하면서 이 새로운 분야가 지금 일반 디자인처럼 국내에 알려지고 상식적인 내용이 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서비스디자인의 시장이 언제쯤 커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박사과정의 몇 년간도 주변의 대부분은 ‘서비스의 디자인’ 이라는 용어를 거의 알지 못했고 관련 전문가들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서비스 산업이 더욱 발전될 것은 분명했습니다. 그러니 그 경쟁 속에서 기업이나 공공기관 모두 지금까지보다 더욱 사람들을 잘 이해하기 위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배경까지 관심 가져야한다는 원리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업에서 해오던 서비스 기획과 같은 영역으로 보여지지만 그보다는 훨씬 서비스를 경험하는 사람의 인간본연의 속성, 느낌, 심리적 정서까지 고려하는 방식이므로 더욱 세밀한 과정을 다뤄야한다는 것이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디자인리서치라고 하는 특별한 리서치의 방식이 발전하게 되었겠지요. 해당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처한 배경과 서비스 과정에서 겪는 내면적인 부분까지 확인하고 이해해야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기업 중심의 사고가 익숙한 경영의 분야보다는 좀 더 사용자 중심의 세밀한 관찰과 선택을 해왔던 디자인 분야에 속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서비스디자인의 발전 초기부터 가장 민감한 사용자그룹일 수 있는 환자를 접하는 의료서비스 분야에서 적극적인 적용의 기념비적인 사례들이 나오게 된 이유일 것입니다.
지난 십여 년간 국내에서 이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 누구보다 노력해온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수고 덕분에 이제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성공사례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일방적으로 정책과 규제들을 정하던 공공기관들의 서비스 혁신,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 그밖에 사회의 여러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은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서비스/경험디자인기사 자격 시험이 시행된 지 벌써 여러 해가 되었으니, 그 용어와 개념의 확산은 제법 되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디자인이 발전한 과정과 비교해보면 서비스디자인의 발전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국내대학에 디자인학과들이 생겨난 80년대부터 LG전자가 디자인경영을 선포하면서 본격적인 인식전환과 성장이 시작되던 2000년대 이래 국내 디자인은 놀랍게 발전하게 되었는데요.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가치에 대한 인식과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지역별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수도권 내에서도 그 질적 차이는 매우 큰데, 중소도시에 있어서는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나 디자인 전략의 적용은 미흡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직도 새롭다고 할 수 있는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가치와 필요 인식은 비교할 수 없이 낮은 상태인데요. 현장에서 크고 작은 기업들과 접촉하면서 그러한 점을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시리즈의 글을 써보기로 한 것입니다. 어디까지 서비스디자인의 원리와 적용이 가능할 수 있는지, 또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등을 가능한 쉽게 이야기해보고자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해결하는 문제들의 결과물들을 보자면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하나는 눈으로 보이는 형태인 물체일 수 있고 또 다른 하나는 눈에 보이지않는 감정이나 시스템 등의 결과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우리 주변에서 발견하는 미처 서비스디자인과 연결해서 생각하지 못했던 크고 작은 사례들과 또 서비스디자인의 세심하고 친절한 원리와 과정들에 대해 소상히 이야기해보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