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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쏭작가 Nov 15. 2023

좋아하는 것이 못하는 것일 때

요가, 너 정말 미워

좋아하는 것이 못하는 것일 때, 어떻게 할까요?


나는 하체가 튼실하다. 통상적으로 말하는 하체비만. 정말 단언컨대 웬만한 성인 남자 허벅지와 비견할 만한다. 아니 내가 더 굵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하체를 움직여하는 요가 동작은 거의 잘하지 못한다. 특히, 나비자세에서 발을 얼굴에 닿는 동작은 거의 못하고 (마치 허리를 굽히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비둘기 자세에서도 손과 뒤에 있는 발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


동작을 못할 정도로 요가 초보는 또 아니다. 사실 난 요가를 오래 했다. 약 10년 전즈음 시작해서 요가원을 몇 개월 다니고 또 조금 쉬었다가 또 다니고 그래서 강사들의 요가 멘트가 꽤 익숙하다. 그리고 거의 6개월 넘게 집에서 꾸준히 홈트로 요가를 하고 있다. 보통 이 정도 하면 어느 정도는 요가를 잘해야 하는 거 아닐까? 유튜브 요가 트레이닝 영상으로  중급 정도의 실력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나는 아직도 초급이고, 요가를 잘 못한다.  항상 허리가 구부정하고 하체의 가동범위가 좁아 다리 뻗고 하는 동작은 허우적 대고 모양이 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난 요가를 좋아한다. 요가를 하고 나면 몸을 균형 있게 이곳저곳 스트레칭을 되어 매우 시원하고, 마치 하루종일 소리 지르던 몸의 여러 부위의 기운들이 차분하게 달래어진 느낌이다. 하루 24시간 동안 고생한 몸을 토닥토닥 해주는 거 같다. 그래서 요가를 안 하다가도 다시 찾게 된다.


그렇다, 나는 요가를 못하지만 요가가 좋다.


그래서 요가 자격증을 취득해 볼까 생각한 적이 있다. 물론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시도하지 않고 포기했지만 이렇게 시간이 흐르니 화가 난다. 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는 잘하지 못할까. 6개월쯤 꾸준히 했으면 초급 동작은 강사와 모양이라도 비슷해야 하는 거 아닌가.  


류시화 시인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라는 책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라, 절대로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류시화 시인에게 묻고 싶다. 요가 자격증 프로그램을 해볼까요, 아님 취미로만 할까요?


마치 사랑을 고백한 사람에게 차이듯 그렇게 높은 불가능의 벽을 느낀다. "고백하는 거에 의의를 두렴, 그 이상은 바라지 마, "라고 말하는 것처럼, 내 고백은 불가능함이 되어버린다. 약간 억울하고 외롭다.


내가 열심히 하는 것 중에 불가능한 게 또 있을까. 있는데 어리석음으로 앞을 못 보고 있는 것일까? 제발 그것이 요가만으로 그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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