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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Jul 22. 2019

아이의 하늘은 하늘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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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의 하늘은 하늘색이 아니다. 아이는 오늘 아침 집을 나서면서 하늘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을 보았다. 떠있는 구름이 마치 물고기 같았고, 손을 뻗기만 해도 만져지는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공기가 6월의 바닷물처럼 밀려왔다. 그 안에 오래도록 손을 넣고 물장구를 치며 손가락 놀이를 했다. 잡았다, 놓쳤다 반복하면서 아이는 술래가 된다.


 어젯밤 아이의 꿈속에서 하늘은 바다였고, 바다는 하늘이었다. 아이는 바다 같은 하늘을 날았고, 하늘 같은 바다를 헤엄쳤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에게 지난밤 꿈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엄마는 별다른 말없이 냉동고에서 얼린 마늘을 꺼냈다. 아이는 엄마가 냉동고에 숨겨둔 조와 반지 사탕을 찾아낼까 싶어 엄마의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었다. 


엄마는 모든 식재료를 손질해서 냉동고에 넣어두곤 했는데 아이는 그런 엄마를 보고 왜 냉동고에 모두 넣어두는지 물었었다. 


  “오래 두고 먹으려고 그러지.” 

  

  “거기 두면 오래오래 먹을 수 있는 거야?” 


  “꽁꽁 얼려두면 물고기도 마늘도 그대로 멈추니까. 오래 먹을 수 있지.”


입을 오물거리는 아이의 모습이 귀여워서 엄마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 그대로 멈춰라!” 


엄마의 말을 들으며 아이의 눈이 냉동고로 향했다. 그 뒤로 아끼는 인형 조와 반지 사탕을 잘 싸서 냉동고에 넣어두었다. 



 유치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친구 선우가 아이의 집에 놀러 왔다. 코코 블록 배꼽을 초침 소리가 간지럼 태웠다. 주변을 둘러보았고 선우가 있었다. 문득 블록 위로 무너지듯 내려앉는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아이는 탱탱볼처럼 튀어 올랐다. 주방으로 가서 의자를 놓고 냉동고 안에 있던 것들을 전부 꺼내기 시작했다. 선우는 문지방에 숨어 아이를 바라봤다.


  “선우야, 여기 들어가야 해.”


냉동고를 다 비운 아이가 말했다. 


  “나 집에 갈래” 


  “안돼, 지금부터 그대로 멈춰라 할 거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가 선우의 팔을 잡아끌었다. 말 안 듣는 아이만 잡아간다는 망태 할아버지라도 본 것처럼 선우는 대책 없는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울음소리에 맞춰 리듬을 타고 현관문이 열렸다. 아이의 엄마였다. 



 그날 이후로 선우는 아이와 같이 다니기는 했지만, 더 이상 아이의 손을 잡진 않았다. 아이는 엄마 몰래 조와 반지 사탕을 다시 숨겨놓았다. 아이의 하늘은 어딘지 모르게 바다를 닮아있었다. 선생님은 아이에게 하늘색 크레파스를 쥐여주며 나머지 하늘은 이 색으로 칠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 마치 아이가 하늘색을 모른다는 듯이 선생님은 거품처럼 말했다. 아이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마음속에 바다를 품고 하늘을 칠하기 시작했다. 잡았다, 놓쳤다 반복하면서 아이는 그대로 멈췄다.







instagram @ anneya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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