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윤서
올드팝
몸살이다. 이불을 뒤 짚어 쓰고 으스스한 몸을 한껏 움츠려 본다.
밤새 에어컨을 켜고 잔 탓이다. 다시 잠을 청해보려 눈을 감지만 점점 정신은 또렷해진다.
하는 수 없이 일어나 가벼운 스웨터를 어깨에 걸치고 거실로 나왔다.
커튼을 정돈하고 창문을 연다. 어제 비가 왔던 탓인지 공기가 맑고 선선하다.
평소에는 클래식 채널에 맞춰져 있는 라디오를 켜고 올드팝 채널로 돌린다.
오늘 감성은 왠지 올드팝이다.
커피 한잔을 들고 오래전 노래들을 가만히 듣는다.
내가 어릴 적부터 엄마는 카세트테이프를 틀고 종종 올드팝을 따라 부르시곤 했다.
그런 엄마 곁에서 잠이 들거나 하루는 나도 모르게 같이 흥얼거리기도 했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올드팝이 나오자, 마음이 먹먹해진다.
이내 눈물 한 줄이 흘러 턱 끝에 매달린다.
툭.
내 안에 있는 눈물 한 방울이 나와 분리되어 세상에 스며드는 순간.
부모와 자식처럼. 엄마·아빠와 내가 분리되는 순간.
성인이 된 나이, 직장생활, 독립, 결혼….
나의 모든 선택이 나의 삶을 만드는 삶의 시작점이었다.
나를 세상에 분리하는 순간까지 한참이나 먹먹했을 그 마음들을 위해
앞으로도 도망치지 않고 꾸준히 살아갈 것을 다짐하며 눈물을 가볍게 닦아낸다.
by 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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