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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Jul 15. 2024

미친놈, 미켈란젤로



 바티칸에 갔을 때 일이다. 그때 우리는 자전거 나라라는 여행사를 통해 일일가이드 투어를 신청했다. 나와 친구 두 명은 한국인 가이드를 따라 바티칸을 둘러보았다. 한 명은 내 오랜 고딩친구이고, 다른 한 명은 로마 게스트 하우스에서 사귄 친구였다. 바티칸 천장에 새겨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그림을 보고 나는 압도 당했다. 저런 그림을 어떻게 그린 걸까? 그때 가이드가 말하길. 미켈란젤로는 정상이라 보기 어려운 미친놈이라고 했다. 그림에 미친 사람. 내가 보기에도 그렇게 보였다. 비에타라는 작품도 멋졌다. 사람이 손으로 조각해서 만들었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각품은 죽어있지만,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미켈란젤로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자 미켈란젤로를 사칭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왜냐면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그림에 싸인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화가 난 미켈란젤로는 밤에 몰래 숨어들어 싸인을 하고 나온다. 나오면서 하늘의 별을 보고선 하나님은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시고도 하늘, 바다, 산 자연 그 어디에도 싸인을 남기지 않으셨다는 사실에 놀라며, 이후로 다시는 싸인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바티칸은 크고 아름답고 웅장했다. 어떤 무덤 앞에 멈춰선 가이드가 말하길. 이 무덤은 시간의 무덤이라고 했다. 여기엔 바티칸을 지키기 위해 죽어 나간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이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기 위해 희생당한 사람들 말이다. 만약 세상에 마지막 때가 온다면 하나님은 어디에 제일 먼저 나타나실까요?라고 가이드가 물었다. 나는 그 질문만을 간직한 채 바티칸을 빠져나왔다. 질문과 함께 내게 남은 이미지는 바티칸 천장으로 새어 들어오던 빛이다. 거기 누워 빛을 덮고 잠자고 싶다. 내가 누운 곳에 하나님은 언제나 나와 함께 하신다. 그건 내 친구들과도 곧 함께 하신다는 이야기다. 사람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그 뛰어난 사람 역시 하나님의 손을 거쳤다. 바티칸을 허물지 않으시는 건, 바로 그런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언제나 그렇듯 힘이 세다. 그렇기에 미켈란젤로 역시 싸인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미친놈. 

 정말, 그림에 미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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