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세션
안녕 !
3월 1일.
동네 곳곳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어.
오늘은 아주 조금 걸었어.
아침 일찍 전시를 하나 보았고,
오후엔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았지.
좋아하는 작은 서점에 들러 시집도 두권이나 사 왔고 말이야.
C.S 루이스 형님 땜에 보러 간 연극이었는데..
"하나님은 어디든 계시죠.
숨어계실 뿐입니다."
애기들이랑 숨바꼭질하면
머리만 숨고, 숨었다고 생각하는 거 알아?
본인이 안 보이니까 상대도 안 보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사실 엄청 잘 보이는데..
누구누구 어딨지, 어디 숨었니.
어딨지,라고 어른들이 찾는 척 연기를 하잖아.
하나님도 그러시지 않을까??
우리가 어딨는지 다 아는데 끄집어내지 않으시는 거지.
기다리고 계셔.
우리가 제 발로 나와서 하나님을 찾을 때까지.
삶을 통해 발견해 나가는 기쁨.
불확실성과 고통 속에 있을지라도..
일상 속에 숨어계신 매일의 하나님을 만날 수도 있겠지.
이 거대한 퍼즐 조각의 마지막 피스,
그렇게 그려질 그림은 뭘까?
와아, 하나님
아무리 그래도 거기 숨어계신 건 좀 양꼬치 아니세요??
너무 하시네요, 증말.
죽음이라는 게 거창한 것 같지. 아니야.
내가 신나게 글 쓰고 있는데,
신나게 애들이랑 놀고 있는데
불쑥 부르는 소리를 듣는 거야.
'그만 놀고 들어와 밥 먹어!'
이어령 (1934 -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