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입니까?

헤어질 결심

by 이경



오늘 아침에 눈 뜨자마자 가장 빠른 시간으로 예매해서 봤어. 그랬던 적이 없는데..


나오니까 이포처럼 저 멀리 산에 운무가 껴있더라.


해준은 서래와 헤어지고 안개가 자욱한 이포로 돌아가

그곳에서 둘은 각자의 배우자와 함께

우연히 마주치는데

안개 때문에 다들 떠나는 도시에

서래는 안개 때문에 이사를 왔다고 말해.


작년에 한라산에 갔을 때 말이야.

안개 속에도 있어 보고 안개 밖에서 안개의 움직임을 보기도 했거든..

그때 생각이 나더라.


서래의 대사

해준이라면 이미 답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는.

그런데 해준은

마지막까지 안개 속에 있었어.

서래의 이름을 부르면서..



서래가 말했던

참, 불쌍한 여자네, 한동안 잊히지 않겠지.




헤어질 결심 N차 관람을 많이 한다는데

좀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한번 보려고..

아마도 내년쯤??

좋은 영화인데 그만큼 보는 사람도 감정의 피로도가 높아서

연달아 나는 못 보겠어.

그렇지만 김치를 독에 묻듯

내년쯤 다시 꺼내보면 더 좋을 것 같어.



글구 영화 보면서 어떤 사람들은 첫 시작부터

설득이 안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

뭐, 물론 그런 사람들은 아예 이 영화를

보러 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

어쩌다 붙들려 왔다면 설득이 될까? 과연..

이런 쓸데없는 게 또 쓸데없이 궁금하기도 하더라는..



자, 다 떠들었으니

고마 잡시당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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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모든 나무 덤불과 돌이 외롭다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나의 삶이 아직 환했을 때

내게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이제, 안개가 내려,

더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을, 떼어 놓을 수 없게 나직하게

모든 것으로부터 그를 갈라놓는

어둠을 모르는 자

정녕 그 누구도 현명치 않다.


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삶은 외로이 있는 것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헤르만 헤세 / 안개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