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반성문

사진은 기운 없어 영양제 맞는 거임

by 이경



안녕 !


와, 진짜 생각도 못 했어.

내가 이렇게 코로나를 세게 정통으로 맞을 줄이야.

그동안 걸리지 않아서 슈퍼 항체 아니냐고 했었는데..

그건 아닌 걸로 밝혀져.

사람이 참 우습다.

아파 보니까 그제야 아픈 사람 마음을 알겠더라.

5일 차 때까지도 별 차도가 없고, 식은땀이 너무 나서 이러다 계속 이렇게 지내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살짝 있었거든.

약을 먹는데 목은 더 아프고 약에 절여져 기운마저 없었단 말이지.

그러다 7일째 정말 거짓말처럼 목이 낫고 살만해졌는데 몸이 예전 몸이 아니야.

뭐랄까 약간 종이인형 같아졌다고 해야 되나.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는데 이상하게 기운이 없고, 맥을 못 추겠어.

무튼 5일 차 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회사에 연락을 했지. 자가격리 기간보다 조금 더 쉬어야 될 것 같다고.

돌아온 첫마디는 "인원이 없는데" 였거든.

몸은 좀 괜찮냐, 가 아니라..

예상했던 대답이었는데도 막상 들으니까 묘하게 서운하대.

난 정말 빼박박박 F형 인간인가 봐.

그치, 회사는 내 사정 봐주는 곳이 아니지.

전화 끊고 몸이 좀 나아지고 나서 서운함도 가시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한참 전에 코로나 때문에 퇴사한 직원 생각이 나더라고.

그때 나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넸던가...

그러면서 아차, 싶었어.

그때나 지금이나 인원이 없긴 매한가지.

다 사람의 일인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차갑게 식어서 사무적으로 변한 나를 보면 마음 한편이 씁쓸해져.

너무 냉정하게 선을 그었던 건 아니었을까?

어쩌면 지금 보다 더 많은 인간관계를 만들고 잘 지켜낼 자신이 없어서 그랬던 건지도 모르지.

좁고 깊은 게 나에겐 여러모로 좋으니까.



되게 웃기지?

친한 친구들한테는 괜찮냐고 때마다 묻고 살폈으면서.

매일 얼굴 보는 직장 동료한테는 그러지 못했다는 게.

이래서 사람이 같은 처지에 있어봐야 돼.

그래야 상대방 마음을 알지.

이번 로나 짜식, 진짜 엄청 힘들고 많이 아팠는데 앞으론 누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하면 친구든 아니든

"몸은 좀 괜찮냐"는 말이 먼저 나갈 것 같아.

난 집을 격하게 사랑하는 집순인데도

격리가 참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들더라.


좁고 깊은 관계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까지 좁아지지 않았으면 해.

억지로 늘릴 순 없겠지만요..

뭐든 아프지 말자.

몸도 마음도 항시 건강합시다요.





굿 나 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