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실 이 편지는 일본 가기 전에 쓰려고 했는데 너무 많이 늦었다.
난 정말 엄마 때문에 죽고 싶었어.
엄마가 자꾸 화만 내서
마음 둘 곳이 없어서.
엄마는 나한테 만날 윽박만 지르니까.
내가 새벽에 깨서 울었을 때
한 번쯤은, 한 번만이라도
진짜 단 한 번만.
왜 우냐고 왜 우는지 말을 하라고 소리 지르지 않고,
괜찮다고, 울어도 된다고 날 안아줬다면 어땠을까?
실컷 울어도 된다고 말이야.
친할머니 장례식장에서 모두가 잠든 새벽에 홀로 나와 아이처럼 우는 아빠가 나는 좋았어.
울고 싶을 때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아이처럼 울었으니까.
엔화를 환전하러 가야 했는데-
엄마가 같이 가겠다고 했잖아.
집에 있기 너무 답답하다고.
난 사실 혼자 가고 싶었는데 (그냥 혼자 있고 싶었는데)
그날 같이 걷게 된 이유가 있었을 거야.
천변을 걸으면서 옛날이야기를 했잖아.
어릴 때 진짜 엄마한테 많이 맞았었는데 했더니
엄마는 역시나 또, 이번에도 미안하다는 말 대신
아빠를 탓했잖아.
“엄마가 이렇게 변한 건 다 네 아빠 때문이야!!”라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말 처음으로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온 줄 알아.
“그래, 엄마도 힘들었겠다.”
정말 처음 있는 일이었어.
근데 엄마.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
엄마가 그렇게 된 건 엄마 탓이지.
그게 왜 자꾸만 아빠 탓이야.
엄마의 인생을 사는 건 아빠가 아니고 엄마잖아.
그러면 아빠가 엄마 인생의 주인이라는 거야?
엄마, 나는 너무 슬퍼.
슬프다는 말로도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슬퍼.
사람이 이 정도로 가슴이 아픈데 죽지 않고 살아있을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야.
난 너무너무너무 슬픈데.
엄마는 안 슬프겠지?
함께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까.
앞으로 내가 울 땐 그냥 아무 말하지 말고 안아줘.
그거면 되니까.
그리고 친구들아,
이 땅을 위해 기도해 줘
설렁설렁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같이 가줘.
제발, 아무도 중간에 포기하지 마.
그랬으면 좋겠어, 정말로.
나도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 끝까지!
사랑한다, 친구들아 너무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