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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Jul 09. 2024

엄마에게...



엄마, 사실 이 편지는 일본 가기 전에 쓰려고 했는데 너무 많이 늦었다. 

난 정말 엄마 때문에 죽고 싶었어. 

엄마가 자꾸 화만 내서 

마음 둘 곳이 없어서.

엄마는 나한테 만날 윽박만 지르니까.      

내가 새벽에 깨서 울었을 때

한 번쯤은, 한 번만이라도 

진짜 단 한 번만.

왜 우냐고 왜 우는지 말을 하라고 소리 지르지 않고, 

괜찮다고, 울어도 된다고 날 안아줬다면 어땠을까?

실컷 울어도 된다고 말이야.      


친할머니 장례식장에서 모두가 잠든 새벽에 홀로 나와 아이처럼 우는 아빠가 나는 좋았어. 

울고 싶을 때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아이처럼 울었으니까.    

  

엔화를 환전하러 가야 했는데- 

엄마가 같이 가겠다고 했잖아. 

집에 있기 너무 답답하다고.

난 사실 혼자 가고 싶었는데 (그냥 혼자 있고 싶었는데)

그날 같이 걷게 된 이유가 있었을 거야.

천변을 걸으면서 옛날이야기를 했잖아. 

어릴 때 진짜 엄마한테 많이 맞았었는데 했더니 

엄마는 역시나 또, 이번에도 미안하다는 말 대신 

아빠를 탓했잖아.

“엄마가 이렇게 변한 건 다 네 아빠 때문이야!!”라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말 처음으로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온 줄 알아. 

“그래, 엄마도 힘들었겠다.”

정말 처음 있는 일이었어.      

근데 엄마.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

엄마가 그렇게 된 건 엄마 탓이지. 

그게 왜 자꾸만 아빠 탓이야. 

엄마의 인생을 사는 건 아빠가 아니고 엄마잖아. 

그러면 아빠가 엄마 인생의 주인이라는 거야?      


    

엄마, 나는 너무 슬퍼.

슬프다는 말로도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슬퍼.

사람이 이 정도로 가슴이 아픈데 죽지 않고 살아있을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야.      

난 너무너무너무 슬픈데. 

엄마는 안 슬프겠지?

함께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까. 

앞으로 내가 울 땐 그냥 아무 말하지 말고 안아줘. 

그거면 되니까.  


        

그리고 친구들아, 

이 땅을 위해 기도해 줘 

설렁설렁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같이 가줘. 

제발, 아무도 중간에 포기하지 마. 

그랬으면 좋겠어, 정말로. 




나도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 끝까지! 

사랑한다, 친구들아 너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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