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면 좋고, 못하면 그만'

[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8

by Annie


예비부부이자 2인 제작자. 60평 작업실 셀프 인테리어 중. 테이블웨어와 가구 제작을 시작으로 인테리어까지 손을 댔다.


주말은 플리마켓에 출근하는 날이다. 이제는 옷과 제품으로 가득 찬 매장의 형태가 되었지만, 플리마켓이라는 단어는 입에서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임시로 시작했던 것이 정착을 했다. 매장이라 부르기엔 괜스레 어색하고 플리마켓이라 하기엔 많이 갖춰진 경계에 머물러서일지도 모르겠다.


주말 오전은 제품을 정리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사입한 옷을 걸고, 소품을 배치하며 디스플레이를 한다. 마음에 들게끔 일이 마무리되면, 어느새 1시가 되어있다. 대략 4시간 정도는 정신없이 움직인 셈이다. 이렇게 시간을 들일정도로 제품이 다양하고 예쁜데. 매출이 들쑥날쑥하다. 그럼에도 운영을 계속하는 이유는 오프라인 매장의 실정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주변 매장의 사장님들과 매출 고민을 함께할 정도이니 말이다. 앞으로 작업실과 쇼룸이 완성되면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벌써 고민이 된다. 부담감을 떠먹은 듯 속이 부대낀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어쩔 때는 독이 된다.


25년 8월, 비 내린 창가.



이전 이야기: 쇼룸 시공 편


쇼룸 바닥의 갈라짐은 결국 잡지 못했다. 에폭시로 시공할 예정이었지만, 갈라짐을 최대한 가리자는 판단에 벽과 동일한 재료인 미장 페인트를 사용하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금이 메워질까 했다. 미장 전, 보수를 먼저 시작했다. 벽지를 뜯고, 주황색 벽돌 위는 시멘트로 미장했다. 마지막으로는 가벽을 세웠다. 퍼티를 떠내 여러 곳의 갈라짐을 잡고, 사포로 표면을 말끔히 정리했다. 이렇게 미장 준비를 마쳤다.


미장 전, 보수 과정



쇼룸 미장, 과연 계획대로 될까?

1) 이미지 구현하기


실제로 구현하고자 하는 쇼룸의 색상과 질감을 최대한 비슷하게 모델링으로 재현했다. 대략적인 분위기라도 그려놓고 작업하면, 완성 단계에서 원하는 결과에 가깝게 진행할 수 있다. 공간을 직접 만드는 과정은 늘 예측불가하다.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를 가상으로 그려보는 것은 원하는 목적지로 좀 더 쉽게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지도와도 같다.


공간을 만드는 것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을 잘하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분위기를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상세히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 모델링은 위 질문들에 가장 직관적인 답을 준다.


쇼룸 모델링


2) 창틀 도색 전, 보양하기


작업실과 마찬가지로 쇼룸의 창틀은 전부 검은색이었다. 하지만 쇼룸에서는 명도를 부드럽고 밝게 표현하고 싶었다. 묵직함은 가구나 오브제에서 표현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창틀만큼은 흰색으로 바꾸는 것으로 일찍이 결정했다.


보양 랩으로 창틀을 제외한 유리 부분을 전부 감싸 보호했다. 창틀은 비가 오면 물이 닿아서 수성페인트를 사용할 수 없었다. 유성페인트를 사용해 도색을 진행했다. 유성은 냄새가 강하고 호흡기에 자극이 커서, 공업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주 환기를 시키며 작업했다.


창틀 작업은 온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창이 크다 보니 창틀을 빼내고 다시 끼우는 과정에서 층계 아래로 떨어질 위험부담이 있었다. 안전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에 무거운 창틀을 들 때면 오빠에게 주의를 재차 당부했다. 좁은 틈 사이 삭은 창틀의 먼지를 제거하는 과정 하나도 쉽지 않았다.


창틀 도색을 위한 보양


2) 벽 미장하기


미장을 위한 재료를 준비했다. 재료의 대한 설명은 Ep.6"3층만 영업 중입니다."에 첨부되었다. 가장 먼저 벽에 프라이머를 1회 도포했다. 우리가 사용한 오이코스 미장재는 총 2회를 발라 한 면을 바로 마감해야 하는 재료이다.


1회 차에서는 재료를 가볍게 올려 펴주는 느낌으로 진행했다. 2회 차에서는 한번 더 동일하게 펴 바른 뒤 꼬득하게 굳어진 면을 미장칼로 눌러가며 광택을 만들어준다. 눌린 부분은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면서 자연스러운 반광의 벽이 완성되었다. 층고가 높은 면부터 꺾이는 모서리까지 우리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것이다.


쇼룸에는 조명이 없었는데 저녁에는 작업실에서 쓰던 레일조명을 가져와 임시로 밝혀가며 작업했다. 미장 작업은 시간에 제약이 있다 보니 빡빡하게 작업해야 했다. 손은 빠르게 움직이되, 신경 써서 작업했기 때문에 완성된 벽의 질감이 예쁘게 잘 표현되었다. 사진으로 만나보자.


쇼룸 미장에 사용할 재료
쇼룸 벽 미장


3) 바닥 미장하기


바닥 미장도 벽과 마찬가지로 먼저 프라이머를 1회 도포했다. 프라이머를 바른 부분은 하얀색을 띠고 있다. 예상보다 바닥 갈라짐이 잘 잡히고, 마른 뒤에도 눈에 띄지 않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벽과 달리 바닥은 미장칼 대신 붓으로만 1회 칠해 조금 더 빠르게 작업을 완료할 수 있었다. 공간의 자연스러운 연결과 확장을 위해 현관까지 동일한 색상의 미장재를 발라 마무리했다. 역시 바닥 작업은 허리를 포기해야 하나 보다. 한동안 미장 작업 때문에 우리 둘은 허리가 심하게 아팠다는 후일담이 남아 있다.


쇼룸 바닥 미장
현관 바닥 미장



작은 방심이 만든 결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던 바닥을 확인하러 다음날, 문을 열었다. 바닥 전체가 보란 듯 일어나 있었다. 당황이 섞인 웃음이 났다. 큰일이라 생각했지만, 작업실 스프레이 도장을 하면서 하도 고생해서 ‘어떻게든 처리하면 되겠지.‘라는 마음부터 들었다. 이 현상을 잡기 위해서는 바닥 전체를 갈아내야만 했다. 우리는 겨울이 될 무렵 미장재를 바른 터라 다음날 영하권으로 떨어진 온도 때문에 바닥이 깨지는 현장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정확하게 체크하지 않으면 실수가 생기는 법이다. 티 나지 않게 마무리하기 위해 우리는 또다시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온도차로 깨져버린 바닥면


결과는 기대한 만큼 완벽하지 않았다. 그동안 노력한 만큼 성과가 따라오지 않을 때도 있었고, 예상치 못한 변수도 다수 생겼다. 준비를 철저히 해도 뜻하지 않는 상황이 나타난다는 말이다. 우리는 실패하는 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잘 된다는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과정에서 얻어가는 경험을 값지게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했다. 실패가 많아서일까 성공이랄 것을 경험하지 못해서일까? 모르겠다. 그냥 '잘하면 좋고, 못하면 그만'이다.



결국 마무리는 했습니다. 되긴 되네요!


[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9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