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17
예비부부이자 2인 제작자. 60평 작업실 셀프 인테리어 중. 테이블웨어와 가구 제작을 시작으로 인테리어까지 손을 댔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종종 일기를 쓰고 있다. 시간이 많이 남거나 생각이 많아질 때 특히 손이 가는 것 같다. 일기장 안에는 그 시기의 마음과 생각이 솔직하게 담겨있다. 어릴 적에는 누가 보는 게 싫어서, 블로그를 하나 개설해 글을 쓰곤 했다. 그때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혼자 생각을 정리할 곳이 필요했고, 글은 그 역할을 다 해주었다.
오늘은 브런치에 글을 쓴 지 3개월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마음속에 하고 싶었던 말들이 글로 많이 정리되었다. 내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겨왔는지,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돌아보게 하는 기록들이었다. 글이 쌓일수록 내가 향하는 방향이 조금씩 선명해지는 것을 느낀다.
머리를 깨우는 아침 청소
작업실에 출근해서 오빠와 청소를 했다. 꼭대기 층에서 터진 배관으로 인해 건물 전체를 지나가는 큰 얼음이 생겼다. 창밖으로 보이는 얼음을 부숴 없앴다. 느지막하게 녹은 수전을 틀어 또 있을 추위에 동파를 방지했다.
오빠가 내게 당부했던 사실 중 하나는 기계를 잘 다루라는 것이다. 아버님은 전자과를 나오셨다. 오빠는 어릴 적부터 기계를 소중히 다루고, 고쳐주시던 아빠의 모습을 봐왔던 것이다. 사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던 나에게는 색다른 시야였다.
여전히 오빠는 주기적으로 세차나 차량 관리를 하고, 처음 보는 기계도 잘 다루는 편이다. 그 덕에 나는 마음처럼 되지 않더라도 서두르거나 막 다루지 않고 물건을 소중히 쓰고자 하는 마음이 커졌다. 청소를 하고 물건을 아끼면 나 자신을 아끼는 듯한 마음이 든다. 귀찮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시작하면 뿌듯하고 행복한 기분이 드는 일 중 하나이다.
도구용 서랍장 제작
이번에 만들어질 서랍장은 오빠의 사용 빈도가 높은 가구이다. 첫 도구용 수납장은 마끼다(재단용 기계)를 올려 사용할 용도로 제작이 되었다.
목공용 작은 도구들과 부자재를 넣을 수 있게 서랍 타입으로 설계가 되었다. 작업실의 보조 색이 검은색이기 때문에, 자작나무에 검은색을 칠하기로 결정했다.
1) 스케치 및 도면
2) 사용할 자재
3) 색상 테스트
오빠는 먹과 스테인을 구매하여 자작나무 합판에 한 칸씩 테스트를 했다. 서랍장은 먹으로 1회 칠하고, 스테인 1회 칠하여 마감하기로 했다. 이후 바니쉬를 칠해 상태를 보며 마감할 예정이다.
먹과 스테인 칠의 차이는?
1. 먹 1회 칠 + 스테인 1회 칠:
나무가 빨아들인듯한 자연스러운 검은색에 광택이 거의 없다.
2. 스테인 2회 칠:
색이 진한 검은색으로 나오고, 광택이 많이 돈다.
쇼룸 설계
3월 중으로 쇼룸을 오픈할 계획을 세웠다. 일반적인 창업 속도에 비하면 많이 더디지만, 그간 원하던 최종 목표만은 흐트러지지 않았음에 더러 안심을 했다. 쇼룸 오픈을 미루고 미뤄왔던 이유 중 하나는 끝내 마음에 드는 시안이 나오지 않아서였다.
가장 크게 고민한 지점은, 주거공간처럼 풀어야 할지 상업공간답게 오롯이 제품을 위한 공간으로 디자인해야 할지에 대한 선택이었다.
1) 쇼룸 내부 사진
2) 인테리어 전, 체크리스트
- 쇼룸 크기가 크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 정면에서는 상부장과 하부장이 직접 노출되게끔 제작하고자 했다.
- 높낮이가 다양한 제품을 무리 없이 둘 수 있으며 수납이 잘 되는 구조로 디자인했다.
- 시즌마다 테이블 세팅 방법을 제안하고, 큐레이션 할 수 있도록, 중앙부에 6인용 테이블을 제작해 두기로 했다.
- 공간을 가득 채우지 않아도 가구와 제품 하나하나 오브제처럼 보이길 바랐다.
3) 스케치 및 도면
나는 상업공간과 주거공간의 중간쯤의 놓인 느낌을 원했다. 쇼룸이지만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따뜻한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주거하는 입장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장면을 떠올리며, 한참을 바닥에 이리저리 앉아 스케치를 했다. 결국 주방과 테이블이 마주 보도록 하는 구조를 그려냈고, 이 구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수강생에게는 잠시 쉬어갈 휴식의 공간이 되고, 손님에게는 일상에 한 조각을 더할 물건을 데려갈 멋진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더 나은 공간을 위해, 우리는 앞으로도 함께 고민하고 이곳을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려 한다.
[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18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