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16
예비부부이자 2인 제작자. 60평 작업실 셀프 인테리어 중. 테이블웨어와 가구 제작을 시작으로 인테리어까지 손을 댔다.
결혼을 앞두고 현실적인 준비와 생각이 많아졌다. 가족 간의 작은 다툼도 생길 만큼 날이 서 있는 상태였다. 결혼만큼은 일처럼 생각하지 않고 준비하고 싶었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주말마다 나가는 플리마켓의 상황도 썩 좋지 않다. 매출이 있어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요 근래 일자리에 대한 불안정함을 갖고 있다. 작년대비 급격히 매출이 감소했다. 부탁받은 부업 역시 프리랜서 계약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사업자로 지내면서 당연했던 여러 개의 일이 한순간에 사라질까 봐 조금은 두렵다.
내 직장이 완고해지기 전까지 이 불안정함은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할 나의 몫이다. 혹시 모를 상황에 오빠와 나는 우리의 사업을 끝까지 노력해 보고, 실패했을 때 나아갈 미래에 대해서도 상의했다.
터진 배관
이 정도 큰 고드름은 처음 봤다. 5층 가량의 벽면을 뒤덮어 내려온 고드름 줄기는 바닥까지 이어지고서야 끝이 보였다. 주말에 일을 끝내고 오니 보인 건물의 모습은 처참했다.
물이 흘러 얼은 곳이 작업실의 화장실 가까이 위치한 곳이라,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기를 바라며 층계를 올랐다. 작년은 바로 위층에서 터져버린 배관에 의해 화장실 천장에 물이 가득 새었던 일이 있었다. 그 결과로 며칠이 걸려 마감한 천장 도색이 변색되기도 했다.
들어와 보니 겉보기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우리 층 화장실 타일 사이에서도 물이 조금씩 새는 것을 보았다. 건물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제였기 때문에 주인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타일이라도 터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벽 타공판 설치
한동안 정리가 안되던 클램프와 도구들을 걸 자리를 찾았다. 바로 가벽이었다. 언젠가 작업실을 차리게 되면 벽 한편을 사용하여 멋지게 수납을 하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드디어 때가 온 것 같았다.
도구는 차츰 사들이기로 하고, 하나씩 예쁘게 걸어보자는 마음으로 타공판을 주문했다. 벽이 하얀 편이라 툴이 걸리면서 오브제처럼 보였으면 했다. 타공판도 하얀색으로 주문 제작을 했고, 오빠는 타공판이 도착하자 서둘러 레이저기로 라인을 땄다.
가벽은 오빠가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뼈대가 어디쯤 위치한 지 대략 알고 있었다. 그래도 몇 군데는 헛방으로 뚫기도 했지만, 결국 타공판을 튼튼히 지지할 곳에 구멍을 냈다.
원동력
작업실은 3층에 있다. 1층과 2층에는 주인 사장님이 운영하시던 음식점과 카페가 있었다. 사장님께서는 오래 운영하시던 두 개 층을 모두 정리하셨고, 곧 공간을 임대 놓으셨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처음부터 잘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준비하던 찰나, 1층에 새로운 음식점이 들어오게 되었다. 텀이 길지 않은 시기에 새로운 음식점이 이 건물에 들어온 것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상황은 한결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꽤 큰 규모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곧 오픈을 하는지 작업이 빠르고 신속했다. 자본이 있다는 것은 이런 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럽기도 했지만 그 장면은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 우리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었다.
얼어버린 수전
작업실에 앉아 부스스 날리는 눈보라를 보면서 또 한 번 겨울이 왔음을 체감했다. 눈이 내리거나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날에는 건물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의 수전마저 얼기 때문에, 전날 물을 조금 틀어둔 채로 퇴근했다. 이번 겨울에는 작업실에 오래 머물지 않았고, 수전은 꽝꽝 얼어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날씨가 추울수록 작업실에 나가고 신경 써야 했지만, 그동안 할 일을 일부러 만들어 다른 것에 몰두했다. 그런 내 모습이 창업에서 도망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최근에서야 내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보게 된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마치, 반지가 꽉 끼어 붓고 벌게진 손가락 같다는 걸. 미루지 말고 어떻게든 빼내야 했다. 추위보다 더 혹독한 것은 마음의 여유를 잃는 것이다.
그간 오빠와 지원했던 아파트는 보란 듯 떨어졌다. 글처럼 삶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많은 것 같다. 어쩔 때는 곤란하리만큼 예상 못한 일들이 툭툭 발생한다. 흔들리기는 하지만, 그저 지나가는 때라고 되뇐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내 삶이 더 나아질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내가 나를 믿어야지, 누가 믿겠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넘어간다.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지극히 일반적인 과정일 거라 생각하며.
[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17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