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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랑 Jul 15. 2023

아비정전

허영의 그림자 속 예술의 향유 - 10. 옥탑

 홍콩 영화라고 해봤자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라고 생각했던 게, 그를 마주하게 된 첫 순간을 늦춘 것만 같아서 아쉬울 만큼, 그토록 아름다운 세기말 구시가지 색채는 온통 휘감아 매혹해 버렸다. 


 우주는 혼자 있는 시간을 어찌나 감성적으로 즐기는지, 그의 혼자를 함께하는 시간이라도 생기면 지수는 아주 소중히 여기곤 했다. 우주의 집은 골목골목 수많은 빌라와 주택이 들어서있는 서울 한중심에서, 산일지 동산인지 싶은 가파른 언덕 중턱에 있는 옥탑방이었다. 그토록 무용한 옥상이 어딨겠냐만은 우주는 유독 그 무용한 감성을 좋아했다. 상상했던 옥상의 시야는 고즈넉한 서울 야경일것 같았지만 실상은 겨우 박카스 광고 수준이 전부였다. 하지만 우주와 함께 나눠 마시는 한숨의 담배향기는 왜인지 홍콩의 그 색채로 바꿔주는 듯 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그는 집에 엠프가 몇개였는지, 그가 가진 기타는 대여섯 개도 훌쩍 넘었다. 그의 창틀에는 종이 인센스와 반지들이 놓여있었고, 창사이즈만 한 영화 포스터들이 차곡차곡, 혹은 조금 흐트러진 채 켜켜이 놓여있었다. 그의 공간은 그이 자체였다. 따듯하고, 정돈된 듯 획일화되어있진 않은 조금은 소란스러운, 그런, 포근함이였다.


 편안한 그의 연주에서는 우아함이 드러났다. 그는 기타와 함께 선율 위에서 다녔지 감히 기타를 연주하려 들지 않았다. 그런 우주를 볼 때면 지수는 뜨거운 행복을 느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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