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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랑 Jul 09. 2023

야간비행

허영의 그림자 속 예술의 향유 - 09. 착취

은퇴한 공군들이 쓴 비행과 인생에 대한 고찰은 언제나 이국적이면서도 완연한 공감이 되는 은유 같다고 생각하던 지수였다. 어찌 그런 낯선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내 이야기만큼 가까우면서도, 내 모든 감정을 내어줄 만큼 공감을 불러일으킬까 하곤 했다. 어린 왕자라는 다채로운 소설을 내보인 생택쥐베리도 야간비행에서만큼은 비행에 대해서만 온전히 쏟아부을 만큼 자신을 삶을 내어준 분야는 얼마나 인생을 포괄해 버리는 힘이 있을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하던 날들이었다. 회화를 전공한 사람과 화성학을 전공한 사람 두 인물이 한 장면을 묘사한다면 사용하는 도구는 단연 다른 세상의 것일 텐데, 지수와 우주가 그러했다. 오감 중에 눈으로만 입력이 가능한 사진과 서적을 사랑해 왔던 지수에게 리듬이라는 시간의 흐름 위에 있는 영상과 음악 속에 살아온 우주는 더 높은 차원의 인물 같았을 것이다. 가령 파트리크 쥐스킨트 작품의 색채가 채도가 낮은 회끼 도는 톤이라고 설명을 하는 지수 옆에는 체호프와 카프카가 단편의 거장일 수 있음에는 강렬한 리듬의 맺고 끊는 순간을 잘 포착해서라고, 스토리의 흐름은 조화로운 선율이 여야 한다고 잇는 우주가 있었을 테니 말이다. 


 지수는 언제나 그런 우주의 다름을 갈망했다. 갖지 못한 매력을 가진 자를 사랑할 때 얼마나 사랑과 샘나는 마음이 뒤엉켜 분리하기 힘든지 몰랐기에 뛰어든 관계였을 것이다. 그런 지수를 우주는 항상 착취형 인간이라고 웃곤 했다. 얻고 싶은 게 생기면 상대가 내어줄 시간보다 더 급히 받아내려 하는 모습을 희화한 말이었다. 지수는 그 말이 영 내키지 않으면서도 싫다고 내젓기에는 스스로도 공감이 되었던 걸까 이내 끄덕이고 말곤 했다. 세상 어찌나 많은 것들을 욕심냈을까 싶지만, 반성하기에는 눈앞에 있는 우주의 모든 것이 너무도 탐이 나서 나쁜 버릇을 고치는 것은 역시 미뤄야겠다고 생각하는 지수였다. 우주의 매혹적인 음률은 헤어 나오기도 참 힘이 들었을 테지만, 착취하기엔 역부족인 제 능력을 탓할 수 밖엔 없었다. 그저 갖고 싶었고, 착취라는 단어에 걸맞게 행동하고 싶었을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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