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행복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eil Dec 01. 2019

배려도 과유불급

2019.11.26 아일랜드 첫째 날

 유럽에 오면 살짝 불편한 게 있다. 레스토랑에서 과한 친절이랄까. 사실 친절인지, 자기 일을 줄이려는 건지는 아직 좀 의심스럽다. 물론 내가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꾸 나를 챙겨주려는 시선이 꽤 불편하다. 특히, 혼자 밥을 먹을 때 더 곤란하다. 여럿이 밥을 먹으면 대화로 식사가 끝났는지 알 수 있는데, 혼자 온 사람에겐 겉으로 드러나는 대화가 없다. 그래서 힐끔힐끔 내 그릇을 보는데, 소심한 나는 자꾸 눈치가 보인다.
 오늘 점심은 오닐스 바에서 혼자 해산물 차우더 수프(8유로) 먹었다. 해산물들이 통통하게 들어 있어 꽤 마음에 드는 점심이었다. 혼자 펍에 앉아, 수프를 즐겼다. 그런데 아직 다 안 먹었는데, 글쎄 웨이터가 내 그릇을 치우려고 했다. 심지어 아직 수프가 남아 있었는데도 말이다. 난 단호하게 아직 다 먹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그 웨이터는 내게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들의 행동이 눈치 주는 것, 일 줄이려는 것으로 보지 않기로 했다. 친절은 친절인데, 조금 과한. 혹은 내가 익숙하지 않은.

 디저트를 먹으러 간 Dolce sicly도 마찬가지였다. 밀라노의 까놀리를 잊지 못한 나는, 까놀리를 찾았다. 맛과 분위기만큼은 단연 최고였다. 차가운 리코타 치즈 크림과 중간중간 씹히는 초콜릿, 바삭한 과자. 완벽한 맛이었다.

나는 이 달콤함을 온전히 만끽하고 싶었다. 카페에서 책을 읽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습을 당장 실현시켰다.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포크로 디저트의 달콤함을 입에 넣었다. 점심때를 생각하며, 천천히 먹었다. 포크를 물고 있기도 했다.
 결국 나 혼자 카페에 남았다. 이 책을 다 읽고 가리라 다짐했다. 웨이터들도 처음엔 나를 계속 주시하더니, 반쯤 포기한 것 같았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내가 있는 곳에 들어와 내가 다 먹었는지, 계산을 하려고 하는지 체크했다. 내게 필요한 서비스가 있으면, 그때그때 베풀어주려는 세심한 행동임을 알지만 혼자 있을 때는 조금 과한 친절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벨’을 만들었나 보다. 한국은 참 편리한 나라다.
 그래도 벨보다는 사람이 나를 챙겨주는 게 아직까지는 좀 더 기분 좋다. 그러니, 이 문화에 익숙해져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