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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il Dec 01. 2019

음악 앞에서는 모두가 행복하다.

2019.11.26 아일랜드 첫째 날

 오늘 하루의 마무리는 Temple bar였다. 정말 기분 좋은 마무리였다. 더블린은 여자 혼자 밤늦게까지 돌아다녀도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비교적 안전하다.

 발걸음도 가볍게 템플바로 향했다. 트레이드마크인 빨간색 템플 바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템플바 하나 때문에 온 거리가 크리스마스 분위기였다. 담쟁이 덩굴처럼 얽히고설킨 조명들,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빨간색. 문을 열고 들어가니, 컨트리 음악이 들렸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처음에는 오랫동안 머물 생각을 감히 하지 못했다. 혼자 미소를 띠며, 구경하는 나를 유럽의 아저씨들이 자기 딸 바라보듯이 쳐다보았다. 바이올린이 이렇게 강렬한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빨간 천장과 아기자기한 데코레이션, 그야말로 크리스마스였다. 템플바의 문은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문이었다.

 어느 템플바를 가도 비슷하겠지 싶어 일단은 나왔다. 그런데 관광도 쇼핑이랑 꽤 비슷하다. 가장 처음에 마음에 든 옷을 결국 다시 사러 오는 것처럼, 마음에 든 곳을 발견했을 때는 주저하지 말고 그곳에 머물러야 한다. 이곳저곳 템플바 구역의 펍을 돌아다녔다. 내가 원하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라이브 뮤직 카페는 신났지만, 노래를 직접 연주하지 않았다. 또 다른 곳은 직접 악기를 연주했지만, 그만큼 신이 나지 않았다.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강렬하면서도 신나는 연주,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틈새시장을 노린 작전은 성공했다. 기네스를 시킨 후, 운 좋게 자리를 잡았다. 안쪽으로 들어가진 못해도 밖에서 음악이라도 듣는 걸로 만족하려 했다. 근데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 소리를 직접 보고 싶었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땐, 역시 늦었다. 내가 딱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인지, 직접 연주를 시작했는지 계속 확인하며 불굴의 의지로 기다렸다. 기다림 끝에 엄청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40분 동안 멈추지 않는 아코디언, 바이올린, 기타의 합주를 들었고, 합주에 맞춰 춤추고 손뼉 치는 사람들을 보았고, 참여했다. 기네스 맥주 한잔 값(6.5유로)으로는 과분한 공연이었다. 이방인이 나도 아이리쉬가 된 것처럼 발이 리듬을 탔다. 눈이 마주치면 사람들은 싱긋 웃었다. 이 펍 안에서 우리 모두는 노래를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다른 유럽 국가 사람들보다 조금 더 따뜻한 이유를 음악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펍의 문을 열면 마주하는 신나고 정겨운 음악은 지친 하루를 위로해주는 작은 선물이다. 매일 밤 끊이지 않는 악기 소리와 목소리는 아일랜드의 힘이다. 음악 앞에서는 모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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