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7 아일랜드 둘째 날
Lidl 구경, 옷 구경 끝에 Hugh Lane 갤러리에 들어갔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업실 때문에 유명해진 곳이다. 예술의 일가견이 없는 나는, 베이컨이 철학자인 줄 알았다.
한 번도 치우지 않았다는 베이컨의 작업실이 의미하는 바는 결국 자기 자신의 손에 익숙한 게 중요하다는 것 같았다. 모든 사람에게는 맞지 않아도, 내게 맞는 공부법이 결국 나에게만큼은 가장 좋은 공부법이듯이 말이다. 더러움을 합리화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만, 난 베이컨의 말에 꽤 공감했다. 항상 ‘객관적인 좋음’보다는 ‘주관적인 맞음(적합성)’을 중시하는 나니까. 세상의 모든 건 좋고 나쁜 것,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내게 맞거나 맞지 않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미술관에서 자꾸만 내게 상냥하게 인사를 건네주시는 할아버지들 때문에 마음이 따뜻했다. 아일랜드는 스웨덴, 덴마크와 느낌은 비슷하지만 사람들이 좀 더 살갑다. 눈이 마주치면 항상 사람들이 웃어주는 게, 형식임을 알면서도 꽤 기분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