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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il Dec 07. 2019

기차여행

2019.11.28 아일랜드 셋째 날

기차를 탔을 때, 1.5유로를 더 낸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민박집 아주머니의 말씀을 듣기를 잘했다. 평소에 기차를 타고 홀연히 떠나고 싶었는데, 이번 유럽 여행에서 겸사겸사 기차 여행까지 할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럽다.

 기차 여행의 매력 첫 번째는 간식거리다. 버스와 달리 테이블 위에 간식 여러 개를 올려놓고 까먹을 수 있다. 어젯밤부터 열심히 슈퍼를 돌아다니며 정성스럽게 간식을 골랐다. 보는 건 많으면서, 항상 사는 건 조금이다. 결국 몰티져스와 물 한 병, salted caramel pistachio 도넛을 구비했다.

 다음 날 아침 버틀러 커피에서 아메리카노를 사면 모든 게 탁하고 들어맞을 것이라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적당히 일찍 일어나, 골웨이로 가는 짐을 쌌다. 간식 바구니를 들고, 버틀러 초콜릿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까지 구매했다. Complimentary 초콜릿까지 받아서 행복함은 +1이 되었다. 버틀러 커피도 +1점이다. 2시간 30분의 여행 동안, 간식거리들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바스락바스락 거리며 간식거리를 까먹는 게 기차 여행의 매력이다.

 두 번째 매력은 풍경이다. 일부러 창가 자리를 예약했다. 날씨가 흐려 창밖의 풍경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구름 틈새를 가끔씩 파고드는 햇빛이 있었다. 덕분에 아름다운 창밖의 풍경을 맞이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푸른 들판을 만날 수 있어 풍경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휴대폰을 하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풍경이 아름다워 넋을 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버스와 다르게 더 큰 창문으로, 천천히 풍경을 음미할 수 있다는 게 기차 여행의 두 번째 매력이다.

 세 번째 매력은 생산적인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둘둘씩 서로 마주 보는 기차 구조였다.

 마주 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큰 책상이 있어 각자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간식을 먹고, 밖을 바라보느라 책상을 많이 사용하지는 못했지만, 밀린 글을 쓸 수 있었다. 글도 썼고, 골웨이 여행책도 읽어보았고, 어제의 다이어리도 작성했다. 기차 안에서 더블린에서의 시간들을 곱씹고, 골웨이를 맞이할 준비를 완료했다.


 돌아오는 길도, 꼭 기차를 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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