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행복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eil Dec 07. 2019

나만의 여행지

2019.11.28 아일랜드 셋째 날

 골웨이는 살면서 꼭 와야 할 여행지라고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세상에 이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도시는 많으니까. 그런데 나는 골웨이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블린을 처음 맞이했을 때처럼, 골웨이에서도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일단 기차역에서 나오니, 유럽에서 처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었다. 작지만 반짝반짝 거리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내 안의 동심에 불을 지폈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더 좋을 것만 같았다.

 호스텔에 짐을 맡기고, salt hill 바닷가로 떠났다. 유유자적하게 혼자 걸었다. 가는 길은 볼 것 없는 주택가였다. 그런데 옹기종기 작은 주택들이 모여 있는 것마저도 예뻐 보였다. 그리고 쓸쓸한 바닷가를 마주했다. 날이 흐린 바닷가였는데,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처음에 본 바다는 뻘에 가까웠다. 해안선을 따라서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날씨가 조금 추웠지만, 나도 짐만 없으면 같이 뛰고 싶었다. 아말피, 포지타노에 비하면 감흥이 적은 바다지만, ‘나만 있는 바다’였다. 날이 흐려서, 바닷가의 모습이 아니라 바닷가에 있는 나의 모습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해안선을 따라 걷는 것도, 적당히 찬 바람도, 백사장에서 뛰노는 강아지들을 바라보는 것도, 이어폰에서 나오는 옛날 음악도 좋았다.

 누군가 골웨이의 바닷가를 꼭 봐야 하냐고 하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내게 salt hill 바닷가는 꽤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유가 흔히들 첫사랑을 하고 있던 내 모습 때문이라는데, 비슷한 이유다. Salt hill 바닷가에서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 Salt hill이 어디에나 있는 밋밋한 하얀 식빵이라면, 나는 달콤한 잼과 햄, 치즈 등을 준비해서 완벽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기차 여행에, 바다까지 볼 수 있었다. 바닷가도 평소에 꼭 가고 싶었는데 말이다. 아일랜드 여행이 내가 원했던 모든 여행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혼자 하는 여행, 그래서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여행, 대자연, 바닷가, 기차 여행, 펍 투어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여행지는 아니지만, 골웨이는 내게 꼭 맞는 여행지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차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