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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il Dec 16. 2019

p.s I love you

2019.11.30 아일랜드 다섯째 날


 골웨이에서 더블린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두 개의 영화를 시청했다. 하나는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p.s I love you, 하나는 Claus. 공교롭게 두 영화 모두 편지와 관련되어 있었다. 편지 쓰기를 좋아하는 내게는 안성맞춤인 영화였다. 아일랜드 남자인 조지와 미국의 뉴욕 출신인 홀리가 주인공인 영화인데, 추천을 해준 친구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했다. 특히,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인, 편지를 이용한 조지의 마지막 이벤트가 인상적이었다. 아일랜드 남자인 조지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세상의 시선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는 홀리에게 진짜 나의 모습을 찾게끔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그런 조지의 모습이, 아일랜드의 분위기와 닮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영화를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아일랜드에 대해서 더 좋은 환상을 심어주었으니 말이다.

 
  조지는 홀리와 달랐다. 뭔가 든든했고 믿는 구석이 있어 보였다. 집이 부자거나, 직업이 좋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꾸만 밖에서 가치를 찾으려는 홀리에게 조지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마찬가지로 그런 점에서 나도 조지가 매력적이었다. 빠른 헤어짐은 너무 슬펐지만, 헤어짐을 마무리하는 방식이 정말 로맨틱했고, 헤어짐/끝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한 것도 멋있었다. 개인적으로 무조건적으로 희망을 주는 말을 싫어한다. 실제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지는 끝이 있음을 인정했고 홀리에게 낭만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작별인사를 할 수 있었다.
 

 조지를 통해 아일랜드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아일랜드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나’에게서 가치를 찾는 사람들.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바로 아일랜드 같다. 홀리와 조지가 만난 아일랜드 공원은 꼭 한 번 다시 방문하고 싶다. 어디 조지 같은 사람 없나, 아일랜드 펍에서 한 번 뒤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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