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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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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il Dec 09. 2019

3 men & a bass

2019.11.29 아일랜드 넷째 날

솔직히 fish and chips가 19유로는 아니지. 감자튀김 절반에다, 겨우 튀긴 생선 주제에 19유로는 무슨. 온전히 리듬을 타게 만드는 신나는 연주 때문에 지불한 값이었다. Temple bar에서처럼 3명의 아저씨가 각각 피아노, 기타,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했다. 무엇보다 외국인인 나도 알 수 있는 음악을 연주했고, 그래서 가사도 따라 부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세 아저씨들을 볼 때마다, 아빠가 생각난다. 첫째로는 기타의 선율이 이렇게 아름다웠다는 걸 깨닫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아빠도 이렇게 연주했다면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The quay restaurant and bar에서 마지막 만찬을 누렸다. 배를 채우고 싶진 않았지만, 음악을 채우고 싶었다. 그래서 탁 들어가자마자, 연주가 마음에 든 이 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결정했다. 밥을 먹는 내내, 지루하지가 않았다. 귀가 즐거운 식사였다.
 다 먹은 후에도, 아저씨들의 연주가 멈출 때까지 나는 떠나지 않았다. 조금 피곤하기는 했지만, 떠날까 싶을 때 자꾸만 아는 노래로 나를 붙잡았다. Hit the road jack에서 정형돈 창법도 너무 웃기고 좋았고, hey jude도 참여할 수 있어 신났고, piano man이 이렇게 즐겁게 들린 건 처음이라 신기했다. 한국 노래도 옛날 노래가 좋은 것처럼, 외국 노래도 옛날 노래만이 가진 좋음이 있다.

 나의 속물 같은 자아는 처음에 아일랜드의 작은 골웨이의 펍에서 연주하는 아저씨들은 행복할까, 질 낮은 생각을 했다. 비틀즈처럼 유명한 밴드가 아니니까.  그런데 노래를 들으며 바라본 세 명의 아저씨들은 참 행복해 보였다. 연주를 하는 금요일 6시 30분부터 8시 30분, 그 이외의 시간에 어떤 삶을 사는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 두 시간 동안 합을 맞춰 연주하고 노래하는 아저씨들은 음악을 하기 위해, 이 시간을 위해 태어난 것 같았다.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 낸 연주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음악 하는 삶’이라는 인생의 목적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 아저씨들은 행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감히 헤아려 본다.

 ‘정의를 무엇인가’를 읽으며, 아리스토텔레스가 선에 목적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구시대적인 발상처럼 느껴지기보다 그 생각이 와 닿았다. 결과론적이지만, 때로는 가장 본질을 건드리는 것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 단순하고 마음이 편한 사고방식이었다. ‘저 아저씨들은 음악을 하기 위해 태어났구나. 그리고 나도 또 나름대로 내 목적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목적을 생각할 때, 당연하게 고개가 끄덕여지고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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