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행복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eil Dec 16. 2019

Busking

2019.11.30 아일랜드 다섯째 날

 Busking이라는 단어가 시작된 곳이 아일랜드다. 영화 원스도 버스킹을 하는 주인공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며, 배경이 되는 그래프턴 거리는 버스킹의 거리다. 한국의 예능 비긴 어게인 프로그램 또한 그래프턴 거리에서 버스킹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다시 한번, 그래프턴 거리를 찾은 것은 버스킹을 즐겨보기 위해서였다. 아무 계획 없이, 듣고 싶은 만큼 버스킹을 듣기로 했다. 결국, 1시간을 그래프턴 거리에서 음악을 들으며 보냈다.

 일정한 간격으로 여러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만난 아티스트는, 인스타 팔로워 수가 만 명을 넘고 차세대 아델이라 불리는 allicesherlock이었다. 앳된 여자 아이라고 하기에는 노래가 수준급이었고 목소리가 매우 짙고 깊었다. 호소력 있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노래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커버하는 노래들이 너무 좋아서 플레이리스트에 담았는데, 덕분에 보물 같은 노래를 알게 된 것 같아 감사했다. 커버하는 노래 말고도 직접 만든 why do you love me라는 노래도 매력적이었다. 가사가 꽤 마음에 들었다. 직접 앨범도 팔고 있었는데, 가난한 나는 미안하게도 귀동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추운 겨울, 시린 손으로 기타 연주를 멈추지 않는 열정에 감탄했다.



  나머지 한 시간을 채운 사람은, 루프 스테이션을 사용하는 pauljenkomusic이었다. 윤도현과 헨리의 버스킹을 보며, 루프 스테이션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멋진 오빠가 루프 스테이션을 사용해서 연주하니, 오랫동안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종종 내가 아는 노래들도 나와서 따라 부를 수 있어 기뻤다. 두 사람이 즉흥적으로 합을 맞춰 연주했다. 서로의 실수를 서로가 채워주는 좋은 듀오였다. 가수는 역시 노래를 잘할 때, 가장 멋지다. 각자가 가진 역할, 목적에 충실할 때 사람은 빛난다. 나도 내가 빛날 수 있는 모습을 꼭 찾고 싶다.

 내가 원하는 만큼 버스킹을 듣는다는 게, 한국에서는 좀처럼 쉽지가 않다. 아마도 멈춰 설 여유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여유를 가지는 것, 순간을 즐기는 것도 연습해야 한다. 한국에 돌아가면, 잊었던 여유를 되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분명 스웨덴에서 다짐했고 연습했었는데.. 여행은 까먹었던 것들을 다시 꺼내보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외국인이 외국인을 바라볼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