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Acts'
<Human Acts>(소년이 온다)를 읽다가...
Even the kids from high school knew enough to keep their mouths shut. We stayed silent, avoided each other's eyes. We needed time to process what we'd experienced that morning. A scant hour's worth of silent despair, that was the last grace left to us as humans. (p.106/<Human Acts> by Han Kang, traslated and introduced by Deborah Smith)
감옥에서 매일 끔찍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그 어떤 말도 허락되지 않는 수감자들. 질문도, 위로도, 아무리 짧고 간단한 대화도 금지당한 그들의 고난을 읽노라면 마비가 오는 듯하다. 저승에서 뒤를 돌아본 '오르페우스'(그리스 신화) 겪은 불행처럼 가슴 저린 아픔이 전해진다. 그래서 한강의 작품은 어렵다고 하는가 보다. 단순히 어려워서만 아니라 작가가 보여주는 세상의 민낯을 보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때로는 진실을 대하기가 너무 고통스럽고 잔인해서 그냥 책장을 덮고 싶으니 말이다. 하지만 톡 쏘는 겨자의 느낌을 뒤로하고 다시 정신을 차린다. 먹먹하고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다시 펼쳐보려 한다. 때로는 책을 읽을 때도 용기가 필요하다. 두렵지만 두려움 속에서도 한발 내딛기 위해서는.
찰나의 순간에 동료 수감자의 고문 흔적을 쳐다보는 것, 인간으로서 유일한 관심이자 공감의 표현 silent despair에서 유치환의 '소리 없는 아우성'(<깃발>)이 들렸다. 그 어떤 소리보다 크게 절규하는 인간의 외침이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치유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 고통은 점점 커진다. 울고 싶어진다. 인간성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중요한 본질인데 그 영혼이 죽어가는 모습을 따라가야 하다니.
I remember those moments when, hazy with exhaustion and hunger, it seemed as though that sucker was slowly feeding on my soul. (p. 108)
수감자는 자신과 함께 반찬을 나누어 먹어야 하는 여린 동료 수감자(진수)를 보고 처음에는 안심했다. 그가 많이 먹지 않을 것 같아서다. 진수가 맥없이 죽고 나서야 그는 의문을 쏟아낸다. 진수의 영혼을 갉아먹는 그만의 고통의 있었음을 고백하며.
The ants nibbled at his genitals for three hours.
I heard that after he was released, he had nightmares about insects almost every single night.(p.110)
결국 이 부분을 읽고 잠시 책장을 덮었다. '오늘도 힘들다'를 되뇌며. 인간의 폭력과 애도를 담았다는 작가와 관련 작품의 내용을 떠올리며 이국인들이 느꼈을 감정을 생각해 보았다. 그들의 역사를, 우리의 역사를. 전체주의가 한 인간을 어떻게 파괴할 수 있는지를 폭로한 조지 오웰의, 1984>, 일제의 핍박을 받은 우리나라의 독립투사들, 히틀러의 희생양이 된 유대인의 고통, 우크라이나의 힘겨운 싸움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나의 무관심과 무심함과 혹시라도 저질렀을지 모르는 폭력이 있지 않았나 고심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기도 중에도 기억해야겠다. 버릇처럼 말하다 보면 반복하다 보면 지양해야 할 인간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하며.
'평화를 주소서. 눈에 보이는 폭력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도 좌시하지 않는 혜안과 용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