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축구 선수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

by 애니마리아


열정이 있다고 늘 행복하지는 않다. 열정 때문에 좌절하고 실망하고 고통스럽기도 하다. 하나의 동작을 염원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수십 번 수백 번 넘어지는 김연아 선수처럼, 단 몇 주간 진행되는 올림픽 경기를 위해 4년 동안 지난한 세월을 견디고 연습하는 것처럼. 수많은 것을 포기하고 희생해야 했을 터이다. 자발적 불행을 넘어서지 않으려면 과도한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무엇이 과도한 욕심이고 무엇이 내 열정을 쏟아부을 대상인지 구분조차 쉽지 않다. 손흥민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열정을 지속시킬 수 있었고 수많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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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 저자손흥민출판브레인스토어발매 2020.08.21.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축구 선수로 활약하면서 동시에 영국 프리미어 리그, 유럽 대회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겨우 만 16세에 독일 함부르크로 스카우트되어 선진 축구를 접하고 훈련하며 유망주로 성장했고 2015년부터는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로 이직한 이후 현재까지 훌륭한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이 책이 처음 나온 해는 2020년이라 그동안의 세월 속에 좌절과 성공을 거듭하며 수많은 팬들을 기쁘게 하는 위대한 축구 선수다. 올해는 토트넘의 주장이 되어 맹활약하고 있고 이번 시즌 아직 골은 많지 않지만 팀 내 최다 도움을 기록(24년 12월 16일 기준) 하기도 했다.



책날개와 붉은색의 색지를 넘기면 먼저 손흥민의 등번호이자 행운의 숫자 7이 보인다. 표지와 동일한 손흥민의 사진을 뒤로 목차가 나오는데 크게 1부와 2부가 각각 전반전(1st HALF), 후반전( 2nd HALF)으로 표기되어 나뉜 게 눈에 띈다. 손흥민 선수의 직업과 에세이 내용을 절묘하게 엮은 편집자의 재치가 책의 시작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마치 하나의 경기를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어 영화 필름으로 화면을 보듯 독자가 하나하나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감상하는 효과를 준다. 세부적인 목차 또한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게 시선을 끈다. 전반전 항목 아래에 있는 15개의 소제목은 단순히 종적인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지 않고 마드리드, 결심, 트로피, 기회, 4kg, 양봉업자와 같은 어휘로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한다. 후반 또한 협상, 런던 일상, 허니문, 롱패스, VAR과 같은 용어로 축구와 에세이의 조합이라는 신선함을 기대하게 한다.



목차부터 에피소드 사이사이에 나오는 손흥민의 성장 및 중요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도 이 책을 생동감 있게 볼 수 있는 매력 포인트가 된다. 축구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선수의 가장 빛나는 사진일 테지만 독자는 의외의 사진도 감상할 수 있다. 가령 4살 정도 되어 보이는 포동포동한 아기 손흥민과 아빠의 사진을 통해 여느 평범한 가정과 다름없는 미소와 행복을 선사한다.



우리는 연예인이든 스포츠 스타든 화려한 모습과 멋진 재능의 활약에 혹하기 쉽다. 그런 모습에 대중에 많이 노출이 되기도 해서지만 세상이 그 이면의 노력과 고난을 먼저 접하는 경우는 드물기에 이 에세이는 한 사람의 진실한 면과 생각을 접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



"힘들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제일 많이 들었다. 나는 기계가 아니라서 당연히 힘들다.. 경기를 위해서 대륙과 대륙을 왕복하다 보면 피로가 쌓인다. 그래도 행복하다. 경기에 계속 출전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할 뿐이다./12쪽『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


손흥민 선수의 어린 시절 사진처럼 그가 직접 밝히는 친형과의 에피소드, 관계와 고백과 같은 개인사부터 그가 고비를 겪고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마음속에 담고 키운 생각 및 철학을 접할 수 있어 위대한 선수란 과연 어떻게 형성되는지, 세상에 어떤 울림을 주고 사람들이 왜 환호하는지 생각하는 내용이 곳곳에 숨어 있다.


매일 1천 개씩. 그렇다, 1천 개다. 같은 골문을 향해서 오른발 500번, 왼발 500번 슛을 때렸다. 내가 슛 능력을 타고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나의 슈팅은 2011년 여름 지옥훈련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96쪽/『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


손흥민 선수라고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늘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면서도 실수와 오판, 억울함과 고통스러운 순간의 허탈함이 왜 없었겠는가. 어린 유학시절의 암울했던 시절에 겪어야 했던 고독과 고립, 미래에 대한 불안과 성공, 힘들었던 순간이 솔직 담백하게 담겨 있다. 글을 읽다 보면 독자는 좀 더 손흥민 선수의 꿈과 부담, 좌절 속에서도 그만의 생각, 행복론을 들려주는 이야기에 스며들 것이다. 흔들리는 갈대 같으면서도 중심을 잡고 올바른 가치관과 자아를 지닌 청년을 만날 수 있는 이 에세이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인생의 연금술사를 읽거나 접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멋진 등대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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