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택배 물품이 왔다. 작은 상자조차도 되지 않는 필름 수준의 얇은 비닐의 택배. 내가 시킨 게 아니니 안드레아가 시켰을 것이 분명했다. 필요가 있어서 그랬을 테니 굳이 열어보지 않았는데 궁금하긴 했다. 물품 내용에 '자수 용품'이라도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참으로 여성스러운(전통적인 입장에서) 안드레아는 가끔 캘리그래피를 시키거나 팬, 요리기구와 같은 용품을 가끔 구입한다. 반면에 전통적인 여인들의 취향이나 생활에 그리 관심이 없는 나는 안드레아의 이런 점이 신기하기만 하다. 처음에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이벤트처럼 한두 번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웃어넘긴 적도 있다.
어쨌든 이번에는 도대체 뭘 해보려고 시킨 것일까 궁금했다. 은근히 기대까지 되었다. 자수라고? 내가 생각하는 손수건에 자수 놓기 같은 것인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빈약한 두께인데? 사진 한 장 들어갈 만한 두께라 이렇다 할 재료가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안드레아의 설명을 직접 듣는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아 기다렸다. 집에 돌아온 안드레아에게 물으니 별것 아니라는 듯이 대답한다.
"응, 자수가 아니고 자수 모양 장식 패치인데 얼마 전에 산 운동 셔츠가 너무 밋밋하고 허전해서 달아보려고. 내 셔츠에 하트 달아서 예쁘게 만들 거야."
비닐 안 물건을 자세히 보니 작은 스티커 크기의 하트 모양 헝겊이 있었다. 붙이는 게 아니라 바느질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어색하지 않게 달 수 있냐고 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수선집에 맡기지 않아도 될까 싶었지만 안드레아는 재봉틀이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아, 재봉틀! 그 재봉틀은 내 것이 아니다. 안드레아가 몇 년 전에 직장 동료에게 얻은 가정용 재봉틀이었다. 혹여라도 내게 배우라 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영상을 보고 바느질 익힐 거라며 헝겊을 찾곤 했다. 구멍 난 양말이라도 달라며.
그렇게 꺼낸 재봉틀로 정말 하트 모양 패치를 셔츠에 달았다. 한참 낑낑대다가 내가 있는 방으로 와서 셔츠를 보여주더니 내 의견을 물었다. 그럴듯하게 단 모습이 재미있고 기특해서 칭찬해 주었다. 솔직히 내가 할 수 있는 건 감탄과 칭찬뿐이라 미안할 때가 있는데 그것도 좋아하는 안드레아이다. 그는 이내 하트 모양이 조금 기울어졌다고 아쉬워하며 방을 나가더니 다시 바느질 연습에 열정을 쏟기 시작했다.
귀여운 안드레아. 귀엽다는 말이 정말 어울리는 남자다. 나를 한없이 팔불출로 만드는 안드레아. 엉뚱하지만 세심하고 소박한 열정으로 나를 웃기는 남자.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내가 귀여워할 남자, 안드레아의 취미생활은 내게 비타민 알파요, 오메가이다.
새로 산 셔츠가 밋밋하다며 스스로 가슴 부분에 장식을 단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