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들어낸 지옥

<어둠의 심장>

by 애니마리아


<어둠의 심장> 원제는 Heart of Darkness이다. 그동안 번역본이 여럿 나왔으나 번역본마다 제목이 조금씩 다르다. '어둠'을 뜻하는 darkness에 대해서는 대체로 일치한다. 문제는 heart 부분이다. 본격적으로 이 작품을 읽기 전에 제목만 봐서는 흔히 heart는 심장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실제 나온 번역본의 제목을 보면 <어둠의 심연>, <어둠의 핵심>, <암흑의 핵심>, <어둠의 속> 등 뭔가 중심, 깊은 본연의 본질을 나타내는 듯한 말로 조금씩 다르다. 다양한 제목이 가능하다는 것은 내용이 그만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문에서 heart of darkness가 언급되고 표현되는데 맥락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때로는 아프리카 지역의 깊은 정글을 나타내기도 하고 때로는 원주민의 표면적인 모습을 표현하는 듯 보이기도 하며 한 캐릭터의 마음속을 가리키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작품은 작가의 경험과 인생 가운데 많은 배경과 사상이 반영되어 창조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폴란드 출신의 영국 소설가이지만 조지프 콘래드(1857~1924)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배운 게 아니다. 1874년 프랑스 선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후 밀수와 권총 자살을 기도하다 미수에 그쳤으며 이후 영국 상상 선원이 되면서 처음으로 영어를 배웠다고 한다. 1886년 서른에 가까운 나이에 영국으로 귀화해서 서른일곱 살이 돼서야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콘래드는 몇 년 전 콩고 강 항해 경험을 바탕으로 42세가 되던 1899년에 <어둠의 심장>을 발표했다.



작품의 배경이기도 한 식민주의, 제국주의가 한창이던 시대 선원이자 화자인 '말로'는 상아 무역의 거물로 알려진 '커츠'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를 찾아가는 과정 내내 주변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커츠를 대단한 재능꾼이라 칭하며 전무후무한 상아 사냥꾼 내지 유능한 일꾼이라는 말을 듣는다. 전설적인 커츠의 업적과 카리스마를 느끼며 서서히 자신도 커츠에 대해 궁금증 이상의 동경과 찬탄을 금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서서히 시간이 지나면서 커츠에 대한 주변인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목격하기도 한다. 겉으로는 커츠를 대단한 사람이라 추켜세우지만 사실은 질투를 하기도 하고 깎아내리기도 하며 심지어 비난하기도 하는 등 엇갈린 의견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커츠를 만난 말로는 커츠의 잔인한 면과 비인간적인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말로는 원래의 임무대로 커츠를 무사히 정글에서 데리고 본토에 돌아갈 수 있을까.



찰리 채플린은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고 했다(1977년 <가디언>지에 인용). 멀리서 보는 미지의 대상은 신비롭고 아름다워 보일 수도 있고 끔찍한 지옥처럼 보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막상 그 안을 들여다보고 함께 체험하면 처음 생각과 다른 면을 보거나 깨닫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작품의 핵심이 겉과 속이 다르니 조심하라는 단순한 논리만을 파고드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러한 속성을 다루기는 한다. 먼저 서양인의 시각에서 정복과 개척이라는 위대한 인간의 역사를 통해 이성이 아닌 무지로 인한 왜곡된 관점과 역사가 녹아있다.



"지구의 정복이라는 것은 대개 우리의 피부색이 다르거나 코가 우리보다 살짝 낮은 사람들의 소유물을 빼앗는 것을 의미하기에, 너무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기 흉하게 마련이야. 우리를 그런 흉함에서 구해주는 것은 이념뿐일세."(16쪽)



문명과 미개함을 전제로 한 서양의 나라가 그 당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았고 어떤 식으로 자신의 우월성과 뛰어남을 정당화했는지, 이성이 이념으로 발전하며 어떤 식으로 군림했는지가 곳곳에 드러난다.



제국주의와 식민지 개척, 그 안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희생했을 것이다. 미지의 사람들도, 그곳을 차지한 사람들도. 처음에는 그들과 동등한 이익을 꿈꾸었을 테고, 이상적인 세계와 발전을 확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위대함, 선함 뒤에는 늘 어둠이 도사리고 있고 변하는 순간 끔찍한 어두움은 그곳을 장악한 사람에게 되돌아온다. 말로의 시선에서 비친 커츠는 점점 변화하더니 어느새 두려움을 주는 자에서 두려움을 먹어버린 자가 되고 만다. 공포를 주고자 했으나 그 자신이 공포가 되었고 결국 마지막 순간에도 '끔찍해, 끔찍하다고'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어둠은 사라지지 않고 저 멀리 끊임없이 흐르는 모습으로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



어려운 책이다. 20세기 훌륭한 작품 가운데 하나라는 평을 받지만 기승전결의 서사사가 아닌 의식과 사건이 혼재된 구성 때문에 더욱 심오한 독서를 요할지도 모르겠다. 커츠를 둘러싼 끔찍한 행위와 모순과 대조적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본모습을 알지 못하고 여전히 환상에 빠져있는 약혼자의 모습을 비교해 보는 것도 이 작품 감상의 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문학은 인간의 과거를 보여주고 차마 알지 못했던 어리석음과 진리를 보여주는 거울이기에.




* <어둠의 심장> 원서 감상 참조(원서로 먼저 읽고 번역본으로 다시 읽어 보았다. 개략적인 내용 소개는 일부 겹칠 수 있으나 원서 때 다루지 않은 부분과 새로 의식한 면을 위주로 다시 한번 감상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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