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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마리아 Jan 22. 2024

내게 인스타그램(Instagram)이란

나답게 사는 또 하나의 창구



   “엄마,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은 제대로 된 친구가 아닌 것 같아. 허상이지.”


어느 날 인스타그램 피드(feed)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아이가 한 말이었다. 이 말을 들은 순간 잠시 당황스럽긴 했지만 이 말은 단지 솔직한 아이의 의견이었을 것이다.


‘정말 나는 허상을 쫓고 있는 걸까? 나는 왜 인스타그램을 하는 걸까? 가만, 그래도 그렇지 언제는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라고 할 때는 언제고... 좀 서운한데.’


 


  글을 쓰고 싶었고 블로그니 인스타그램이니 말은 많이 들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 자신을 ‘컴맹’이라 여기며 최소한의 기술만 겨우 터득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이런 나의 성격을 아는 남편은 가끔 농담으로 “그래도 한 번 해봐. 그렇게 피하기만 하다가 나중에 아이들한테 무시당하면 어쩌려고 그래? 세대차이 난다고.”라며 격려했지만 나는 다른 일 하기도 벅차다며 둘러댔다.


  그러다 2020년 2월 14일 인스타그램 첫 피드를 올렸다. 워낙 기계치라 앱 설치, 가입 절차와 이용 방법 등 모든 게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해도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시작을 하긴 했다. 정제된 글쓰기는 자신이 없지만 사진과 짧은 심상 위주의 메모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았고 어렵지만 도전하고 싶었다. 늘 작심삼일로 끝나는 목표를 꾸준히 하고 싶었는데 수많은 사람이 이미 100일 도전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우선 100일을 목표로 꾸준히 뭔가를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인스타그램의 흐름을 보면 시각적 효과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 식단 루틴을 올리는 사람, ‘100일 필사’나 독서 등 학문적 목표를 두고 도전하는 사람, 경제적 이익 창출을 목표로 광고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 혹은 자신을 비롯해 풍경, 음식, 의상, 장소 등 멋진 화면, 영상을 올리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표현 방식과 내용을 통해 현재 몰두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중시하는지가 보였다. 하지만 나는 과시용이 아닌 진정한 발전의 도구로 사용하고 싶었다.


  우선 나는 인스타그램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쓰지 않기로 했다. 최대한 가식적인 모습을 줄이고 나만의 루틴을 쌓아가며 성실한 인친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함께 발전하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었다. 영어를 좋아하니 콘텐츠에 포함하는 것은 당연했다. 더불어 독서와 글쓰기 등 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 마음으로 하고 싶었다. 그렇게 100일을 채웠다. 신기했다. 뚜렷한 변화는 없었지만 꾸준히 뭔가를 한 적이 별로 없었던 나는 작은 성취를 밑거름 삼아 계속 나아갔다. 100일에서 300일이 되니 일 년을 채우고 싶었다. 도중에 코로나에 걸려 한 달 가까이 투병을 하면서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내게 가장 큰 힘이 되었지만 나는 나를 놓고 싶지 않았다. 단 하루가 주어진다면 나만의 사과나무로 공부하고 읽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어느새 3년이 지나고 4년 차에 접어들었다. 피드는 1000개가 되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나는 나만의 루틴에 변화를 주었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소위 ‘좋아요’ 중독에 빠져 질보다는 양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하기 싫은 날, 너무 바쁜 날, 힘든 날은 억지로 하기도 했다. 그저 양을 채워야 한다는 심정으로 대충 하고 올린 날도 적지 않았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피드야말로 허상이라고 여겼으면서도 내용보다는 형식적인 꾸미기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했다. 내가 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는지, 이제 어떤 마음으로 이 루틴을 계속해야 할지 변화가 필요했다. 우선 ‘좋아요’ 개수를 나타내는 기능을 가리고 숫자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내게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것을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게 아니라 좋은 습관을 힘겹게 만들었으니 잘 유지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많은 분이 팔로우의 상당수는 광고와 같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게 잘못되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도구로 쓰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내 인스타그램에서 조금이라도 그런 기미가 보이면 과감히 차단하고 소수의 인친과 우정을 이어 나갔다. 자연히 비슷한 노력파 인친이 남았고 나 또한 그분들의 피드에 응원을 보내며 감사를 표했다. 진정한 사이버 친구와 함께 노력하는 표현 방식이 내게 맞았고 좋았다. 내용도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니 광고도 공부나 독서, 좋은 프로그램 위주로 눈에 띄었다. 오해할까 봐 비난할까 봐 잘난척한다고 여길까 봐 망설이기만 하다가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미련하지만 소신 있게 나만의 속도로 갈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감사하게도 4년 넘게 서로 격려하고 감사하며 배울 수 있는 소수의 인친이 있다. 아무리 서로를 볼 수 없는 SNS 세계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의 인성과 진심은 언젠가 드러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은 책을 추천받고 방송대 편입을 할 수 있었고 도서관 글쓰기 수업 등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인스타그램을 꾸준히 한 덕분이었다. 


  1,000개 피드를 계기로 되도록 매일 뭔가를 하되 정리 및 편집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한다. 글쓰기가 점점 늘어가고 새로운 일도 생기니 한정된 시간이 더욱 소중했다. 다른 중요한 일, 공부 그리고 주변도 살피려면 지나친 중독은 조심하면서 시간을 잘 분배해야 하니까. 인스타그램은 현재의 나를 표현하고, 나를 사랑하고, 나를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원 중에 하나임은 분명하다. 인스타그램 루틴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언젠가는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변화는 변화일 뿐 내가 중심을 잡고 뭔가 꾸준히 하는 것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내가 받은 것처럼 나도 미약하게나마 선한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노력을 중단하면 습관을 잃는다.


좋은 습관을 버리기는 쉽지만 


다시 길들이기는 어려운 법이다.


-빅토르 위고-


https://www.instagram.com/annie_maryin_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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