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nger in the Woods
* Title:<Stranger in the Woods>(숲 속의 낯선 존재
* Author: 칼 샘스 2세와 잔 스토익 Carl R. Sams II and Jean Stoick
* PRINTED IN: 2000
* Publisher: Carl R. Sams Photography, Inc.
숲 전체가 눈으로 뒤덮여 있다. 얼마나 오랫동안 왔는지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쌓였다. 큰 나무, 작은 나무, 심지어 가느다란 나뭇가지란 나뭇가지에 싸인 눈송이는 덩어리가 되어 주변을 짓누른다. 풀 하나, 마른 가지 하나 발견할 수 없는 그곳에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 동물이 떠돌다가 일제히 멈춘다. 돌연 '몸조심해! 조심하라고! 라며 급박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큰 어치(bluejay)가 커다란 떡갈나무 꼭대기에서 기를 쓰며 경고하는 소리다.
"Stranger in the woods! Starnger in the woods!"
본문 중에서
가뜩이나 춥고 배고픈데 낯선 존재라니! 왜, 언제, 무엇 때문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낯선 존재가 가뜩이나 춥고 배고픈 동물들의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만든다.
새부터 시작한 날카로운 경고음은 숲 속의 동물들을 하나, 둘씩 깨우며 순식간에 분위기를 압도한다.
"The frightened doe stomped her hoof and snorted! "Where is he? Where is he? Can you see him?"
from the text of the book
작가 칼 샘스 2세와 잔 스토익 Carl Sams II and Jean Stoick는 부부이자 작품의 공동 작가이다. 이들의 정체는 미시간주 밀포드에 사는 전문 야생 동물 사진작가이다. 1982년 칼이 총과 활을 팔아 특수 카메라와 렌즈를 구입한 후 이 부부 팀은 북미 야생 동물 사진 30만 장 이상의 사진을 촬영했다. 야생 동물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인내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18년에 걸쳐 촬영한 흰 꼬리 사슴 가족의 행동을 사진으로 기록했다는 사실을 접했다. 예술가들의 장인 정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언뜻 보면 이 책의 표지는 그저 흔한 동물 사진이지만 어떤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서 탄생했는지를 알면 감동은 배가 되고 이전과 전혀 다른 책으로 보인다. '숲 속의 낯선 존재'라는 제목 위에 '사진으로 이루어진 판타지 이야기'라는 작은 문구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것만 보아도 이 책의 특징은 타 동화와 확실한 차별성을 드러낸다. 대개 픽션과 동화는 허구를 존재로 하는데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동화도 그림은 인위적인 화가의 그림으로 실린다. 실제 사건의 픽션 그림이라고나 할까. 이와 반대로 이 작품은 '픽션 이야기에 실제 그림(실사진)'으로 구성되었다.
자연과 동물의 사진을 담으며 작가들은 이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만들고 서로의 연결고리를 자연스럽게 엮었다. 독자는 두 가지 이득을 본다. 동물의 이름과 사진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고 소리와 특색을 목격한다. 그저 새들(birds)이라는 어휘로 뭉뚱그리지 않고 비슷하지만 다른 새의 명칭과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 초점을 형성한다. 큰 어치, 암사슴, 새끼 사슴, 수사슴, 부엉이, 다람쥐, 사향쥐, 고슴도치, 토끼, 부엉이, 박새, 홍관조 등 숲 속에 이렇게 다양한 동물 친구들이 있음을 새삼 일깨워 준다. 우리말로 크게 구분하지 않는 사슴 가족의 명칭과 새들의 다양성을 영어로 익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bluejay, doe, fawn, buck, owl, squirrel, muskrat, porcupine, rabbit, chickadee, cardinal'
우리말만큼 의성어가 많지 않은 영어지만 다른 어휘와의 연결로 미묘한 의성어 효과를 내기도 한다. chickadee 자체는 박새를 뜻하지만 소리가 비슷한 다른 어휘와 결합하여 시적 운율이 느껴지는 라임(rhyming) 효과를 낸 작가의 재치가 느껴진다. 'I'm there already-dee-dee! exclaimed the Chickadee-dee-dee!'(본문 중에서)
사실적 묘사와 깔끔하게 촬영된 동물 사진으로 잡지 느낌만 날 것 같지만 이 작품에는 나름의 미스터리가 존재한다. 숲 속의 낯선 존재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이고, 후반으로 갈수록 동물들이 낯선 존재를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가서 심지어 일부를 먹어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끔찍함이 아닌 안도의 웃음과 행복감이 밀려드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끝까지 읽다 보면 그리고 작가가 배치한 사진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비밀을 알 수 있다.
자연과 동물, 인간과의 연대 및 우정, 생명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좋아하고 즐길 만한 요소가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