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WUFFLES!>
* Title: <MR. WUFFLES!> 번역서:이봐요, 까망 씨!>
* Author: DAVID WIESNER
* PRINTED IN: 2013
* Publisher: ANDERSEN PRESS LTD.
자신의 반려묘, '미스터 워플'을 사랑하는 주인이 귀여운 장난감을 보여주며 말을 건넨다. 삶이 지루한지 내내 누워만 있던 워플 씨는 주인이 애써 사 온 장난감에 조금도 관심이 없다. 보기도 싫은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가버리는데 그다음 장면은 가관이다. 방금 사 온 물고기 장난감은 물론이고 바닥에 아직 가격표도 떼지 않은 여러 장난감들이 줄줄이 바닥에 놓여 있다. 쥐 인형, 깃털 장난감, 깃털 배드민턴 공, 방울이 담긴 구형 장난감, 리본 등 다른 고양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머쓱하게 방치되어 있는 모습. 그러다 워플 씨는 전에 보지 못한 장난감 하나를 발견한다. UFO 모양의 작은 비행 물체. 크기로 보아서는 다른 장난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워플씨는 뭔가를 눈치채고 우주선 모양의 장난감을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우주선 장난감은 장난감이 아니라 진짜 UFO였고 안에는 다섯 명의 작디작은 외계인이 있었다. 고양이의 장난에 멀미가 날 뿐만 아니라 우주선 조정 장치까지 고장 나게 되었다. 워플 씨는 외계인들에게 왜 집착하는 것일까. 너무나 작은 외계인들이 당장이라도 워플 씨의 한 입에 잡아먹힐 것 같다. 이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
작가 데이비스 위스너는 1956년 생으로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나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학교에서 공부했다. 어릴 때부터 사실적 그림과 묘사에 관심이 집중했고 미켈란젤로, 다빈치, 뒤러 등 르네상스 미술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이상한 화요일>, <아기 돼지 세 마리>, <시간 상자>로 세 번이나 칼데콧 상을 받았으며 <자유 낙하>, <구름공항>, <이봐요, 까망 씨!>로 칼데콧 아너 상을 받았다. 그 외에 <내가 잡았어!>, < 아트와 맥스> 등의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제목처럼 고양이의 이야기 같지만 단독 주인공은 아니다. 실제적 주인공은 외계인, 혹은 그들과의 관계에 나오는 캐릭터 모두라고도 할 수 있다. 동물이 나온다고 우화라고 볼 수도 없다. 상상력을 발취한 창작 동화는 많지만 상상력 너머의 상상이 담긴 책이라 해도 될 만큼 이 작품은 독특한 상상의 조합을 보여준다. 데이비드 위스너의 초현실적인 상상력과 포스트모더니즘이 결합하여 탄생한 이 작품은 정말 여러 번 보지 않으면 그 진가를 알아보기 힘들다.
이 책을 작년에 처음 접했다. 그때의 솔직한 심정은 황당함 그 자체였다. 어른의 편견과 버릇으로 훑어보듯 휙 넘긴 탓도 있다. 당연히 이 책의 특별함을 알 수 없었다. 나의 첫 반응은 정말 단순했다. '이게 뭐지? 무슨 대사가 한, 두 개 밖에 없어. 그나마 대답 없는 질문이 다고. 그냥 그림이지 이게 무슨 이야기책인가?'라는 말로 섣부른 판단을 했다.
올해 다시 한번 천천히 이 책을 살펴보았다. '대사 없는 이야기'(wordless storytelling의 묘미를 알고 싶었다. 작가의 말처럼 그림 위주의 책은 독자가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용이 유사할지는 모르지만 독자의 생각과 상상에 따라 출력으로 나오는 대사는 모두 다를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 좀 더 쉽고 빠르게 대사를 만들어 내고 배경을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이런 행동과 장면에는 이런 이유가 있을 거야, 이런 상황이었을 거야. 캐릭터는 이런 목표를 세우고 이러이러하게 행동할 거야.'와 같은 확장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낼 것이다.
어른도 가능하다. 속도는 좀 느리겠지만 자신의 경험과 상식에 비추어 나름 논리적으로 유추해 내고 지나쳤던 소품 하나에도 꽤 그럴듯한 사연을 이끌어낼 것이다. 필자 또한 작년과 올해의 느낌이 확연히 다른 것을 느낀다. 가령 초반에 나오는 바닥의 수많은 물건을 보고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몰랐다. 고민할 거리라고 생각조차 안 했던 것이다. 저편에 놓여 있는 새 장난감이 놓여 있는 모습과 정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물건이 의미하는 바, 고양이의 반응, 선호하는 것, 성격, 주인의 심정 등이 마치 그 자리에 세워진 홀로그램처럼 펼쳐지는 기분이다.
외계인과 시니컬한 고양이의 조합을 상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외계인과 고양이, 외계인과 개미, 외계인과 무당벌레, 무당벌레와 고양이 등 그들 사이에 무슨 흥미로운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지 않은가.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이들을 통해 독자가 인류의 원시생활상을 짐작게 하기도 한다. 고양이에게 쫓겨 옆에 있는 벽의 작은 틈 사이로 도망간 외계인과 그 안에 미리 피신해 있던 개미들, 무당벌레는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까. 바로 그림이다. 상형문자와 그림, 예술, 기록은 인류의 강렬한 욕구이자 시대를 이어주는 의사소통 방식이었다. 작품에서 표현된 이들의 그림이 글자 하나 없이도 읽힌다는 사실이 이 책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외계인들은 외계어가 있고 지구의 곤충들은 나름의 통신 체계가 있는데 이들은 서로 의미를 전달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한마음에 되어 공동의 적을 대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실행하기까지 한다.
그저 신비롭기만 분위기로 꽉 찬 다른 그림책에 비해 이 그림책은 언어가 숨어 있는 만큼 유머 코드도 남다르다. 확실히 악과 선이 존재하는 그 악은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악이다. 마치 스머프를 괴롭히는 가가멜, 디즈니 영화에서 생쥐를 괴롭히는 고양이처럼 작고 약한 주인공에게 늘 당하면서도 그 모습조차 사랑스러운 캐릭터라고나 할까.
오픈 결말에 반영된 마지막 그림에 화들짝 놀라게 되었다. 이것도 처음 읽었을 때는 잡아 내지 못한 부분이다. 눈이 있지만 뇌로는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심한 착각을 인식한 순간이었다. 고대 문명 속 인류를 상상하게 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왜', '어떻게'라는 질문을 하지 않으면 이 책은 그저 단순하고 이상한 책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하고 다시 그 그림을 들여다본 순간 자신이 놓친 게 무엇인지, 왜 그런 착각을 했는지 돌아보게 될 것이다.
작가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다. 아무도 정확한 존재를 증거로 내세우며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작가가 상상한 외계인의 모습과 행동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본다. 인간은 뭔가를 남기려는 욕구가 있고, 기록을 통해 계속 발전해 온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무척 얇지만 작가의 머릿속에서 맴돌던 시기부터 완성되기까지 무려 2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고 한다. 실제 고양이를 관찰하고 영상으로 남겼으며 외계어를 구상하기 위해 지인의 도움을 받아 세모, 플러스, 분모 등 수학적 기호와 기하학무늬를 이용했다. 친구 아들의 고양이 이름을 기억하고는 작품에 반영했으며 그렇게 작품의 완성도가 쌓였다. 1993년 Cricut Mazine라는 잡지에서 표현한 외계인은 이러한 2013년 워플 씨라는 고양이의 이야기로 탄생할 수 있었다.( 2013년 북트레일러 인터뷰에서)
그가 인터뷰 말미에 독자들에게 건넨 맺음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냥 이 책을 즐기고 함께 책 여행을 떠나면 좋겠다는 말(I hope you enjoy this bookd and go on a journey-Harvest Book 2013).
책과 여행을 떠나고 싶은 어른도 좋다. 동물 혹은 외계인에 대한 상상을 펼치며 친구, 부모,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어린 독자도 좋다. 심지어 글을 깨우치지 못한 아이들도 그림이라는 공통 수단을 통해 이야기의 살을 붙이는 즐거움을 느끼면 좋겠다. 그러면 낯선 책이 그저 기이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독자는 점점 뭔가를 알아가고 상상하고 연결하면서 책을 읽는, 때로는 책을 들여다보는 강력한 이유가 됨을 경험하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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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은 현실에서 시작한다 <Free Fall>
제목은 말 그대로 자유낙하(free fall)이지만 단어가 주는 수평, 혹은 수직의 이미지로는 이 책을 대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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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2월 6일 데이비드 위스너의 작품을 다루었다.
Mr Wuffles! 저자데이비드 위스너, 데이비드 위즈너출판 Andersen Press발매 2014.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