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or7>
* Title: sector7 (번역서: 구름공항)
* Author: David Wiesner 데이비드 위스너
* PRINTED IN: 1999
* Publisher: Clarion Books
<Mr. Wiesner>에 이어 데이비드 위스너의 작품 <Sector 7>을 올해 두 번째 작품으로 돌아보려 한다. 미국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아동 도서 작가로 알려진 그는 특히 단어 없이 혹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에 탁월한 재능이 있다. 칼데콧 상을 세 번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 받았으며 2008년 2년마다 열리는 국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의 최종 후보 5인에 속하기도 했다.
이야기를 펼치기에 앞서 책날개에 이러한 제시문을 적어 놓았다.
“ A school trip is a chance to make friends, to learn, to see the world in a new way. But is you'e a kid who can draw, it's even more. It's a chance to make others see the world in a new way too."
작품에서
현장 학습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어떤 기억이 있는가. 지금은 흔히 현장 학습, 현장 체험 학습이라는 이름의 활동이 활발하지만 필자의 시대에는 학교 소풍, 혹은 수학 여행이 교외 수업 활동의 전부였다. 등산을 가장한 단체 소풍 및 오락 게임의 레트로 감성부터 놀이 공원 일정, 공연 혹은 박물관 및 미술관 방문 일정일 수도 있고 체험이 더 들어간 활동일 수도 있다. 취향과 성격에 따라 좀 더 선호하는 형태가 다를 것이다.
첫 장을 펼치면 어디선가 본 듯한 높은 건물이 보인다. 하도 높아서 전체를 다 볼 수는 없다. 게다가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뿌연 기체가 마치 나선 모양으로 휘돌아 군데군데 낀 모습이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옆에는 어린 소년, 소녀들이 한 겨울 복장으로 신나게 입구에 들어오더니 선생님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고 있다. 방금 노란색 스쿨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 앞으로 가게될 곳을 기대하며 올라가는 층의 숫자를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에 독자도 덩달아 설렌다. 엠파이어 빌딩 꼭대기층에 도달한 아이들 가운데 빨간 모자와 머플러를 한 소년이 유독 눈에 띈다. 앞이 잘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뿌옇다. 소년은 더듬거리며 발을 내딛는데 갑자기 보이지 않는 힘이 느껴지더니 모자와 목도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몽환적인 그림과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본 듯한 분위기이지만 뭔가 색다른 느낌이다. 미지의 존재가 등장하지만 무섭지 않고 오히려 귀엽고 친근하며 나도 이런 경험을 해보고 싶을 정도로 포근한 환상이 펼쳐진다. 만화 컷처럼 동작과 장면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변화가 끊이지 않아 독자들은 마음껏 말풍선을 그릴 수 있다. 정해지지 않은 자신만의 언어로 캐릭터들의 표정만으로도 그들의 대화를 짐작하게 된다.
작품을 끌고 가는 캐릭터는 많은 사람이 상상해 보았을 법한 모습을 하고 등장한다. 하지만 유일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게 아니다. 사람에 따라 초자연적인 존재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소년이 만난 신비로운 존재는 바로 구름이다. 살아있는 구름. 소년과 마찬가지로 호기심 많고 쾌활하며 그림을 좋아하는 구름. 바로 그때 현실 속 체험의 날이 환상과 결합하여 전혀 다른 세상을 탐구하게 되는 또 하나의 장면이 전환된다. 구름을 따라 간 세상에서 소년은 마법과도 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구름을 본 적이 있는가. 어른이 될 수록 바쁜 일상에 하늘을 생각만큼 자주 쳐다보지는 않는 듯하다. 비가 오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여유 자체를 지니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작품을 보며 떠다니는 뭉게구름을 보고 상상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구름을 한 번 타고 하늘을 날아 보았으면, 아니 폭신한 구름 가족 사이에 끼어들어 한 번 만져보기라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구름을 만지거나 냄새 맡는 게 어려우며 때로는 구름이 안개가 되어 산 중턱에 걸쳐있어 보인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알고 나서도 상상의 바람은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구름을 따라 간 세상은 어떨 것이라 생각하는가. 그들이 만약 그들만의 스케줄과 법대로 정해진 일을 하는 존재라면, 일과 직무에 얽매인 존재라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혀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이 작품은 어른이 되어도 피터팬으로 남아있는 작가가 우리의 손을 잡고 가서 비밀의 문을 열어주는 것 같다. 자칫 삭막해진 분위기에서도 그림 속에 유머를 담아 그들과의 우정이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보는 즐거움이 있다. 환상 여행이 끝나 현실로 돌아와 일장춘몽일 것이라 추측하는 순간 작가는 다시 한번 독자를 놀라게 한다. 이 책을 제대로 즐긴다면 마지막 장면을 통해 기분 좋은 놀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정교하고 멋진 예술 작품으로 승화한 그림은 덤이다.
*Good to know these expressions
a school trip 수학여행, 현장학습, 학교 소풍
a field trip 현장학습, 현장 체험 학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