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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어 원서

기이한 상상력, 데이비드 위스너 3

<TUESDAY>

by 애니마리아


어느 화요일 밤, 8시쯤 된 시각. 인적 드문 늪지대 저편으로 황혼이 보일 찰나 마지막 남은 어스름은 사라지고 이내 둥근달이 떠오르고 있다. 원시림의 풀로 둘러싸인 연못가에서 둥둥 떠다니는 빈 통나무 위로 겁먹은 듯한 자라 한 마리가 두리번거린다. 가뜩이나 겁이 많은 자라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있는 대로 잔뜩 움츠린다.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주변에 거대한 두꺼비들이 연잎을 타고 공중에 떠서 날아가고 있다. 한결같이 진지한 표정으로 뭔가에 홀린 듯, 아니면 비장한 임무에 동원된 듯 같은 방향을 향해 힘차게 날아간다. 얼마나 날았을까. 전깃줄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새들을 지나 저 멀리 종탑의 시계가 보인다. 9시가 넘은 시각을 보니 한참을 날아 인간이 사는 마을까지 날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양서류의 그림자가 하늘을 가득 채우며 날아가는 모습은 공포심마저 일으킨다.




한 작가를 중심으로 작품을 연이어 감상하는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시간 간격을 어느 정도 두고 읽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다시 정리해 보며 훑어보니 또 느낌이 다르다. 처음 느꼈던 낯섦과 거부감이 약해지고 뭔가 깊이 내면을 들여다보며 숨겨진 의도를 찾아가는 여정이 즐겁다. 세 번째로 다룰 데이비드 위스너 작품은 1992년 칼데콧 수상작인 <TUESDAY>이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생긴 근원을 추측해 본다. 하늘을 나는 아이디어는 드문 소재는 아니다. <신바드의 모험>, <알라딘> 같은 고전부터 동일 작가의 <FREE FALL>까지 주로 인간, 특히 소년이 주인공인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은가. 대신 작가는 귀여운 청개구리도 아니고 <개구리 왕자>에 나올 법한 거대한 황소개구리 이미지를 화면에 가득 채웠다.



말수가 적은 작가는 세 번의 문구를 사이사이에 끼워 넣었다. 사건이 시작되는 시간과 늦은 밤, 인간이 사는 마을에서의 시간, 그다음 날 새벽 4시 38분. 어디선가 작용했을 마법의 효력이 떨어져 보이는 찰나, 느닷없이 웃음이 나오려는데 그다음 장에 펼쳐진 황당무계한 사건에 숨이 턱 막힌다.



<TUESDAY>는 세 번째로 다루지만 데이비드 위스너의 작품으로 처음 접한 책이며 필자가 읽어 본 작품 가운데 가장 기이하고 어려웠다. 교훈이나 영감을 주는 메시지가 아닌 현상 자체를 보여준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깨지고 공존하는 세상을 그린다.



이 작품은 위스너의 독특한 스타일을 감안하고도 유난히 수많은 의문을 일으킨다. 왜 개구리인가, 왜 두꺼비인가, 화요일 밤인가, 왜 그 시간인가.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가. 도대체 이 책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꿈을 꾸었나. 판타지 영화를 보고 있었나. 한여름밤에 우연히 거닌 늪지대에서 개구리 소리를 듣다가 기이한 상상력에 영감을 받았나. 그의 소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을까.



동일 작가의 책을 한 데 모아놓고 보니 그의 선호 소재와 패턴을 조금은 알 듯도 하다. 비행, 여행, 여정, 반복, 순환, 동물, 현실 속 판타지, 판타지 속 현실. 더불어 이 책도 전에 다룬 <MR. WUFFLES>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서 작업을 한 것인지도 궁금하다.



작품의 후반부 긴장감이 조금 떨어질 때쯤 작가는 다시 한번 독자의 허를 찌른다. 예측 불가능한 소재로 예측 가능한 결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말은 미스터리로 남긴 채, SF 영화 시리즈물의 전형을 보여주듯 전혀 다른 캐릭터가 나와 반복과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상상하게 한다. 끝이 없는 이야기는 그렇게 다시 시작한다.



환상을 다루었지만 그림 자체는 무척 사실적이고 꼼꼼하여 오히려 소름이 끼칠 수도 있다. 반응에 있어서 독자마다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겠다. 자연과 동물, 상상하기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러한 기이함조차 멋지게 보일 것이다. 귀엽고 예쁜 이미지에 익숙한 독자라면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 수도 있다. 기승전결이나 전통적인 플롯이 있는 작품이 아니라 자신만의 감상, 느낌, 상상을 더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아 그냥 덮어 버릴 수도 있지만 이미지마저 획일화된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데이비드 위스너의 독특한 작품을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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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TUESDAY> (번역서:이상한 화요일)

* Author: David Wiesner 데이비드 위스너

* PRINTED IN: 2012(최초 발행일: 1991년)

* Publisher: ANDERSEN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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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저자데이비드 위스너출판 Andersen Press발매 201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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