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어 원서

게임하듯 읽으며

<EACH PEACH PEAR PLUM >2

by 애니마리아


지난 3월 자넷(1944~1994)과 앨런(1938) 부부의 멋진 작품 <The Jolly Postman or Other Letters>를 다루었다. 부부가 함께 일하면 함께 있어 기쁘고 함께 있어 힘들다고 한다고 한다. 그들의 일이 함께 책을 만들 때도 그럴까. 작품에 글과 그림, 좋은 내용을 담기 위해 한 곳을 바라보며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내는 부부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 Title: <EACH PEACH PEAR PLUM>

* Author: Janet and Alland Ahlberg(자넷 알버그, 앨런 알버그)

* PRINTED IN: 1986(1978 , first edition)

* Publisher: PUFFIN



이번 작품 <EACH PEACH PEAR PLUM> 은 지난번에 다룬 <THE JOLLY POSTMANS or Other People's Letters> 보다 더 이전의 작품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 속 캐릭터를 오가며 편지까지 담겨 있는 작품과 비교해서 이번 작품은 전혀 다른 캐릭터가 나오기도 하고 일부 겹쳐지는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겹쳐지는 캐릭터라고 해도 이미지와 시기가 달라 유사점과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가령 신데렐라 캐릭터는 후자에서 결혼 후 중년 부부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다면 전자, 이번 작품에서의 신데렐라는 말 그대로 재투성이의 소박한 시골 아가씨의 이미지로 나온다.



표지의 매력은 그림보다는 글자에 더 무게감이 있다. 소리 내어 읽어보라. 어떤 느낌이 드는가.



"EACH PEACH

PEAR PLUM"

COVER PAGE of this book

EACH와 PEACH의 각운과 PEACH, PEAR, PLUM의 두운이 라임을 형성한다. RHYMING의 형성에서는 소리와 내용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도 하지만 여기에서는 소리가 주는 리듬감이 더 도드라지게 느껴진다. 주인공도 동화의 캐릭터도 아니지만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방아쇠 메시지를 따라 첫 번째 주자 역할을 해낸다.



"In this book

With your little eye

Take a look

And play 'I spy'

너의 작은 눈으로 이 책을 읽으며 잘 들여다봐봐. 그리고 '나는 보인다' 게임을 하는 거야."

본문 중에서







이후 이어지는 주자는 서양, 특히 영국 민속 설화에 나올 법한 캐릭터 TOM THUMB이다.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로 작지만 똑똑하고 기지가 넘치는 이 소년은 미술관에서 꽉 찬 그림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찾을 수 있다. 나무 위에 있던 '엄지 탐'(엄지 공주가 아니다)은 다시 장소를 이동하여 찬장 속에 앉아 뭔가를 하고 있고 다음 캐릭터의 단서를 암시한다. 또 다른 그림에 그가 지목한 마더 허버드(MOTHER HUBBARD)는 어디에 있을까.



라임(rhyming) 대사를 읊으며 게임을 이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파벳 음가의 절묘한 배열이 느껴진다. 이른바 파닉스와 놀이가 결합된 이야기책이 되는 순간이다.



이들 부부의 그림은 마치 진화하는 숨은 그림 같다. 때로는 일부가 숨어있기도 하고 전체 속에서 한 부분이 되어 독자의 시선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헷갈리게도 한다. 읽고 찾으면서 일종의 기억력 테스트가 되기도 하고 관찰력 키우기의 도구가 되는 작품이다. 알고 있는 캐릭터를 다시 만나는 친숙함과 문화를 익히는 듯한 체험이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즐거운 경험이 된다. 한국에서도 어른과 아이가 흥부놀부, 콩쥐팥쥐 이야기를 접하거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며 함께 추억 여행을 해 본다고 생각해 보라.



우리의 민화를 보듯 화면을 꽉 찬 페이지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건 어떤가. 숨은 그림 찾기를 비롯해 '나이브 아트(Naive Art)'처럼 소박하고 평면적인 색상의 밝은 이미지가 있다. 어떻게 보면 작품 속 그림은 중세 필사본 미니어처 스타일처럼 보이기도 하고 정교한 묘사가 섞여 1970년대와 80년대의 감성이라는 복고풍을 풍기기도 한다.



그저 반복을 통해 말장난으로 끝날 것 같은 이야기는 바구니 속 아기가 요람에 뉘어 홀로 떠내려가는 장면에서 놀라움을 자아낸다. 평평한 플롯이 돌연 서스펜스가 느껴지는 미스터리가 된 것 같다. 아기의 운명이 궁금하다면 Each Peach Pear Plum 과의 게임 독서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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