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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온달 왕자님

by 애니마리아


다행히 팔이 회복 중입니다. 속도는 더뎌서 조금만 무게가 있는 물건을 들어도 제대로 들지 못하네요. 아픈 팔로 눕지도 못합니다. 미안해서 빨래를 개지만 빨래를 돌리거나 기계에 넣지도 못하고 꺼내지도 못해 도움을 받습니다. 더딘 회복에 얼마 전부터는 목에 담이 온 증세까지 나타나 고개조차 젖히지 못하고 있네요. 올해는 어찌 이리 하루가 다르게 아픈 곳이 늘어만 가는지요.



그런데도 주말이면 그대의 주특기, 만찬 대접을 받습니다. 원래 그대 요리를 즐기고 잘하는 사람이지만 하루도 아니고 일주일도 아니고 몇 달째 나의 끼니를 챙기고 있으니 얼마나 힘이 들까요? 겉으로는 전혀 표를 안 내지만 지칠 것도 같습니다.



사실 그대가 만들어준 음식은 한결같이 어느 파인 다이닝 식당 음식보다, 호텔식보다 맛있습니다. 비싸고 고급스러운 음식이 제게는 안 맞나 봅니다. 그대가 해 준 것이라면 달걀 프라이조차 맛이 있어요. 하나하나 소중합니다. 감사합니다. 살이 찌는 부작용이 있지만 감사합니다:)



그날 오후에는 우박이 왔지요. 벚꽃이 소나기 같은 비에도 버티고 있는 날이었습니다. 졸음을 참으며 시장에 다녀온다고 했지요. 그런데 이내 보내온 우박 사진. 운동 삼아 걸어간다고 나간 그대가 걱정되었습니다. 사러 간 주꾸미가 비싸서 못 샀다고 민망해하던 그대, 그냥 와도 되는데 굳이 딸기를 사 왔네요. 한 상자에 이천 원으로 할인해 주었다고. 저를 생각하는 마음에 사 온 것인데 많이 시든 것을 사 왔다고 핀잔을 준 것이 미안하네요.



오늘도 감사했어요. 내가 이런 과분한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습니다. 굳이 오늘 또 이런 팔불출 같은 일을 적어보는 것은 그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대와 똑같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기념하고 싶습니다. 팔에 잔뜩 패드를 대고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소소한 글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이렇게라도 해서 그대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싶습니다. 그대가 얼마나 다정하고 헌신적인 사람인지를요.



편두통이 심해져서 밀가루 음식을 제외했지요. 고기보다는 생선이 좋다고 하니 그대는 온갖 생선 요리를 궁리했어요. 굽기만 하면 지겨울까 봐 조림도 했네요. 변비가 만성이라 나물 반찬도 하고 김치도 볶았네요. 순간의 벅찬 감정으로 지나가기는 너무 아까워 저도 사진으로 남겨보았습니다. 찍고 그냥 놓아두면 또 이내 잊어버릴까 봐 글로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감사를 드릴 수 있게 해 주어서요. 감사를 드리면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감사하는 삶은 가치 있는 삶을 깨닫게 하는 것 같습니다. 나도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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