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빕니다

by 애니마리아

"La pace sia con tutti voi.

평화가 여러분 모두가 함께 하기를"

/267대 교황 레오 14세의 첫 발언에서




미국 시카고 출신이신 로버트 프란시스 프레보스트(Robert Francis Prevost) 추기경님이 새로운 교황님으로 선출되셨다. 영어로는 'May peace be with you all'라고 했겠지만 이탈리아어로 인사하셨다고 한다. 2025년 5월 8일, 우리나라에서 마침 어버이 날인 이날 세계는 새 교황님을 맞이하게 되었다.



문득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첫인사말이 궁금해졌다. 뭐였더라. 비슷한 문구가 아니었을까. 'Fratelli e sorelle, buonasera'(형제자매 여러분, 좋은 저녁입니다). '빈자의 아버지'라 불리신 만큼 겸손하고 소박한 메시지이지 않나 싶다. 저 위에서 군림하는 사람이 아닌, 우리 곁으로 와서 친근하게 인사하는 푸근한 인상의 할아버지 같았다.



이번에야 알게 된 사실이 또 있다. 교황님의 칭호는 선출 직후 스스로 정한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경우 '가난한 이들을 기억해 주십시오'라는 조언이 마음에 남아 그렇게 정했다고 한다. 이러한 관례를 보건대 자연히 새 교황님 레오 14세의 의미를 추측해 보게 된다. 레오 Leo는 우선 '사자'라는 뜻이 있다. 두려움 없이 리더의 역할을 해 나가는 강한 베드로 사도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레오 13세(직무 수행 1878~1903)는 사회 정의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신만큼 사회의 약자를 위해 일하고자 하는 소망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양한 국적, 언어를 떠나 보편성과 균형을 중시하리라 기대하며 그분의 인사말을 되새겨본다. 가톨릭에서는 미사 의식을 포함해 '평화를 빕니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그 외에도 '찬미 예수님'이라는 말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평화를 기원하는 말이 더 가슴에 와닿는다. 히브리어에서 나온 '샬롬'이라는 말도 평화를 기원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평화는 아무런 전쟁도 없고 천하태평이라는 뜻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복음에서 말하는 평화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현실은 갈등과 아픔, 전쟁과 상처가 끊이지 않고 사람들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가려 하지만 때때로 모든 것이 버거워 피하거나 그저 묵묵히 살아가기도 한다. 세상의 풍파 속에서 개인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혼란 속에서 중심을 잡고 중용의 자세로 살아가는 것. 힘들지만 누군가의 이익이 아니라 공생하고 희생하면서 함께 나아가려는 노력, 어쩌면 그것이 그리스도가 바란 평화인지도 모르겠다.



어제는 평화로웠지만 오늘은 새로운 싸움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어제는 인생의 난투극이 벌어졌으나 오늘은 평화의 문이 열릴지도 모른다. 평화의 반대말은 뭘까. 전쟁, 갈등? 각자의 답은 다르겠지만 '절망'도 그중 하나이지 않을까. 아무런 희망도 없이 모든 것을 포기하는 상태. 그래서 우리에게는 평화가 더욱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절망 속에서도, 전쟁과 갈등, 가난과 폭력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 악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노력, 그 친절한 손길이 세상을 살 만한 곳이 되게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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