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HAIL MARY2
*스포일러 주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의 몸에 온갖 튜브가 연결되어 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영혼 없이 원하는 대답을 들을 때까지 똑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하는 컴퓨터 목소리뿐. 순간 튜브가 하나둘씩 제거된다. 도대체 누가? 로봇 팔이다. 누가가 아니라 무엇의 행위였다.
"쳇, 질문이 뭐 그래?"
"틀렸습니다. 2차 시도.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나는 대답을 하려고 입을 벌렸다.
"어..."
"틀렸습니다. 3차 시도.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유일하게 떠오르는 생각은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사실이다.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틀렸습니다."
7쪽/PROJECT HAIL MARY
주인공은 이곳이 어디이며, 언제부터 얼마나 시간이 흘렀고 무엇 때문에 이곳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가장 쉬운 질문 가운데 하나인 자신의 이름조차 말할 수가 없다. 횟수 제한이 있는지 몇 번의 잘못된 대답을 들은 로봇은 자신에게 진정제를 투여한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잠이 든다.
유사한 상황이 몇 번 반복되는 가운데 작은 얼음조각이 커다란 빙하에서 떨어져 나오듯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아직 뿌연 안개처럼 단편적으로. 최초로 떠오르는 기억은 그의 이름이 아니다. 어디선가 이메일을 통해 들어온 정보, 페트로바 라인(the Petrova line)이다. JAXA(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 일본 우주국)가 탐사선에서 정보를 보내왔다. 그들은 태양계에서 페트로바 라인이라는 미지의 띠를 발견했는데 오랜 관찰 결과 라인은 점점 밝아지는 반면 태양은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페트로바 라인이 태양 주변에 머물며 에너지를 빼앗고 있었다. 표면 온도만 약 5,500도(섭씨) 지만 대책 없이 떨어지는 빛과 온도로 지구가 빙하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무섭게 빠른 속도로.
다른 원서에 비해 이 원서 진도가 엄청 느려지게 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글 속에 담긴 천문학 상식과 상상으로는 부족해 생소한 개념은 물론 이미 배웠던 우주 지식조차 다시 검색, 점검해 보며 이치를 따져가야 했다. 태양계는 은하수라 부르는 은하, Milky Way의 한 부분에 위치해 있다. 나선 모양의 은하는 여러 돌기 같은 팔로 회전하고 있는데 그중 한 팔이 '오리온 팔(Orion Arm)'라는 나선형이 있다. 태양계는 그 팔의 끝에 대롱대롱 달려 있는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조사를 통해 태양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Corona)라고 불리는 대기는 100만 도에서 300만 도에 이른다. 표면보다 훨씬 더 높은 온도라는 사실도 독특하다. 태양 내부의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곳은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며 에너지를 생성하는 장소로 약 1,500만 도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도 놀랍지만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지구의 과학자들이 태양의 온도를 도대체 어떻게 알아내는지 매번 신기하다.
작가는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공부하고 철저하게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페트로바 라인이라는 외계 생명체를 절묘하게 결합하였다. 과연 어디까지가 증명된 사실이고 어디부터 허구인지 구분이 잘 안 갈 정도로 내용의 근거와 논리가 탄탄하다.
우주선에서 깨어난 주인공의 강렬한 인트로 장면과 기억상실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지구의 운명이 달린 태양의 온도 하강과 미스터리한 물질 혹은 생명체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초반부를 이끌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주인공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옆을 둘러보았을 때의 일이다. 자신을 제외한 우주 탑승자 두 명이 더 있었지만 둘 다 사망한 지 오래였고 이미 미라 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영화 <마션>(2015년, 원작 소설 2011년)처럼 앤디 워홀은 외롭고 괴짜 과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소설 초반이 이 부분을 읽을 때 마구 쏟아지는 정보와 극한적 상황 때문인지 몰입도가 상승하면서도 앞으로 주인공이 헤쳐나가야 할 길이 더욱 험난해 보여 안쓰러웠다. 이 두 동료는 왜, 어쩌다 죽었을까. 주인공은 왜 살아있는가. 궁금증을 뒤로하고 주인공이 처음 떠오른 기억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을 다시 읽어본다.
"No, I don't know that. I used to know that. Now I only know the sun's dyng, " she said."I don't know why and I don't know what we could do about it. But I know it's dying.
p.25 from Project Hail M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