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어 원서

『 HOT DOG 』핫도그도 때로는 쿨도그가 되고 싶어

by 애니마리아


* Title: 『 HOT DOG 』(번역서: 핫 도그)


* Author: Doug Salati


* PRINTED IN: 2022


* Publisher: Alfred A. Knopf



찌는 듯한 여름, 흙도 없고 물도 없는 도시의 거리는 혼잡하고 푹푹 찌는 열기는 모든 생물을 지치게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 콘크리트 벽은 어느새 부서져 흉측한 몰골을 드러내고 어디선가 사이렌이 울린다. 핫도그는 주인과 외출을 했다. 데일 것 같은 거리를 겨우 지나 주인이 우체국에 들어간 사이 건물 앞 나무 기둥에 매인 핫도그(반려견)는 하릴없이 기다리고 있다. 여전히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길 건너 공사용 드릴로 길을 뚫는 엄청난 소음이 들리고 그 사이로 소방차, 자전거, 택시, 근로자들, 어디론가 향하는 이들이 핫도그의 시야에 들어온다. 그들이 지나간다. 너무 가깝게, 너무 큰 소리로, 너무 버겁다. 옆에서는 잔뜩 쌓인 쓰레기 더미에 핫도그는 지쳐만 간다.






SO HOT!

CAN'T SIT

OR SNIFF

OR WAIT

본문 중에서







주인이 돌아왔지만 핫도그는 화가 잔뜩 나 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결국 횡단보도를 건너다 말고 드러눕는다. 신호등이 바뀔 텐데. 주인은 난감하기만 하다. 사방에서 차가 경적을 울리고 위기는 극에 달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초반부의 짧은 글과 다이내믹한 그림의 전개를 보면 독자는 핫도그의 입장을 충분히 인지하게 된다. 주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하지만 횡단보도에서의 대응은 무척 놀라웠다.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동화의 제목은 'HOT DOG'다. 깔끔하고 간단한 단어. 개라는 단어에서 왔지만 본래 의미보다는 흔한 간식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말. 오랫동안 사용한 이 어휘가 실제로는 다양한 중의적 의미로 재탄생된 것 자체가 색다른 느낌을 준다. 레트로 감성의 어휘에서 풍기는 재해석의 예술이라고나 할까.



문득 핫도그가 왜 핫도그인지 궁금해졌다. 빵 사이에 붉은 소시지를 넣은 간식의 이름이 왜 핫도그인지. 핫 캣(cat) 일 수도 있고 핫 피그(pig) 일 수도 있는데 왜 개의 명칭이 들어갔을까. 과거에 핫도그에 들어간 프랑크푸르트 소시지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지명이 들어간 햄버거나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샌드위치와 다른 이름의 조합이 더욱 특이하게 느껴졌다.



알고 보니 핫도그의 소시지는 독일에서 '닥스훈트 소시지(dachshund sausage로 길고 짧은 다리의 개)'로 불렀다고 한다. 1901년경 뉴욕 야구장에서 이 소시지와 빵을 파는 상인이 Dachshund sausages!라고 독일어로 외쳤으나 발음이 어려워 그냥 Dachshund가 속한 상위어인 Dog를 붙여 Hot dog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작품의 표지에 나온 주인공 개가 딱 전형적인 닥스훈트의 모습을 하고 있다. 붉은빛이 도는 풍성한 털의 개, 바람에 휘날리는 털이 멋있지만 다리가 짧아 앙증맞고 귀여운 멋도 있는 개의 형상이었다.



작가 더그 살아 티(Doug Salati)는 이 작품으로 '칼데콧 메달(Caldecott Medal)을 수상했다. 미국도서관협회가 매년 그 해 가장 뛰어난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주어지는 만큼 이야기와 예술성이 돋보이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이름에서 오는 유머스러움과 중의적 의미가 잘 어우러지고 전체를 아우르는 배경도 더운 여름, 뜨거운 여름인 hot의 이미지를 잘 살렸다.



물론 책에는 글이 나오지만 글은 그림을 거들뿐이다. 그림이 말하고 있는 전후 상황과 핫도그라는 개의 심리, 감정, 주인의 재치 있는 대처, 그들의 교감이 드러난다. 그들의 짧은 일탈. 무조건 자연 예찬이나 도시에서 벗어난 삶을 추앙하는 게 아니다. 현실은 크게 바꿀 수 없으나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으며 때로는 과감하게 일상의 법칙에서 벗어나 보는 것. 그 작은 몸짓만으로도 모험이 되고 휴식이 되며 치유가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다음 날 똑같은 도시의 삭막함 속에 살더라도 그들은 집에 돌아올 수 있고 식사를 즐길 수 있고 다시 도시인, 도시견으로 살아갈 수 있다. WHAT A DA Y FOR A DOG!(본문 중에서)을 외치며 우리의 핫도그는 쿨도그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도시의 일상,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용기가 가져온 회복력의 기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반려견, 반려동물의 주인, 동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과 더욱 돈독한 교감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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