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tle: 『 BERRY SONG 』(번역서: 열매의 노래)
* Author: Michaela Goade 미카엘라 고드
* PRINTED IN: 2022
* Publisher: LITTLE, BROWN AND COMPANY
미카엘라 고드는 다른 영미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가는 아니다. 국적은 미국이지만 알래스카주 '링기트족(Tlingit)' 후손으로 일러스트레이터이다. 2018년 아메리칸 인디언 청소년문학 최고 그림책 상을 수상했으며 캐럴 린드스트롬의 <We Are Water Protectors(워트 프로텍터)> 그림을 담당했고 이 작품은 2021년 칼데콧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녀만의 작품 『 BERRY SONG 』을 출간했고 2023년 칼데콧 아너 수상자의 주인공이 되었다.
드넓고 거친 바다 끝에 한 섬에서 소녀와 할머니가 땅에서 선물을 모아 들인다. 그들의 조상들처럼 두 사람은 개울에서 연어를 잡고 바다에서 청어알을 거둬들인다. 그 후 숲 속으로 들어가서는 베리를 한가득 담아 온다.
책날개 중에서/Berry Song
베리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우선 어릴 적부터 본 딸기(Strawberry), 산딸기(raspberry)가 있다. 먹어본 적은 거의 없지만 '오디(mulberry 뽕나무에서 나는 열매)'도 있다. 어릴 적 동네 관목숲 사이에 있던 작은 열매를 따 먹은 기억도 있지만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얼음집과 눈으로 뒤덮여 있을 것만 같은 알래스카 지역에도 따뜻한 계절, 숲에는 다양한 열매가 자라나 보다. 작가의 실제 고향이기도 한 지역의 야생 베리를 그림책에 묘사한 것을 보면 세상에 그토록 많은 베리가 있나 놀랍기만 하다.
바다와 숲이 공존하는 섬에서 할머니와 손녀를 데리고 길을 나선다. 손녀에게 그 섬에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다. 먼저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풀어 두었던 독미나리(hemlock) 가지를 끌어올려 작은 별처럼 빛나는 청어알이 잔뜩 딸려 나온다. 물가에 그물을 담가 해류 아래에 숨어 있는 연어를 끌어올린다. 그러고 난 후 두 사람은 베리를 따러 숲으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그들은 누군가 부르는 신비한 노랫소리를 듣는다. 누군가 그들에게 말한다. 꿈도 아닌데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허클베리, 솝베리, 스트로베리, 크로베리
팀블베리, 스웜프베리, 보그베리, 초크베리
링곤베리, 라즈베리, 번치베리, 크랜베리
새먼베리, 클라우드베리, 블루베리, 나군베리
블랙커런트, 그레이커런트
본문 및 책날개 중에서 Berry Song
작품 속에 표현된 베리류를 읽다 보면 보거나 먹어보지 못했어도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Huckleberry는 '월귤나무'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작품명도 연상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찾아보니 내가 어릴 적 보았던 남색 열매와 상당이 닮아 있다. 블루베리보다 크기는 훨씬 작지만 무척 달콤한 맛이 났던 기억이 있다. 아니다, 블랙커런트(black currant)를 더 닮은 것 같기도......
참고로 위에 영단어 그대로 음차 번역한 것은 딸기나 월귤처럼 일부 우리말이 있는 어휘로 옮겼을 때 berry로 끝나는 라임, 즉 리듬감과 운율의 멋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차라리 따로 정리해서 배워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 같다.
salmonberry 새먼베리(남미 원산지)
cloudberry 호로딸기
blueberry 블루베리
nagoonberry 나군베리(북극딸기)
huckleberry 월귤나무 열
soapberry 무환자나무속 열매(비누 대용)
strawberry 딸기
crowberry시로미, 그 열매, 덩굴월귤
Thimbleberry 미국산 나무딸기, 팀블베리
swampberry 야생 블랙베리 종류, 습지에서 자라는 베리류
bogberry 작은 크랜베리
chalkberry 초크베리, 좀딱총나무 열매(주로 야생동물 먹이)
lingonberry 링곤베리, 북유럽 월귤
raspberry 산딸기
bunchberry 산딸나무속 열매, 송이딸기(비공식)
cranberry 크랜베리, 덩굴월귤
black currant 까막까치밥나무
gray currant 회색 까막까치밥나무
currant 건포도, 까치밥나무 열매
표지에서도 알 수 있지만 화면을 꽉 찬 베리의 잎과 각종 열매에 둘러싸인 두 사람의 모습은 예쁜 동화 속 주인공답다. 안개, 물보라, 이슬의 표현은 물론 섬세한 보슬비가 마치 보석처럼 흩날리며 부드럽게 빛나는 모습은 가관이다. 작품 속 인간 캐릭터, 특히 초롱초롱하고 커다란 눈망울은 매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충분하다.
흔히 그림책은 그림에 치우쳐 독보적인 스타일이 돋보이거나 반대로 글밥에 치우쳐 어울리는 그림이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잭은 책날개의 메시지부터 할머니와 손녀의 대화에서 나타나는 삶의 지혜에 독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과 여행을 함께 하며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땅과 바다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망라하는 지혜를 얻게 된다. 특히 숲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열매 하나 얻는 것은 당연한 인간의 권리가 아니라는 교훈을 얻게 된다. 땅이 우리에게 말하듯 우리도 땅에게 말을 건네는 것을 시작으로 어떻게 인간과 자연이 서로 소통하는지, 인간이 어떤 과정에서 선물을 받게 되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독자는 이 모든 것을 트링깃의 전통에서 배우며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열린 결말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이 작품의 마지막에 펼쳐진 미래와 열린 결말의 장면에는 전통과 세대 간의 소통에 낳은 작가의 메시지가 숨어 있다. 그 감동을 느껴 보길 바란다. 한국에서 멀고도 낯선 그곳에서의 동화 같은 현실, 현실 같은 동화가 어떤 독자에게는 자연스러운 현현(epiphany)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