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마음이 보여서

by 애니마리아


"엄마, 생일 축하해. 이거 먹고 변비 나았으면 좋겠어. 현금보다 낫지?"



어느 평범한 모녀의 대화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는 잊지 못할 하루에 백미를 장식한 이벤트가 되었다. 어쩌면 가장 화려한 리즈 시절을 겪고 있을 스무 살의 딸은 멀리서 '딸 바라기'를 하며 맴도는 엄마를 위해 선물을 내밀었다.



올해는 생일이 마침 일요일이라 남편이 차려 준 생일상을 받는 호사를 누렸다. 둘째, 글로리아는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아르바이트를 가는 루틴이 있다. 게다가 요즘 글로리아는 기말시험도 준비해야 해서 바쁘고 피곤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식욕이 없는 상태로 일어나 우리 부부와 함께 아침을 같이 먹는 것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아직 졸린 눈으로 '엄마, 생일 축하해.'라는 말을 하며 식탁 앞에 앉는 모습조차 안쓰러웠다.



점심시간, 생일을 핑계로 외식을 하는 동안에도 아이가 좋아하는 메뉴가 자꾸 눈에 띄었다. 마침 포도주도 무한리필이었다. 나는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는 조금 마시기도 한다. 문득 '아이도 함께 했으면 좋았을 텐데, 네가 좋아하는 술이 있다며 놀릴 수도 있을 텐데'라는 짧은 생각도 했다. 무엇보다 높은 곳을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에게 41층 창문가에서 바라보는 전경을 함께 보여주고도 싶었다.



그렇게 아쉬운 오후를 보내고 남편을 통해 아이 일이 늦게 마친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칫하면 얼굴 보기도 힘들 수 있겠다 싶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누구의 생일을 막론하고 무조건 생일 케이크와 노래로 하루를 마무리했는데 최근에는 모이기조차 쉽지 않다. 첫째가 군대에 가 있으니 더욱 아쉽다.



밤 9시 30분경, 아이의 통고보다 빠른 귀가가 이루어졌다. 남편은 촛불을 켜고 아이는 수줍게 선물을 내민다. 부족한 용돈과 아르바이트 비용을 모아 내민 선물은 유산균. 몇 년 전에 나만을 위해 아빠와 힘을 합쳐 맞춤식 케이크를 사 주었을 때가 떠올랐다. 남편의 사랑법, 첫째의 세심하고 다정한 사랑법, 둘째의 츤데레 같지만 깜짝 파티 같은 사랑법은 모두 다르다. 내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엄마의 애로사항과 특성을 고려해 고민한 선물이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느새 성인의 대열에 합류한 글로리아는 내 스킨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날만큼은 아이에게 무작정 달려들었다.



엄마란 그런 것 같다. 아이에게 서운해하다가도 한 발짝 내미는 손길에, 관심에, 어색한 표현에, 다가섬에 그 모든 어긋남이 눈 녹듯 사그라지는 마법이 펼쳐진다. 동시에 '나의 엄마도 나를 키우시며 그렇셨겠지'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를 통해 나를 알아가고 부모를 이해한다. 자식을 갖는 건 선택이자 책임이지만 무한한 기적과 성장의 축복이기도 하다.



미워할 수 없는 말괄량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고마워, 글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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