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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의 세계:미스터 트롯 3

by 애니마리아


5월의 어느 주말 미스터 트롯 3 콘서트를 다녀왔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남편의 최애 가수는 여전히 '임영웅'이지만 트롯에 대한 관심은 식을 줄 모른다.



부부는 닮아간다고 했던가. 처음에는 그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노래를 들으며 재미있어했던 나는 어느새 남편과 함께 색다른 장르를 즐기는 정도에 이르렀다. 물론 자나 깨나 특정 가수를 좋아하고 늘 노래를 듣는 사생팬만큼은 아니지만 열린 시각과 마음으로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책도 수천 년, 수백 년, 수십 년 전의 고전이 회자되고 새로 해석되어 영화로 재해석 이야기로 탄생하여 문학이 삶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가. 트롯은 고리타분하고 옛날 사람만이 즐기는 분야라는 편견을 깨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런 미스터 트롯 같은 프로그램의 기여도는 충분하다고 본다.



원래 남편은 결혼 전부터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거리에서', '이등병의 편지'와 같은 노래를 즐겨 들었다. 이런 노래는 순수 트롯은 아니다. 몇 년 전에 알게 되었지만 트롯 시리즈 프로그램에서는 소위 '꺾기' 창법인 정통 트롯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그토록 많은 팬이 생기고 음악 판도가 크게 변할 만큼 유행했을까도 싶다. 세미 트롯, 댄스 트롯, 트롯 발라드, 국악 트롯과 같은 퓨전 트롯 등 다양하고 세련된 음악으로 발전하는 장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김광석의 노래는 포크 발라드에 가깝다고 한다. 그의 노래를 독특한 임영웅만의 창법과 편안한 매력으로, 기구한 운명 같은 스토리로 남편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스트롯 1의 우승자 송가인의 노래를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은 미스터 트롯의 우승자 임영웅의 골수팬이 되었다. 거의 매년 그의 소식을 내게 전하고 있으며 그 어려운 콘서트 티켓을 예매해서 업그레이드된 트롯과 트롯화 된 발라드를 향유하고 있다. 그때마다 고마운 것은 혼자만 즐기려 하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체력이 그리 좋지 못한 나는 남편이 하는 골프나 등산을 함께 하기에는 부담스러워하는 편이다. 하지만 남편은 늘 나와 함께 할 방법을 찾고 취미 하나, 음식 하나도 함께 즐길 방법을 찾는다.



트롯 미스터들과 트롯 미스들은 임영웅의 후배라는 생각인지 우리는 새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약속이나 한 듯 함께 본방을 사수하려고 노력한다. 부부는 처음부터 닮은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점점 서로의 차이를 알게 되고 받아들이면서 서서히 일어나는 노력의 결과이기에. 산책을 할 때면 나의 느린 걸음에 맞추어 주는 남편처럼 나 또한 그의 취미를 함께 체험해 보며 시간을 보낸다. 결혼한 지 23년이 된 우리 부부의 사랑법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날 나는 남편이 권하는 대로 현장에서 카페 가입을 한 후 응원봉을 선물로 받았다. 남편이 제안하는 대로 응원봉을 들고 사진을 찍고 경연 때 응원했던 가수들의 응원 메시지 카드도 들어 보았다. 오랫동안 R&B 가수로 데뷔하여 활동했던 가수의 투병기와 트롯 장르에서의 피나는 노력을 보았던 천록담(이정)과 호탕하고 서글서글한 매력의 손빈아를 응원하며.



나이 들수록 부부 사이에는 처음처럼 설렘의 순간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권태라는 이름으로, 혹은 '중년 부부는 원래 그런 거야'라는 고정된 인식을 핑계 삼아서. 각자의 취향만 고집하고 각자의 생활에만 몰입한다면 그 간격을 점점 멀어질 것이다. 뚝배기의 온도가 안에 담긴 음식의 온기를 오랫동안 유지하듯이 우리는 서로의 뚝배기가 되어 식상하더라도 애써서 사랑의 인사를 건넨다. 이때 어느 한 사람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매일 아침 하루를 축복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다소 유치할지라도 함께 뭔가를 한다. 보고, 듣고, 말하고 체험하는 일을 고민하고 결과에 상관없이 시도해 보기. 이것이 우리 부부의 사랑법이자 부부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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